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세계일보 2006-12-07 21:12]
서양에는 달 이름에 ‘R’가 들어 있지 않은 때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1599년 간행된 ‘버틀러의 식사지침’(Butler’ Diet’s Dry Dinner)에 등장하는 말로, 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얘기다.
산란기여서 크기가 줄어드는 데다 따뜻한 날씨에 상하기 쉬우니 먹더라도 꼭 익혀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굴을 얼마나 좋아하기에 먹지 말아야 할 때를 지정해 주는 것일까. 그만큼 굴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사랑받아온 먹을거리다.
레몬 즙을 뿌려 생으로 먹어도 좋고, 찜·구이·튀김을 해 먹거나 부추나 무를 넣고 국을 끓여 먹어도 좋다. 느끼한 서양 음식이나 기름진 중국 음식, 담백한 일본 음식, 매운 한국 음식에 고루 어울리는 굴은 가히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다. 싱싱한 굴 한 봉지로 오늘 저녁 식탁을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
# 굴은 바다의 우유
특유의 질감과 맛을 자랑하는 굴은 우선 영양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단백질이 대부분(84%)인 데다 조직이 부드러워 소화가 잘돼 ‘바다의 우유’라고 불린다. 뿐만 아니라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EPA, 성장기 아동 머리를 좋게 하는 DHA 등 불포화지방산도 풍부하다. 철분과 아연, 비타민도 많다.
굴의 철분은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는 것이 단점인데, 레몬 즙을 뿌리면 좀 더 쉽게 흡수된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즐겨 먹었다는 후일담에서 비롯돼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기도 한다. 굴요리 전문 프랜차이즈 ‘굴마을’의 장기조 대표는 “굴 요리는 누구나 좋아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데다 영양소가 풍부한 건강식이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 집에서 만드는 굴 요리
신선한 굴은 레몬 즙을 뿌려 그냥 먹어도 좋지만, 한국인은 아무래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입에 맞는다. 다른 조개들과 달리 해감할 필요 없이 흐르는 찬물에 씻어 상에 올리면 된다. 굴 한 봉지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굴밥 또는 굴국밥이 있다. 굴밥은 버섯, 완두콩, 당근 등 채소류를 다져 넣고 굴을 올린 후 밥을 지으면 된다. 콩나물밥 짓는 요령으로 굴만 더 넣어 지어도 된다. 간장에 다진 마늘과 파 등을 섞은 양념 간장을 만들어 입맛에 맞게 비벼 먹으면 된다.
굴국밥은 굴에 야채 육수를 넣어 끓인 후 두부, 부추, 대파 등을 썰어 넣어 가볍게 끓인 후 소금간을 하면 완성. 굴전이나 굴튀김은 알이 통통한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신선도가 떨어져 축 늘어지기 시작한 굴은 모양이 유지돼야 하는 전이나 튀김에 적합하지 않다. 신선하고 통통한 굴을 골라 밀가루, 계란, 빵가루 등을 입혀 지지거나 튀겨내면 된다.
# 특별하게 즐기는 굴요리
흔히 먹는 생굴이나 굴밥, 굴보쌈도 좋지만 좀 더 색다르게 즐기려면 세계의 굴 요리를 찾아보거나 굴 요리 전문점에 가 보는 건 어떨까.
강남 신사동 중국음식점 노독일처(02-517-4552)는 겨울철 굴 요리로 유명한데, 겨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굴 짬뽕과 굴 깐풍기를 주문한다. 굴과 부추를 듬뿍 넣은 굴 짬뽕과 굴을 바삭하게 튀겨 깐풍기 소스를 입힌 굴 깐풍기는 말랑한 굴의 촉감과 바삭한 튀김 옷, 매콤한 소스가 입 안에서 섞여 특별한 맛을 낸다. 최근 원래 자리에서 바로 옆 건물로 확장 이전해 연말 모임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일본 서민 음식점이나 주점의 대표적인 겨울 메뉴는 굴튀김. 빵가루를 입혀 노릇하게 튀겨낸 굴튀김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요리다. 명동 가쓰라(02-779-3690)는 국내에서 일본식 굴튀김의 맛을 가장 잘 살려낸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테이블이 몇 개 없는 작은 집이라 예약은 필수다.
굴전과 굴밥 등 한식 굴 요리를 선보이는 홍대 앞 돌꽃(02-324-5894)은 깔끔한 굴 정식이 추천할 만하다. 굴튀김, 굴전, 굴무침 등이 코스로 나온다.
