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뉴스메이커 2006-11-10 15:06]
길 위의 날들
그 소리를 듣고 어부들이 배를 돌려 거문도에 이르면 그때 비로소 풍랑이 치고 해일이 일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화를 면한 어부들의 믿음처럼 당신도 큰 믿음 하나를 안고 돌아올 일이다. 끝의 끝에서 길은 또다시 새롭게 열리는 것이니.
에이아라 술비야/어기여차 술비로세…술비소리를 잘 맞구보면/팔십명 기생이 수청을 드네… 님을 맞구서 경사로세/에이하라 술비야 -거문도 뱃노래
길 위를 떠도는 모든 넋은 그 길 위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지 못한다. 설령 돌아볼 수 있다 할지라도 이미 길들은 지워지고 없다.
비록 영국함대는 1887년 러시아로부터 ‘한반도의 어느 곳도 점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후 철수하였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한반도 해역을 지날 때면 으레 한번씩 거문도에 들르곤 했다.
고도(거문도는 고도, 서도, 동도의 세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에 남아있는 영국군 수병묘지는 당시의 상황을 묵묵히 증언해주고 있다.
영국군 수병묘지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3기의 무덤 앞에 놓인 묘비명은 제법 착잡한 소회를 불러일으킨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벽안의 이방인들과 희한한 동거를 해야 했던 외딴섬 사람들의 처지도 그렇고, 이역만리 먼 곳에서 숨을 거두고 죽어서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17세 소년의 넋이 그렇고….
길 위의 모든 넋들은 스스로 배가 아니므로 그 빛이 나아가야 할 빛인지 돌아가야 할 빛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설령 분간할 수 있다 할지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리가 길을 가는 건 그 빛의 신호 때문이 아니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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