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아프리카① '천둥치는 연기', 달 무지개 낳다

피나얀 2006. 12. 27. 21:26

 

출처-[연합르페르 2006-12-27 11:51]




아프리카로 가기 전에 그곳은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땅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아프리카는 질병과 기아, 내전으로 얼룩진 땅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프리카 여행 후 몇 달간은 만나지 말자며 우려 섞인 농담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약간의 감기에 말라리아의 오해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아프리카가 두려운 곳이라는 선입견은 그렇게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이 아프리카를 그렇게도 위험하게 느끼도록 했을까?

 

그러나 한 항공사의 홍보담당자는 "언제일지 모르지만 꼭 한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라며 부러워했다. 여행자들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삼는 그런 땅이라고 했다. 무엇이 또 아프리카를 꿈꾸게 할까?

 

화성표면의 사진 한 장이 전세계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듯 우리에게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우리가 모르는 다른 지저세계라도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두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

 

원시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알려지지 않은 세계에 대한 본능적 호기심. 아프리카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 속에 한편으로는 두려움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호기심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기는 곳인 것 같다. 아프리카를 가보지 않았다면 검은 대륙이 품고 있는 매력은 발견하지 못한 채 이발소에 걸린 사진처럼 공허한 것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잠베지 강과 빅폴, 감탄 속의 섬뜩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를 출발한 비행기가 빅토리아 폭포(빅폴) 인근에서 갑작스런 폭풍우를 만나 30분을 선회했지만 비가 갠 그곳은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걸린 한여름이었다.

 

사방을 가로막은 지평선 어디를 둘러봐도 빅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시야의 한계만 느껴진다. 문득 멀리 지표가 갈라진 듯한 곳에서 뭉게뭉게 뿌연 구름이 솟아오른다. 마그마를 품은 화산 위에 걸쳐진 하늘처럼 폭포는 끊임없이 구름을 쏘아올리며 허공을 수놓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폭포를 향해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짐바브웨쪽 관광타운인 '빅토리아 폴스(Victoria Falls)'에서 택시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가벼운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기에도 그리 멀지 않다. 빅폴은 짐바브웨와 잠비아 사이에 걸쳐 있어 잠비아쪽 타운인 '리빙스턴(Livingston)'에서도 접근 가능하지만 짐바브웨쪽에서 바라보는 폭포의 모습이 훨씬 좋은 장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비옷과 우산, 얼린 생수를 파는 원주민 청년들의 무리를 뚫고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멀리에서 잡음 같은 물소리가 들려온다. 폭포에 다가갈수록 물소리는 홍수 때 수문을 활짝 연 소양강댐의 굉음처럼 변화되어간다. 5분을 채 걷지 않아 폭포는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잔잔히 흐르던 잠베지 강(江)은 낭떠러지를 만나 폭포를 잉태하고 화수분이라도 되는 양 하얀 물줄기를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물줄기는 폭 1천700m의 물기둥을 이루며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린다.

 

지척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꿈틀대는 물줄기가 달려들어 집어삼키기라도 할듯 어지러이 움직이며 현기증을 일으킨다. 물기둥은 물과 시야 사이에 수많은 무지개를 수놓고 희뿌연 물보라를 일으키고, 다시 구름이 되어 하늘로 향한다. '모시 오아 퉁야(천둥 치는 연기)'라는 현지 사람들이 폭포에 붙여준 이름에 꼭 들어맞는 광경이었다. 이게 폭포라는 것이구나! 위대한 자연의 경이 앞에서 국내의 내로라하는 폭포들이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천둥 치는 연기'의 경이로움

 

