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006년 11월 2일(목) 9:49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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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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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남희 |
| 김영하의 소설 제목을 빌리자면, 김남희가 돌아왔다. 집을 떠난 지 어언 3년 9개월. 중국·미얀마·파키스탄 등을 거쳐 스페인 산티아고와 중동을 지나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찍고 지난 10월 초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
킬리만자로에 표범이 없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돌아온 김남희. 그녀가 이번엔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할 일을 꾸몄다. '도보여행가 김남희 사진전'이 바로 그것.
<길, 그리고 女行>이라는 제목의 이번 사진전에는 그동안 김남희가 세계를 걸으며 만났던 사람과 세상의 풍경이 전시된다.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가회동 북촌미술관에서 열리고, 3일 오프닝 행사에서는 사진 경매를 한다. 이날의 수익금은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 치료를 위해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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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남희 |
| #1. 김남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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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보여행가 김남희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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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오마이뉴스 남소연 | 지난 10월 28일 인사동의 한 밥집에서 김남희와 마주 앉았다. 이날 김남희는 5시간 동안 막걸리 세 잔을 들이키며 걸어온 길과 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몇 개국 돌았냐?"는 질문 대신 "어떻게 여행하면서 에이즈 환자를 돕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한 곳에 머물며 살면 비슷한 처지와 환경의 사람들만 만나기 쉽다. 그러나 여행을 하면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에서는 어렵고 아픈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을 만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누며 사는 삶을 고민하게 된다."
사실 김남희가 걸으면서 타인에게 무심하지 않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9월에는 '작은 음악회'를 통회 티베트 노인 공동체를 도왔고, 작년에도 같은 행사를 통해 인도의 한 병원에 운영비를 보탰다.
이쯤 되면 일상과 길 떠남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길이 삶이고, 삶이 곧 길인 '길아일체'의 경지에 김남희는 약 8부 능선쯤 오른 듯했다.
김남희는 지금까지 4년 가까이 걸었다. 세계여행의 전반부가 끝난 셈인데, 오는 2월쯤 후반부 여행을 위해 스페인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곳에서 6개월 정도 어학공부를 하고 서북 아프리카와 산티아고의 다른 코스를 걸을 계획이다. 그 후에는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한다. 최소 3년 여정이 예상된다.
#2. '여자' 김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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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남희 | 대한민국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삶에서 이탈하면서부터 김남희의 길은 더 넓고 다양해졌다. 그렇다고 그 여정에 쉬운 건 아니다.
자신의 여행용 칼로 스스로를 찔러야겠다는 결심을 할 만큼 위험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소름도 확 돋게 한다. 다행히 김남희가 칼로 스스로를 찔러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김남희는 "가끔 격정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글을 쓸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특히 <오마이뉴스>에 실린 그녀의 '초기작'은 바로 그 격정적 분위기의 산물이기도 하다. 김남희의 글에는 눈물이 많고, 실제의 김남희는 유쾌하다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니다.
그러나 김남희의 사진은 격정적이지도, 발랄하지도 않다. 그녀의 사진 속 사람들은 수줍게 웃고 있거나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세상의 풍경은 아늑하고,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런 사진들은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가 잡아 챈 수줍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김남희의 사진이야말로 실제의 김남희와 가장 닮았다. 수다스러운 것 빼고.
#3. 김남희의 '行'
김남희는 술, 담배, 커피, 고기, TV, 도박 등을 멀리 한다. 모두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려울 만큼 중동성이 강한 것들이다. 이중 커피는 89년 대학 입학 때부터 멀리했다. 당연히 커피와 미국의 '유착' 때문이다. 고기를 멀리하는 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겠다는 개인적 실천의 하나다.
여행을 시작한 후에는 물도 아껴 쓰기 시작했다. 저개발 국가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렇듯 김남희는 보고 느낀 만큼 결단하고 행동한다.
사진전 제목 <길, 그리고 女行>은 단순한 카피가 아니다. 길을 나선 김남희의 여러 가지를 압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김남희는 자신의 사진전에 대해 "부끄럽다"고 했다. 걷기와 여행은 프로지만, 사진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녀가 사진전을 여는 건 "자신이 본 세상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다.
늦가을, 사진 감상하고 아프리카 에이즈 환자 돕는 지름길을 김남희는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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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김남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