출처-[매거진T 2006-10-10 08:00]
세상이 달라진 만큼, 점점 더 많은 외국인 며느리들이 생기고 있지만 이 땅에 살고 있는 많고 많은 외국인 며느리들에게 지난 추석과 같은 명절에 주부가 해야 할 일들은 참 이해하기 힘든 일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평생을 살아 온 며느리들 조차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며 표정관리 하기 힘든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프랑스에 서 온 며느리인 이다도시는 나름대로 이 나라의 문화와 타협을 하며 영리하게 추석을 보냈다.
이다도시의 수다스러움과 오버액션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본 천방지축 며느리의 이미지만 떠 오른다. 하지만 프랑스는 세계를 대표하는 요리의 나라이자 미식천국인 만큼 그 나라에서 온 이다도시의 요리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그녀가 쓴 몇 권의 요리책을 통해 알고 있던 터.
게다가 그녀는 제사를 모시는 경상도 집안 외며느리이기도 하다. 그런 이다도시가 TV 뉴스시간에 등장해 외국인 며느리들의 고충과 그녀만의 살아가는 방법을 진솔하게 얘기하며 추천한 요리는 다름아닌 제사나물끼쉬. 프랑스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간식, 끼쉬끼쉬(Quiche)는 프랑스식 파이의 한 종류이다.파이라 하면 보통은 달콤한 필링이 가득 들거나 과일이 올려진 것을 생각하지만 끼쉬는 생크림으로 만든 짭짤한 필링에 여러 가지 채소나 고기, 햄, 해물 등을 넣어 구운 것을 말한다. 간단하게 여러 가지 재료를 넣은 달걀찜파이라고 하면 조금 이해가 쉬울 수 있을까?
여하튼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달걀찜 같은 파이가 영 상상이 안갈테지만 프랑스의 로렌지방에서 즐겨 먹는 대표음식 중에 하나이니 프랑스를 여행할 사람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것이 좋겠다.
끼쉬는 보통 간식으로 먹거나 간단한 아침으로 먹지만 속재료로 해물이나 특별한 종류의 햄이나 고기 등을 가득 넣어 굽게 되면 정찬에서의 전채요리나 메인요리의 사이드메뉴로 서브되기도 하고 직장인들의 든든한 점심 메뉴로도 인기가 있다.
이다도시는 이 끼쉬에 추석에 먹고 남은 제사나물을 얹어 구워내라고 소개했다.추석에 남은 음식 중 제일 처리하기 힘든 것이 나물인 만큼 그것을 달달 볶아 파이 위에 얹고 생크림과 달걀을 풀어 만든 필링을 부은 다음 치즈를 얹어 굽는다. 원래 프랑스에서도 시금치와 양파, 파 같은 재료로 끼쉬를 즐겨 만드는 만큼 우리나라 제사 나물로 끼쉬를 만들어도 제법 잘 어울린다. 안동에는 헛제사밥이 프랑스에는 끼쉬가우리나라 안동지방에는 제사에 쓰고 남은 음식으로 만드는 헛제사밥이라는 것이 있다.제삿밥을 섞어 비벼 먹는 이 음식은 원래는 제사가 있는 때만 먹을 수 있었지만 그 맛이 하도 각별해 안동의 양반들이 없던 제사도 만들어 헛제사밥을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헛제사, 즉 가짜로 제사를 지내서 만들어 먹어야 할 만큼 남은 헛제사밥이 맛이 있었는가 보다.
같은 의미로 이다도시의 끼쉬 역시 헛제사끼쉬가 될 공산이 크다.원래 시금치나 햄을 넣고 끼쉬를 만들어본 사람들도 이다도시가 제안한 이 제사나물끼쉬를먹어 보면 그야말로 헛제사를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아질 수 있겠다. 나물뿐만이 아니라 남은 전도 잘게 썰어 넣으면 더욱 맛이 풍성한 끼쉬가 될 테니 추석에 남은 음식을 냉동실에 쟁여 놓지 말고 끼쉬에 한번 도전해 보시길.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 끼쉬는 초보자들이 만들기엔 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명절 때 마다 쪼그려 앉아 느끼한 기름내 맡아가며 전 부치는 일 보다는 쉽다. 그 노력의 1/5이면 아주 맛있는 끼쉬를 만들 수 있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맛의 신세계가 열린다고 하면 과장이 너무 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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