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0-26 09:51]
빈 시가지의 중심에 자리한 슈테판 성당을 보고 나온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여기서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해두지 않으면 자칫 길 위에서 방황하다 아까운 시간만 허비할 수도 있다. 훈데르트바서의 건축물처럼 다양한 색상과 형태를 가진 빈은 보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은 곳이다. 단언컨대 여행자에게 빈만큼 고민되고, 또한 행복한 도시는 없다.
비행기, 혹은 기차를 통해 빈에 입성한 여행자는 도시에서 전해오는 낭만적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이내 취해버린다. 일단 구시가의 중심부로 발을 옮겨 상점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거리를 거닐어 본다.
노천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부러워 이에 동참하기도 하고, 합스부르크 가문의 왕궁이었던 호프부르크에서 황제의 생활상을 엿보기도 한다. 짬을 내서 여름 별궁이었던 쇤브룬 궁전에 다녀올 수도 있다.
일반적인 빈 여행은 지금까지의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 만족해서 빈을 칭송하고 다시 방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빈은 이렇듯 하루만에 뚝딱 보고 넘기기에는 진실로 아까운 곳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봤던 복장을 입고 음악 공연을 홍보하는 소녀의 유혹에 넘어가 오페라를 보거나 미술사박물관에서 세기의 거장들이 남긴 명화를 천천히 살피는 것처럼 빈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 있다.
세계에 이름을 날린 음악가들의 흔적을 좇고, 스페인 승마학교에서 말들의 군무를 보는 것 역시 그러한 예다. 시야를 좁혀서 테마 여행을 해야 진정 빈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구불구불한 선들이 인상적인 시영주택은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훈데르트바서(Hundert Wasser)가 디자인한 아파트다. 주위에 특출한 볼거리도 없고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어서 밖에서만 구경할 수 있지만, 관광객들은 애써 이곳을 찾아온다. 단지 특이하고 예쁜 건물을 보기 위함이다.
주택은 미끈하고 세련된 모양새와 통유리가 특징인 현대적인 건물과는 대조적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빨강, 파랑, 노랑 같은 원색이 많고 비뚤배뚤하다.
훈데르트바서는 자연에 완전한 직선이란 실재하지 않는데도, 인간이 살아가는 집은 모두 곧게 뻗은 직선이라는 사실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래서 직선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았고,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나 분수도 둥글둥글하게 만들었다.
시영주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독일, 스위스, 일본, 뉴질랜드에서 유치원, 교회, 고속도로 휴게실 등을 지으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펼쳤다.
주택 건너편에는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칼케 빌리지'가 있다. 각종 기념품과 엽서, 액자를 팔고 있는 이곳에서도 세상은 평탄하지 않다. 바닥과 계단, 벽이 모두 휘어져 있지만, 그의 사상에 동화된 것인지 그리 낯설지 않다. 뻣뻣하고 부담스러운 직선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곡선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칼케 빌리지 인근의 쿤스트하우스(Kunsthaus)는 훈데르트바서만을 위한 공간이다. 건물의 외관은 시영주택과 비슷한데, 내부에는 그림 같기도 하고, 만화 같기도 한 그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그림 속의 선(線)보다 미술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발이 그린 선이 더욱 중요하고 아름답다'고 말한 그는 사물을 틀에 끼워 맞추고 속박하는 것을 증오했던 듯하다.
빈에서 훈데르트바서와 만날 수 있는 마지막 장소는 쓰레기 소각장이다. 빈 미테 역에서 도나우 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지하철을 타고 네 정거장을 가서 도착했다.
우뚝 치솟은 금빛 기둥이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소각장도 원색과 곡선으로 치장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이 멀리하기 일쑤인 소각장도 멋지다는 착각에 빠진다.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시작한 훈데르트바서 건축물 기행은 해가 진 뒤에야 끝이 났다. 빈 시내에는 이름난 건축가들이 공들여 건립한 건물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비단 건축만 놓고 봐도 이럴진대, 다른 주제들은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을까. 빈에서는 하루가 너무나도 짧다. 그래서 다음에는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지는 곳이다.
▲ 빈 시내교통 =
지하철인 우반(U-Bahn)과 트램, 버스 등이 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지하철과 트램이다. 1회권을 구입하면 어떤 교통수단을 사용하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나, 오랫동안 이동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빈을 돌아다니려면 24시간 프리패스나 72시간 프리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요금은 각각 5유로와 12유로다. 또한 쇤브룬 궁전, 미술사박물관, 호프부르크 등의 명소와 카페, 레스토랑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빈 카드도 있다. 이 카드에는 72시간 프리패스가 포함돼 있으며 가격은 16.9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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