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2-21 10:03]
서늘함이 폭염을 밀어낸다. 건기가 시작되는 11월 무렵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인도 여행의 최적기다.
비가 내린지 몇주가 지났을까? 올드 델리(old delhi)를 에워싼 레드 포트(red port) 성벽 아래에선 흙먼지가 자주 회오리쳤다. 먼지바람은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성벽을 타고 오르지 못하고 힘없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오토릭샤의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에 실려 흩어졌다.
델리는 세련미 넘치는 상업도시 뭄바이와 달리 투박함으로 다가온다. 무굴제국시대의 구시가지인 올드 델리와 영국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진 뉴 델리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하루에 두 곳을 돌아보는 여정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현기증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올드 델리는 인도가 이슬람 세력의 침입을 받기 시작한 이래로 인도 역사의 중심지였다. 대륙을 도모하려는 야심에 가득찬 이슬람 지배자들은 야무나 강 부근에 성곽을 쌓고 사원을 지었다. 그 사원을 중심으로 길이 만들어지고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뒤이어 시장이 생겨났다.
찬드니 촉(Chandni Chowk)은 레드 포트가 세워질 당시 형성된 시장이다. 표석이 깔린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초행길이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꽃, 향료, 보석 등 갖가지 물품을 파는 상점들이 제각기 구역을 이루는데, 그 중 다리바 칼란(Dariba Kalan)은 수 대째 가업을 이어온 보석상들이 저울에 금과 은을 달아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뉴 델리는 20세기에 들어와 조성된 계획도시로 올드 델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코넛 플레이스(connaught place)와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를 중심으로 방사선도로가 뻗어나간다. 대로 양옆으로는 기업과 은행, 외국 대사관과 갤러리 등의 현대식 건물이 밀집해 있다.
파하르간지(Paharganj)는 올드 델리와 뉴 델리의 경계에 놓여 있는 대형 시장이다. 게스트하우스와 식당, 인터넷카페가 몰려 있어 배낭여행자들의 집합소로 알려져 있다. 좁은 골목길 옆으로 도열하듯 서 있는 주랑식 건물에는 옷, 가방, 신발, 보석,기념품 등을 파는 서너 평 크기의 작은 상점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다.
식당과 찻집, 과일과 야채를 파는 노점상도 즐비하다. 시장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아 혼잡하기 그지없다. 상인들과 관광객, 오토릭샤와 사이클릭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강물처럼 출렁거린다.
사이클릭샤를 타고 파하르간지를 관통해보면 인도가 얼마나 다양한 나라인지 가늠이 된다. 인도 대륙 안에는 현재 약 4000개의 서로 다른 문화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만 봐도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자의 몸에 두른 사리(saree)와 남자의 머리를 감싼 터번이 그것이다. 처음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눈썰미를 발휘하면 그것이 얼마나 천차만별인지 알게 된다. 신분과 직업, 출신 지역, 종교와 결혼 여부에 따라 사리와 터번의 소재, 색감, 두르는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다.
카스트는 이미 오래 전 제도적으로 금지됐지만 여전히 인도의 일상을 지배한다. 힌두교도들은 계급에 상관없이 카스트의 대물림과 굴레를 정당한 것으로 바라본다. 공기처럼 아주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여 그 안에서 숨쉬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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