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2006-12-21 09:48]
지난 11월 마지막 금요일. 뉘른베르크 훔푸트 광장의 시계가 오후 5시30분을 알리자 광장을 밝히던 불이 한순간 꺼졌다. 잠시 뒤 광장을 가득 메운 것은 성모교회의 종소리. 어린이와 연인들, 할아버지의 무동을 탄 꼬마까지 모두 조용해졌다. 이윽고 종탑 아래 테라스에 조명과 함께 금발머리의 소녀가 등장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전하며, 지금부터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겠습니다.”
가난한 소녀가 죽어서 천사가 됐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트 킨트. 텔레비전으로 이곳을 지켜보던 독일의 모든 가정은 크리스마스의 첫 촛불을 켠다. 가정에서는 4개의 양초를 준비하고 매주 금요일 하나씩 불을 켜면서 성탄을 기다린다.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 4주간 독일 전역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독일인이라고 불리기보다 바바리안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는 남부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을 돌아본다.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과 팔츠광장 마인카 방파제 등에서 열린다. 매년 3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데 이곳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393년 시작됐다. 각 지역마다 들어선 200여개의 매점은 수공예품, 예술품, 축제요리와 음료 등을 판다. 특히 사탕과자는 괴테가 좋아해서 바이마르에 있는 동안에도 그의 어머니가 정기적으로 보내줬다는 일화가 전해올 만큼 유명하다.
마켓을 둘러보기 전, 와인에 향신료와 꿀을 섞어 데운 글루바인을 한잔하면 추위를 녹일 수 있다. 글루바인을 담아주는 컵은 1유로를 내면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는데 각 도시마다 모양과 색깔을 해마다 달리 만든다.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와 수백년을 이어온 마켓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성 니콜라스 성당 발코니에서 매일 열리는 트럼펫 연주는 독일의 긴 겨울밤을 더욱 화려하게 장식해 준다.
◇하이델베르크=
하이델베르크 시가 내건 마켓의 주제는 ‘전통과 로맨스’. 구시가의 대학광장에서 열리는 마켓은 다른 도시보다 규모는 작지만 대학도서관, 예수회 교회, 마녀의 탑 등 눈을 돌리면 온통 유적으로 가득하다. 주변의 성과 교회 고택들은 불을 밝혀 찾는 이를 동화의 나라로 이끈다.
네카 강을 따라 강 양쪽으로 길게 발달한 도시는 깊은 역사만큼이나 많은 볼거리가 있다. 1386년 건립된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도시 인구의 4분의 1이 대학생이고 그중 10%가 유학생이라고 한다.
칼 테어도어 선제후가 1786년 세운 오래된 다리는 시의 명물. 또 하이델베르크 성은 팔츠 선제후들이 500년간 지낸 곳으로 괴테도 이 성을 7번이나 찾았다고 한다. 성 안의 정원은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유명한데 독일 사람들은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자랑한다.
◇슈투트가르트=
독일 남부 공업도시다. 하지만 도시 안까지 포도밭이 보이고 풀밭엔 양들이 노닐고 있다. 또 발레단과 바흐 아카데미, 교향악단으로 유명한 예술도시이기도 하다.
시청 뒤편엔 오래된 실내 시장이 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면 시장 안보다 밖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1692년 시작된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 최대 규모다.
과자와 인형, 양초, 크리스마스 장식을 파는 270여개의 가게들은 모두 특이하게 지붕을 꾸몄다. 예수 탄생의 마구간을 재현한 곳, 곰인형으로 꾸민 곳,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탄 산타 등 퍽 다양하다. 매년 지붕장식 콘테스트를 하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조명은 도시 전체를 크리스마스 나라로 바꿔버린다. 또 마켓 주변엔 회전목마와 범퍼 카 등 놀이동산도 꾸며지고 아이스링크도 만들어졌다. 매년 시장이 서는 첫날은 시장광장에서 음악회를 열어 이 도시가 음악도시임을 자랑하기도 한다.
◇로텐부르크=
‘중세의 보석’으로 불리는 작은 도시. 연 2백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2차대전 때 도시의 40%가 파괴됐지만 완벽하게 복원해 중세를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7세기 초에 지어진 성 남쪽의 슈피타르문과 성곽을 덮은 푸른 이끼,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보도는 세월의 두께를 짐작하게 한다.
3.4㎞의 성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 중심 마르크트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섰다. 산타 인형, 열쇠고리, 호두까기 인형, 오르골 등 깜찍한 물건들이 눈길을 빼앗는다. 워낙 작은 도시라서 크리스마스 마켓 자체는 금방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마켓보다 더 환상적인 공간이 있다. 크리스마스 마을로 불리는 캐테 볼파르트.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모든 물건을 파는 쇼핑몰이다. 성문 밖 부르크 공원에 서면 파스텔화처럼 잔잔한 느낌의 타우버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청 뒤편의 성 야코프 교회는 15세기에 지어진 고딕 건축물로 5,500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오르간이 유명하다.
중세범죄박물관에는 단두대와 정조대, 창피를 주기 위해 씌웠다는 동물가면 등 3,0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글루바인을 한잔 들고 중세의 공기를 만끽하며 도시의 골목을 누벼보면 어떨까.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도시는 단연 뉘른베르크다. 독일뿐 아니라 세계에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중앙광장에서 열린다. 특산물인 계피향이 나는 과자 ‘레프쿠헨’을 많이 판다. 군밤이나 팥 만두, 버섯 요리도 많다. 소시지와 독일식 커틀릿인 슈니첼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다른 지역과 다른 것은 어린이를 위한 마켓과 뉘른베르크의 자매도시들이 여는 마켓이 따로 열린다는 것.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는 부모들이 많다. 어린이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회전목마를 중심으로 장난감과 간식거리 상점이 늘어서 있다. 300개나 되는 가게를 돌아보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뮌헨=
남부 독일 최대 도시로 바이에른 공화국의 수도였던 만큼 매우 화려한 궁전과 성당 박물관, 미술관, 정원, 오페라하우스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85m의 탑이 우뚝 솟은 시청 앞 마리엔 광장에는 23일까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이곳 크리스마스 마켓의 역사는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고, 매일 오후 5시30분 시청의 2층 발코니에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또 크리프랄 시장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곳뿐 아니라 뮌헨공항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것. 벌써 8년째 열리는 시장은 이곳을 거쳐 가는 여행객들에게도 독일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전하고 있다.
이 시장은 다른 곳과 달리 내년 1월7일까지 열리게 된다. 한편 루프트한자 항공은 오는 3월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뮌헨으로 가는 직항을 주3회 취항해 우리와 더욱 가까운 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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