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① 거룩하고 신나는 밤

피나얀 2006. 11. 24. 20:23

 

출처-[연합르페르 2006-11-24 10:56]




신은 독일인의 땅에 척박한 영토와 우울한 날씨를 선사했다. 여름에는 화창한 날이 계속되다가도, 겨울에 접어들면 어둠 속에서 스멀스멀 아침이 시작돼 오후 네다섯 시만 돼도 땅거미가 가라앉는 음침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철학이나 음악처럼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고 사색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들의 역사는 환경과 기후에 대한 적응의 결과였다.

 

문 밖을 나서자마자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 청량하고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동장군의 마중을 뒤로 하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도 매서운 추위가 녹록지 않은 듯 종종걸음으로 길거리를 오갔다.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리고 황량하게 남은 나뭇가지와 냉랭한 공기가 합리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독일인들과 닮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크리스마스 마켓을 경험하기 전까지 독일은 도무지 정감이 가지 않는 여행지였다. 도시를 설계할 때부터 마치 길손과 거주자 사이에 투명한 벽을 세워놓은 듯했다.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깊숙이 침투하려 해도 번번이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마켓을 '본다'거나 '구경한다'고 표현하지 않고, 굳이 '경험한다'고 서술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그네들의 숨겨진 진면목을 여과 없이 드러내주는 색다른 현장이기 때문이다.

 

남부 유럽에 와 있는 것처럼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데운 와인이 담긴 잔을 손에 들고 건배를 외치는 넉살은 '독일은 재미없는 나라'라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린다. 그 속에 있으면 첫 해외여행에서 느꼈던 설렘과 흥분이 다시금 고개를 든다.

 

독일의 전역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보통 11월 말에 개막해 12월 23일 전후로 끝난다. 성탄절에는 가족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기 때문에, 정작 크리스마스에는 문을 닫는다.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작고 귀여운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새는 도시마다 별반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엄연히 다른 것처럼 각지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고유의 색채를 띠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독일 사람들에게 긴 겨울을 따스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쁨의 축제이자 에너지를 북돋워주는 소중한 명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