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1-17 12:18]
금을 찾아낸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겨자씨보다 작은 사금이었지만 횡재라도 한듯 기분이 들떴다. 대야에 모래자갈을 한삽 퍼담아 돌과 흙을 한참 골라내는 수고의 대가였다. 술과 초밥에 금가루를 뿌려 먹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금은 금이었다. 햇빛의 파편처럼 반짝거리는 사금은 아무리 봐도 싫증 나지 않았다.
소버린 힐(Sovereign Hill)은 호주의 민속촌으로 불린다. 1850년대 호주 최초의 금광 채굴지인 발라랏(Ballarat)에 골드러시 시대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몰려들었던 유럽, 중국 이민자들이 금을 제련하고 사금을 채취하던 금광마을이 수만 평 계곡 위에 복원돼 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19세기 풍경이 펼쳐진다. 흙길이지만 폭이 넓은 메인 스트리트 양옆으로 목재 건물들이 도열해 있다. 대장간, 식료품가게, 포목점, 우체국, 사진관, 양초공장 등이 골드러시 당시의 양식에 따라 세워져 있다.
소버린 힐이 여느 민속촌과 다른 점은 단순히 간판만 내건 전시용 시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각 점포와 공장은 골드러시 당시처럼 실제로 운영된다. 대장간에서는 말굽에 박을 편자와 징을 담금질하고, 양초공장에선 기념품용 양초를 대량으로 찍어내 말린다.
사진관에선 19세기 중반 유행하던 의상과 소품을 빌려 입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고, 우체국에선 엽서와 우표를 사서 한국으로 직접 보내는 일도 가능하다. 특히, 제련소에서는 5만 호주달러 상당의 금덩이를 녹여 다시 금괴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물에 식힌 금괴를 한번씩 돌아가며 만져보는 기회도 제공된다.
19세기는 건물 밖에서도 재현된다.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4륜 마차가 대표적이다. 서부영화에서 자주 보던 마차가 관광객을 태우고 마을을 5분마다 한바퀴씩 일주한다. 붉은 제복에 구식 소총을 둘러맨 군인들의 행렬도 볼 수 있다. 매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군악대를 앞세우고 메인 스트리트를 행진한다. 오전 11시 30분과 오후 3시에는 마을 전체가 울릴 정도의 요란한 총성과 함께 소총발사 시범이 펼쳐진다.
아이가 있는 가족여행객이라면 사금 채취장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채광지에서 흘러나오는 개울물에 금 알갱이가 섞여 있는데, 이를 골라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사금을 뿌려놓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금을 찾게 된다.
사금 채취는 조그만 대야에 개울의 모래자갈을 퍼담아 이리저리 흔들면서 돌멩이와 굵은 모래를 골라내는 방식이다. 금이 모래보다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장 밑바닥에 남는다. 그렇게 찾아낸 사금은 작은 유리병에 담아갈 수 있다.
소버린 힐이 겉과 속을 모두 옛것 그대로 채울 수 있었던 까닭은 독특한 운영방식 덕분이다. 설립 당시부터 비영리 지역단체가 마을을 운영해오고 있다. 안내원을 비롯해 소버린 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근 마을 출신의 자원봉사자다.
은퇴한 노인은 술주정뱅이 광부 흉내를 내고,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대학생은 몽둥이를 들고 경찰 역을 맡았다. 도끼로 장작을 패 수레에 실어 빵집으로 나르던 이들도 모두 매한가지였다.
Tip.
소버린 힐은 멜버른에서 북서쪽으로 약 110km 떨어져 있다.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데, 방학기간에는 운영시간이 연장된다. 안내데스크에 한국어 자료가 비치돼 있어 편리하다. www.sovereignhill.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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