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2-21 10:05]
화가이자 조각가인 샤크티 마이라(Shakti Maira)는 20여 년의 미국 생활을 접고 인도로 돌아왔다. 그는 시각적 즐거움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인도 작가들에게 매혹을 느꼈다고 했다.
"인도의 현대미술에는 어떤 문화적 유전자가 광범위하고 생생하게 깃들어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그 유전자의 원형질은 감각적 즐거움에 대한 지향입니다. 비주얼에 대한 고집스러울 정도의 집착이죠. 균형과 비례, 리듬과 조화에 대한 미학적 관점을 포함해서요."
인도 미술은 광대무변한 시간을 날줄로, 문화적 다양성을 씨줄로 삼는다. 그리스와 페르시아, 중국과 유럽 문화의 영향이 녹아들었다. 동서고금의 삶의 방식과 사유체계가 한데 어우러진,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형태다. 그리고 복잡다변한 문화적 혼성은 스스로 생명력을 발휘하며 지역에 따라 개별적으로 발현된다.
"인도의 28개 주와 7개 직할지는 제각기 고유한 자연환경, 언어, 관습의 토대 위에서 감성과 감각을 길러냈습니다. 그 개별성을 관통하는 보편성이 바로 시각적 아름다움의 추구이죠. 인도 작가들에게 그것은 확고부동한 절대선(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이푸르는 델리 남서쪽에 위치한 라자스탄(Rajasthan)의 주도이다. 광대한 사막을 품은 라자스탄은 지역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야생 공작의 날개처럼 원색의 강렬한 색감과 디자인, 독특한 문양을 심오한 단계로까지 발전시켜왔다. 건축과 미술품뿐 아니라 의류, 공예품, 도자기, 장신구, 카펫,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모든 생산품에 영감을 발휘해 다채로운 시각적 상징화를 일구어냈다.
산등성이 위 암베르 성은 걸어서 오르거나 붉은 망토를 두른 코끼리를 타고 오른다. 느릿느릿한 걸음의 코끼리 등에 앉아 성문 안으로 들어서면 비례와 균형의 미를 살린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색의 꽃이 만발한 정원을 지나 왼편으로 흰색대리석 계단을 오르면 보석과 거울로 치장된 왕과 왕비들의 침실이 나타난다.
침실대리석 벽면에는 방금 전 정원에서 보았던 화초들이 화려한 보석들로 구현돼 화석처럼 박혀 있다. 녹색 계열의 보석으로 표현된 줄기와 잎에는 생기가 감돌고, 붉고 푸른 원색 보석의 꽃잎은 만개해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회당을 떠올릴 만큼 넓은 공간의 벽면과 천장에 연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의 정원을 옮겨놓았다.
그리고 성 아래 인공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창문은 다각형과 별 모양이 기하학적인 대칭을 이루는데, 다가가 만져보면 하나의 석판을 쪼고 다듬어 조각해놓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가히 경이로운 솜씨다.
암베르 성의 호화로움은 17세기 무굴제국의 4대 왕 제항기르(Jehangir)의 방문에 얽힌 에피소드에서도 확인된다. 라자스탄은 10세기 이전부터 무사 계급 출신의 라지푸트(Rajput)들이 군웅할거하던 땅이었다. 암베르 성의 주인인 카츠와하 왕조 역시 부와 권력을 지닌 라지푸트 중 하나였다.
왕조의 계승자들은 북부 인도를 제패한 무굴제국과의 정략결혼을 통해 독자적인 지위와 기득권을 인정받았다. 종주국이자 사돈 집안인 무굴제국의 제항기르가 암베르 성을 찾아오던 날, 손님의 부러움과 시기를 피하기 위해 주인은 암베르 성 전체를 덧칠해 보석 벽화를 감추었다.
카츠와하 왕조는 인도의 지배자가 영국으로 바뀔 무렵 궁성을 자이푸르의 시티팰리스(City Palace)로 옮기는데, 이번엔 다른 이유에서 도시 전체를 덧칠한다. 19세기 중반 왕세자 시절의 영국 에드워드 7세가 자이푸르를 방문하자 뜨거운 환영의 표시로 시내 모든 건물을 분홍색으로 물들인다. 그로 인해 자이푸르엔 핑크시티(Pink City)라는 별호가 붙었다.
라자스탄의 수많은 성채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인도 대륙 밖에서 들어온 외래족이지만 강한 호전성과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해 라자스탄의 군웅할거 시대를 열었다. 무사의 후예를 자처하며 라자스탄 각지에 철옹성을 쌓고 자신들의 소왕국을 세워 군림했다.
12세기 중엽부터 16세기까지 회교도 외세인 델리 술탄국과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며 갖가지 신화를 남겼다. 조드푸르 성에 금박으로 양각돼 남겨진 여인들의 손도장이 대표적이다.
라지푸트의 부인들은 패전이 예상되면 자녀를 피신시킨 후 불타는 장작더미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라지푸트는 타고 남은 아내의 재를 얼굴에 바른 채 죽음이 기다리는 전장으로 돌진해갔다.
현재, 라자스탄에 대한 라지푸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영국 통치기를 거치면서 거의 사라졌지만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왕궁과 토지, 막대한 양의 보석과 문화재를기반으로 한 그들의 경제적 지배력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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