신선한 굴을 마음껏 먹고 싶다면 굴 산지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은 굴밥이나 굴국이라도 신선한 굴을 듬뿍 넣어 만든 현지의 맛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굴의 70% 이상은 경남 통영산이다. 겨울이면 통영 연안부두와 여객선 터미널 근처 수십곳의 횟집 어느 곳에서나 싱싱한 굴 요리를 먹을 수 있다. 굴뚝배기, 굴전골, 매운 굴찜 등 특별한 메뉴도 많다. 통영시는 또 자체 인터넷 쇼핑몰인 ‘통영몰’(www.tyeshop.com)에서 연말까지 굴 기획전을 열어 구이, 전, 튀김, 탕, 밥용으로 세분화해 판매하며, 행사기간 중엔 덤을 얹어준다.
서해안 최대의 굴 산지인 충남 보령 천북에서는 국내 유일의 굴 축제도 열린다. 보령시는 10일까지 ‘제6회 보령 천북 굴축제’를 열고 있다. 축제에서는 생굴과 구이, 회, 국수, 탕수육, 삼겹 등 굴을 이용한 갖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양동이 단위로 판매도 한다.
관광객 즐길 거리도 마련된다. 축제 기간 동안 굴 요리 시식회와 굴까기 대회가 열리며, 주말에는 관광객 장기자랑이 열린다. 천북에서는 껍데기째 석쇠에 구워 먹는 굴구이가 유명하니 인근 횟집에서 꼭 맛보도록 한다.
통영과 천북 외에 굴 산지로 이름난 곳은 충남 서산 간월도. 간월도 어리굴젓은 옛날 임금님 진상품으로만 올랐을 정도로 이곳 굴은 고소한 맛이 난다. 이 일대 횟집에서는 굴밥과 어리굴젓이 주요 메뉴다.
‘굴사랑’, ‘굴천하’, ‘굴마을’….
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체인점이 부쩍 늘었다. 굴 요리 체인점들은 수십 가지의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생굴이나 굴튀김, 굴국밥, 굴보쌈 등 흔한 메뉴 외에도 굴해장국, 굴떡국, 굴샤브샤브, 굴탕수육 등 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를 내놓는다고 할 수 있다.
굴 요리 전문 체인점들은 여름에도 냉동 굴을 사용해 요리를 내놓지만, 제철 굴의 맛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체인점들은 일반적으로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알이 작은 굴 대신 산지에서 직송한, 알이 굵은 굴을 쓰기 때문에 크고 탐스러운 굴을 맛볼 수 있다.
굴사랑(www.iloveoyster.com)은 전국에 70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굴요리 전문 프랜차이즈. 식사류와 요리 등 50여가지의 굴 요리를 선보이며, 여러 가지를 한번에 맛볼 수 있는 굴정식도 인기메뉴. 여름에는 굴구이, 굴삼계탕 등을 내놓는다.
굴마을(www.gulgul.co.kr)은 서울에만 30여개, 전국에 50여개의 매장이 있다. 굴국밥과 굴수제비, 굴순두부 등 식사 메뉴와 생굴찜, 굴숙회, 굴낙지찜 등의 요리를 선보인다.
굴사냥(www.gulhunting.co.kr)도 수도권에만 80여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굴전, 생굴무침, 굴탕, 굴국수 등이 인기메뉴다.
수도권에 3개의 매장이 있는 굴천하(www.gulbada.co.kr)는 굴해장국, 굴삼겹찜, 굴반계탕 등이 대표 메뉴.
서울 남대문(02-778-1095), 용산(02-759-9049), 삼성동(02-3452-9932) 등에 체인점이 있는 김명자 굴국밥은 메뉴를 단순화해 성공한 곳. 굴을 듬뿍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국밥이 인기다. 굴국밥 전문점이지만 굴파전과 굴튀김 등도 내놓는다.
|
'♡피나얀™♡【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은한 홍차에 상큼한 사과가 '퐁당' (0) | 2006.12.11 |
---|---|
동지 음식 팥죽 (0) | 2006.12.09 |
월남쌈 (0) | 2006.12.09 |
뜨끈한 백합죽으로 겨울 입맛을 되찾다 (0) | 2006.12.09 |
클로렐라…피가 되고 살이 되는 '단백질의 보고' (0) | 2006.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