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0-26 09:48]
오스트리아의 국민소득은 주위의 서유럽 국가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독일의 자동차나 스위스의 시계처럼 국가 자체가 브랜드 가치를 지니는 탁월한 공산품은 물론 뾰족이 내세울 산업수단이 없는데, 벌어들이는 돈은 많다니 기이할 뿐이다.
다소 야박하게 말하면 그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은 조상을 잘 둔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유물과 정신적 유산을 소중히 지켜오며 향유하고 있다.
그들의 삶이 넉넉하고 윤택한 것은 아마도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성스러운 세례를 듬뿍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각국의 길손들은 유럽의 한가운데에 박힌 조그마한 나라를 보기 위해 사시사철 몰려든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오감을 모두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자연경관과 건물을 보고, 귀에 익은 불후의 명곡을 듣고, 코를 자극하는 와인의 향기를 맡고, 따스하고 진한 커피를 마시고, 위인들이 오갔던 길을 밟기 위해서다. 지극히 주관적인 단상이겠지만, 오스트리아는 '풍요롭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 잘츠부르크
이미 올해 초부터 오스트리아, 특히 잘츠부르크는 시끄러웠다. 1756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모차르트의 탄생 250주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모차르트 초콜릿, 컵, 책갈피 등 가뜩이나 천재 음악가와 관련된 상품이 많은 곳에 성대하게 경축할 일이 생긴 셈이었다.
구시가 안에 20개 남짓의 수도원과 성당이 위치한 잘츠부르크는 '북방의 로마' 혹은 '바로크의 도시'라고 불린다. 바로크 양식의 교회가 많다는 사실은 이 마을이 오래 됐다는 것과 주교가 거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부터 소금이 생산됐던 이곳은 지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보다 나그네와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도시라는 점이 중요한 듯하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모차르트가 있다. 사실 모차르트는 빈과 프라하에서 더 많은 활동을 했지만, 잘츠부르크는 '고향'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사람'이라는 등식을 이끌어냈다.
잘츠부르크는 워낙 작은 고장이라 며칠만 여행해도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돌아다녀도 하루면 충분하다. 하지만 무심히 지나쳐서는 안 되는 곳이 부지기수라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그저 오래된 가옥인 것처럼 보이는 곳이 모차르트의 집일 수도 있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일 수도 있다.
석양이 드리운 미라벨 궁전은 잘츠부르크 시민들의 쉼터다. 결혼식을 올리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는 커다란 공원이다. 수려한 풍경이 친숙하기만 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미동도 않고 조용히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형형색색의 꽃과 아기자기한 조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도시를 관통하는 잘차흐 강을 사이로 시내는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뉜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들리는 다리를 건너면 공간과 함께 시간도 바뀐다. 아치형의 문을 지나 간판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거리인 '게트라이데가세(Getreidegasse)'에 이르자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모두가 예술품인 이곳의 간판은 예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그 증거가 맥도날드의 간판인데, 봉긋하게 솟은 특유의 로고가 선명하게 걸려 있었다. 잘츠부르크의 장인 한 명이 제작하는 간판들은 한눈에 어떤 가게인지 알아챌 수 있도록 상징적인 형태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게트라이데가세 중간 어귀에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생가가 있다. 동시대인이었던 괴테의 프랑크푸르트 집에 견주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널찍널찍한 괴테의 생가와는 달리 비좁기만 하다.
모차르트의 집의 벽면이 음표로 장식된 방에는 머리카락이나 담배 케이스처럼 소소한 것부터 바이올린, 건반악기, 악보 같은 물건까지 모차르트의 손길이 닿았던 유품들이 잘 정리돼 있다.
혼잡한 거리에서 빠져나와 대주교의 성관으로 이용됐던 레지덴츠를 통과했다. 잘츠부르크 시내를 굽어볼 수 있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채로 가기 위함이다. 이 성은 지역을 다스리던 주교가 안위를 위해 세운 고성이다. 지금은 대다수가 케이블카를 타고 손쉽게 올라가지만, 비탈을 따라 걷기로 했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질수록 구시가를 메운 첨탑과 건물이 아스라해졌다. 비가 추적거리는 날씨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의외로 흐린 하늘은 잘츠부르크와 잘 어울렸다. 도시 전체에 들어찬 잿빛 구름이 역사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유럽의 성을 볼 때면 호화로운 삶을 영위했을 영주와 성을 짓기 위해 노동력을 헌납해야 했을 평민들의 모습이 교차되곤 한다. 터벅터벅 걸음을 떼는 이방인의 마음이 잠시나마 숙연해지는 까닭이다.
▲ 잘츠부르크 카드 = 교통기관과 박물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로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 할인받을 수 있다. 호텔과 관광안내소에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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