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대관령 옛길…雪國의 매력에 흠뻑

피나얀 2007. 1. 4. 22:55

 

출처-[경향신문 2007-01-04 09:54]  




대관령을 넘는 길은 세가지다.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터널길,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고개를 넘는 ‘옛길’, 걸어서만 갈 수 있는 ‘진짜 옛길’. ‘진짜 옛길’은 대부분 끊겨 이제 5㎞ 정도의 숲속 트레킹 코스로만 남아 있다. 그래서 대관령 ‘옛길’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강원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부터 강릉시 성산면까지 13㎞의 옛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을 가리킨다. 이 길은 지난 2001년 대관령 터널 개통 후 456번 지방도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대관령 옛길은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출발한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대관령 옛길·양떼목장’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고가 아래에서 좌회전한다. 이름만 지방도로지, 한때 국가 기간 고속도로의 하나였다. 왕복 4차선으로 쭉쭉 뻗었다. 길섶의 언덕들은 흰 눈에 덮여 윤곽만 남았다. 미시령에선 한뼘이었던 눈이 대관령에선 무릎 높이로 높아졌다.

 

대관령은 워낙에 눈이 많은 지역이다. 습기를 머금은 구름이 황병산(1407m), 발왕산(1458m), 선자령(1157m), 능경봉(1123m) 같은 1000m급 봉우리에 부딪쳐 눈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시절의 눈은 때가 묻은 것처럼 거무스름했는데, 옛길이 되고 차량이 뜸해지면서 희디흰 제 빛을 찾았다. 겨울의 대관령 옛길은 말 그대로 ‘설국(雪國)’으로 가는 길이다.

 

눈만큼이나 바람도 거세다. 고개마루 직전에 나오는 옛 대관령 휴게소(하행선)에는 이정표 대신 큼지막한 풍력발전기가 한 대 세워져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풍력발전단지의 일부다. 대관령 풍력발전기는 49대. 2003년부터 시범가동한 삼양목장 일대의 4대를 합치면 53대다. 한해에 24만4400메가와트, 5만가구가 한해동안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해낸다. 국내 최대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다.

 

철거한 휴게소 건물 자리엔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세워졌다. 풍력발전 원리와 시설현황을 설명하는 안내판과 함께 어린이를 겨냥한 체험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바람으로 공을 띄워보고, 페달을 돌려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대관령 정상(832m)은 휴게소 시절에도 동해 전망대로 인기를 끌었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 완공을 기념해 세운 기념비 뒤로 강릉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왼쪽의 침엽수림은 평창국유림관리소에서 조성한 전나무숲 조림지다.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초록 나무들이 가지마다 눈을 이고 서 있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능경봉, 맞은편 상행선 휴게소 뒤편으로 가면 선자령이다. 휴게소를 지나 강릉 방향으로 500m쯤 내려가면 옛날 사람들이 넘어다니던 ‘진짜 옛길’이 나온다. 반정에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박물관까지 5㎞의 숲길. 능경봉, 선자령과 함께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코스다.

 

‘옛길’이 된 뒤로 지나가는 자동차의 수는 줄었지만, 눈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휴게소는 눈꽃 트레킹 출발지가 됐다. 양떼목장 입구이기도 한 상행선 휴게소는 평일에도 관광버스로 붐빈다. 휴게소는 철거했지만 가건물 휴게소가 새로 생겨났다. 라면도 팔고, 음료수도 판다. ‘옛길’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눈(雪)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길이 머무르는 길이 됐다. 옛길이 새 의미를 찾은 것이다.

 

▶여행길잡이

 

대관령 옛길(456번 지방도로)은 영동고속도로 횡계IC를 이용한다. 대관령 옛길로 강릉까지 가려면 456번 지방도로로 대관령을 넘은 뒤 강릉시 성산면에서 강릉방향 35번 국도를 타면 된다. 옛 대관령휴게소(하행선)의 신·재생에너지 전시관(033-336-5008)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한다. 입장료는 없다. 매주 월요일 휴관.

 

횡계는 황태요리와 오징어불고기로 유명하다. 이름난 식당이 두어곳 있지만 가격에 비해 맛과 서비스가 뒤떨어진다. 단체 관광객으로 붐빌 때도 많다. 숙식은 용평리조트 입구에서 해결하는 편이 낫다. 우리테마투어(02-733-0882)에서 매주 토·일요일 대관령 당일 여행을 떠난다. 서울에서 오전 7시 출발, 양떼목장과 정동진을 들른 뒤 태백역을 거쳐 돌아온다. 정동진~태백역 구간에서는 눈꽃열차를 탑승한다. 4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