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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호박꽃, 메주덩어리 예쁘기만 하네?

피나얀 2006. 12. 13. 23:07

 

출처-[오마이뉴스 2006-12-13 11:35]  

 


▲ 아침 나절 가장 활짝 피어있는 호박꽃, 예쁘기만 하다.
ⓒ2006 김민수
예쁜 것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나는 늘 '못 생긴 것'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지만 그 '못 생긴 것들'이 간직하고 있는 예쁨을 보기 때문에 '못 생긴 것'에 대한 예찬론자가 아니다. 무엇이든지 가만히 들여다 보면 예쁜 구석이 있고, 반면에 못 생긴 구석이 있는 법이다.

"예쁘다 혹은 못 생겼다"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다. 결국 나는 못 생긴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예쁜 구석을 좋아하는 것이다. 흔히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낀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콩깍지가 끼면 당연히 사랑하는 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예뻐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예쁨 혹은 못 생김은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념적으로 미의 기준이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현대사회에서는 각종 매스컴을 통해서 자주 보여지는 스타들이 미의 기준이 된다. 그들을 닮기 위해서 성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이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를 갖음으로 자신도 통념적인 미의 기준선밖에 있지 않다고 느낀다.

현대인들은 또한 광고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자기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조차도 반복적인 광고를 무심코 듣다 보면 자기에게 꼭 필요한 것처럼 인식되고, 그 제품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뭔가 뒤처진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거나 현대인들의 삶과는 다른 속도로 살아갈 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것과는 다른 것들을 추구한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그런 삶을 현실로 살아가지 못하기에 동경의 대상이 된다. 간혹 시골에서 도시의 모든 편리함을 동시에 소유하려는 이들도 있지만 시골에 살고 있을 뿐 그들의 삶은 전혀 시골스럽지 않음으로 인해 오히려 그 곳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 옹기종기 매달린 메주들도 예쁘기만 하다.
ⓒ2006 김민수
자연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현대문명의 이기를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어느 정도'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양태와도 관련된 일이기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인데, 어떤 이에게는 편안한 것일 수도 있는 법이니 자연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현대문명의 이기를 전부 포기하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살든지, 또 무엇을 추구하든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 최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물론 꿈도 있고, 계획도 있지만 우리가 삶을 대충 살아가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 여기서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내가 예쁘다고 선택하는 것(그것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악한 것과 선한 것, 예쁜 것과 못 생긴 것은 주관적인 것이니 '이것 혹은 저것 둘다 옳거나 그르거나' 식의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못 생긴 것은 못 생긴 것이고, 예쁜 것은 예쁜 것이다.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전쟁, 그것이 두 말할 필요 없이 악한 것이듯 못 생긴 것과 예쁜 것은 주관적이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주변에는 못 생긴 것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들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아마도 '호박꽃'과 '메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우리네 마음 속에 깊이 내재해 있는 편견으로 인해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예쁨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곤 한다.

이런 것들이 어떤 사물에 적용될 때에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 누군가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못 생겼다고 하면서도 우리네 삶 속에 그들은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못 생긴'것의 편견이 사람들에게 적용될 때이다. 외모 혹은 경제적인 가난 등으로 인해 '못 생긴' 쪽으로 분류가 되어 불이익을 당하고, 손가락질을 당할 때 비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못 생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면 도태할 것이라고 위협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고와 위협은 불행하게도 모두 외형적인 것들에 치중되어 있다. 속내를 어떻게 예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것은 없고, 오로지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열광하게 한다. 이런 외형적인 부추킴으로 인해 우리는 끊임없이 소외된 삶을 강요당한다.

결국 충분하게 예쁜 이들조차도 외모콤플렉스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속내를 보지 못하는 사회,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듯 속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자연과 벗하여 살아가다 자연을 닮은 책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희망 우체통>, <달팽이걸음으로 제주를 보다>등의 책을 썼으며 작은 것, 못생긴 것, 느린 것, 단순한 것, 낮은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