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0-27 09:32]
크고 작은 섬과 대면하고 있는 장흥의 해안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구불구불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바다와 평행을 이루는 도로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탓에 눈부신 대해를 바라보며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는 찾아볼 수 없다.
포구로 가려면 신작로로 진입한 뒤 샛길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피하지 못한다. 눈길을 잡아끄는 수려함은 없지만 수수하고 풋풋한 정경이 옹골차지 못한 마음속을 따스하게 보듬어준다.
보성과 장흥의 경계에서부터 펼쳐지는 종려나무 길을 장흥 바다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경치를 조망하기 위해 옥섬워터파크에 올라 수문해수욕장과 수문항을 내려다보았다. 폭이 좁은 사빈에 뿌리를 박고 바다를 향해 삐죽삐죽 튀어나온 부두에는 고깃배들이 처량하게 매달려 있다.
쪽빛 바다를 안고 있는 득량만에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사위를 에워싼 섬들이 하늘까지 시원스레 뻗어 나가려는 바다를 가로막아 흐름을 제어하는 탓이다. 햇빛을 끝없이 반사하는 잔물결의 일렁임과 간간이 지나가는 자동차만이 미동할 뿐이다. 격하지 않고 온순한 조류가 흡사 호수를 연상시켜, 근처 산중턱에는 호수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의 '관호정(觀湖亭)'이 있다.
수문항 너머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를 촬영한 소등섬과 남포(南浦) 마을이 있다. 바다로 가면 지척이건만 자동차로는 한참을 우회해야 닿는다. 한적하고 고요한 어촌 풍경에 인적이라곤 생업에 종사하는 부지런한 어부들이 전부일 따름이었다. 바다 특유의 짠 냄새는 감지되지 않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다행히도 조수에 따라 육지와 연결되고 분리된다는 소등섬으로의 물길이 열려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해변에는 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에 하얗게 색이 바랜 껍데기와 돌이 뒤섞여 있었다.
지난 겨울 사람들이 먹고 버린 굴과 조개의 잔해다. 얼마나 많이들 먹었는지 돌 반, 껍질 반이다. 전국에서 최초로 굴을 구워 판매했다는 남포에 껍질이 널려 있는 것은 당연했다. 이 껍질들은 다음해 굴이 자라는 보금자리가 된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바위에는 새끼손톱 크기의 홍합과 막 탱글탱글해지기 시작한 굴이 다닥다닥 붙었다. 시험 삼아 먹어봤더니 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이 크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모두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플랑크톤의 양분을 흡수하며 날마다 커 나가는 중이다.
갯벌은 정체되고 느린 듯해도 사실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공존한다. 작은 기포가 진흙 위로 솟아오른 구멍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리면 바닷게가 등장해 두리번거리고, 몸을 웅크린 고동을 들어볼라치면 다른 극의 자석을 떼어내는 것처럼 강하게 저항했다. 생명의 질서를 깼다는 미안함에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지만 쉽사리 땅에 밀착하지 못한다. 이럴 때는 무심하게 넘어가는 것이 상책인 듯싶다.
소등섬은 섬이라기보다는 육지가 바다로 침잠하기 전에 용틀임을 시도하며 치솟은 땅의 일부다. 섬을 넘어가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져 바다와 육지가 확연하게 나눠진다.
고을 사람들은 정월 보름마다 이 섬에 모여 수호할머니의 제사를 지내는데, 덕분에 수백 년 동안 조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를 모시는 당집에 들어가 나무를 훔쳐 게와 조개를 구워 먹은 아이가 죽었다는 신묘(神妙)한 전설도 전해진다.
서 정남쪽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육지의 끝인 만큼 방점을 찍기에 적합할 듯했다.
정남진은 도요지와 영랑 생가로 알려진 강진과 차밭으로 유명한 보성 사이에 끼인 형국의 장흥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에 탄생됐다. 하지만 아직은 말 그대로 경도 126°59′으로 국토의 정남쪽이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는 볼거리가 전무하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표지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울 듯했다. 정남진이 더 큰 명성을 얻으려면 아무래도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장흥의 바다는 사람을 기다린다.
▲ 토요풍물시장 =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는 전통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장흥에 들어섰다. '토요풍물시장'에서는 남도의 맛깔스런 음식과 아름다운 시골 정서를 즐길 수 있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는 상모돌리기, 줄타기, 남사당놀이 등 다양하고 특별한 공연이 관광객을 찾아간다.
▲ 주말 버스 투어 =
장흥군에서는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마다 무료로 버스 투어를 실시한다. 오후 1시부터 5시간 동안 이어지는 투어는 첫째 주 북부, 셋째 주 남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북부는 보림사, 탐진댐, 수인산성, 휴양림, 부춘정, 동학탑, 사인정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고 남부는 귀족호도박물관, 기양사, 옥섬워터파크, 정안사, 방촌전통문화마을, 천관산 문학공원, 정남진 등을 둘러본다. 군청 문화관광과로 신청하면 참가할 수 있다.
▲ 정남진 석화구이 =
겨울이면 장흥의 기름진 갯벌에서 자란 굴을 장작불로 구워먹기 위해 많은 이들이 방문한다. 속살보다 껍데기가 큰 석화는 즉석 불고기식으로 구워먹는데, 석화가 익어 껍질이 살짝 벌어지면 장갑을 끼고 뾰족한 칼로 껍질을 벌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굴을 꺼낸다.
4명이 실컷 먹을 수 있는 석화 1바구니에 2만 원. 아낙들의 손이 커서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갑절은 더 많고, 굴을 듬뿍 넣어 끓인 3000원짜리 떡국도 별미다. 12월 중순부터 2월까지 소등섬은 섬 전체가 트리로 장식돼 입뿐만 아니라 눈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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