폭포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굉음으로 가로막았다. 인간이 거대한 자연 앞에 홀로 선 존재로서 자신과 만나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웅장함과 위용에 대적하지 말라는 경고라도 되는듯 말이다. 폭포와 마주한 산책길을 따라가자 빅폴은 더욱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하늘로 치솟던 물줄기는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폭포 아래 있지 않아도 폭포는 소나기처럼 온 몸을 적시며 위용을 과시한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눈길 돌릴 때마다 폭포는 무지개로 뒤덮인다. 보름달이 뜰 때면 나타난다는 신비한 달 무지개가 과장을 일삼는 여행안내서의 빈말만은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폭포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빠져 걷다 보니 소나기라도 맞은 듯 속옷까지 젖어 있었다. 빅폴 국립공원의 어느 전망대에서도 폭포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1천700m에 걸쳐 뻗어있고 시야를 가로막는 물보라 때문에 폭포는 쉽사리 온전한 형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잠베지 강이 쏟아내는 물줄기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2인승 수상 초경량비행기가 잠베지 강을 박차고 오르자 아프리카의 야성적인 바람이 머릿속까지 파고든다. 현기증을 느낄 여유도 없이 이내 아래로 거대한 폭포가 형체를 드러낸다. 열대의 푸른 초원 사이로 검은 잠베지 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폭포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잠비아 쪽의 구불구불 깊게 팬 협곡을 따라 강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검은 강물과 흰빛 폭포, 검은 강 위를 점점이 수놓은 초록색 섬들. 이를 배경삼아 솜사탕을 휘저어놓은 듯한 구름이 시간이 멈춘 듯 걸려 풍광의 묘미를 더한다. 하염없이 쏟아낸 강물이 바다를 배불려 대지를 집어삼켜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들 정도로 잠베지 강과 빅폴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섬뜩하다.

 

조종사의 손짓을 보니 멀리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30분 안에 폭풍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 해질녘이 되자 차가운 소나기가 뜨겁게 달궈진 대지를 훔치고 지나갔다.


초베 국립공원, 야생동물의 낙원

 

잠베지 강이 전하는 아프리카의 강 정취는 정겹고 낭만적이다.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품은 야성미 넘치는 구름과 먹빛 강물 위로 고요하게 반사되는 풍경은 선상여행의 운치를 더해주었다. 그러나 야생 동물들과의 조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멀리 수면 위로 머리를 디밀었다 사라져버리는 하마와 눈에 보일듯 말듯 화려하고 앙증맞은 열대 야생조류가 잠베지 강 선상 석양 여행에서 볼 수 있는 전부였다.

 

잠베지 강이 국경을 넘어 보츠와나에 들어서면 초베 강으로 이름을 바꾼다. 초베 강은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자연 다큐멘터리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하다. 국경 인근도시 카사네(Kasane)에서 4륜구동 트럭으로 이동한 후 오후 4시경 배에 올랐다.

 

야생동물을 찾아나서는 여행은 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해질녘과 아침 무렵이 가장 좋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부을듯 하늘은 먹장구름을 하나 가득 안고 있다. 잠베지 강의 잔잔함보다 더 고요한 초베 강의 수면을 배가 핥고 나아가자 잘 가꿔진 골프장처럼 널따란 초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초베 국립공원은 1만1천㎢로 보츠와나에서 야생 동물이 가장 다양한 곳이다. 물 속과 풀밭을 구르듯 움직이는 덩치 큰 하마, 말라 죽은 듯한 앙상한 가지 위에서 위엄있는 자태를 뽐내는 아프리칸 피쉬 이글을 비롯한 조류, 멸종위기의 영양종류인 푸쿠(Puku)와 악어, 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이곳을 주름잡고 있다.

 

갖가지 동물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동물들을 찾아다니는 항해는 흥미롭다. 돌연 잔잔한 강에 사나운 비가 들이치며 강물을 불린다. 하마들은 때를 만났다는 듯 물 속에 뛰어들어 우중 수영을 즐긴다. 배를 가까이 대면 하마는 육중한 몸을 물 속 깊이 담그고 모습을 감춰버린다.

 

인간의 호기심과 하마의 생존본능의 쫓고 쫓기는 싸움은 결국 시간의 한계에 직면한 인간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다. 아프리카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코끼리떼는 미처 우기가 끝나지 않은 날씨 때문에 사방이 어두워지도록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