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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7-01-0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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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고구마를 까서 먹고 있는 슬비와 예슬이. 아이들은 군고구마에 얽힌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그 맛은 기억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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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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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밤이 길어졌다. 덩달아 먹을거리도 많아졌다. 길거리에 나가면 온갖 먹을거리가 유혹을 한다. 그 중에서도 군고구마는 입은 물론 눈과 코까지 즐겁게 해준다. 훈김이 모락모락 묻어나는 군고구마는 정말 달디 달았다. 군고구마가 그리워졌다.
"애들아! 우리 군고구마 먹을까?" "좋아요."
슬비와 예슬이는 평소보다도 훨씬 큰 눈으로 반겼다. 하긴 고구마를 구워준 게 벌써 여러 달은 됐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었다.
"잠깐만 기다려. 금방 구워 줄께."
예전엔 가끔씩 사먹었다. 그러나 1년 전 집에 연탄보일러를 놓은 뒤론 몇 차례 구워먹었었다. 아이들도 지난 겨울 구워먹었던 그 고구마의 쏠쏠한 맛과 멋을 알고 있던 터였다.
마침 연탄불도 위에 올라와 있었다. 고구마 열댓 개를 씻어 은박지로 하나씩 싸서 연탄불 위에 올렸다. 담배 한 개비 피우는 사이 서서히 고구마 구워가는 냄새가 흘러나온다. 그 냄새에는 겨울밤보다도 더 긴 추억이 묻어났다.
장작불이나 짚불 사이에 던져놓고 구워내던 그 고구마. 그 때는 타진 것까지도 정말 맛이 있었다. 입 주변이 시커멓게 묻고 또 입술을 데우면서까지 먹던 그 맛이란…. 같이 먹던 동치미의 맛도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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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불 위에서 고소하게 익어가고 있는 고구마. 그것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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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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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고구마 익어가는 냄새가 와락 당긴다.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으로 퍼져나갔다. 연탄보일러 뚜껑을 열고 골고루 익도록 고구마를 뒤집어주었다. 며칠 전 퇴근길에 유혹하던 '길거리표 군고구마'의 그 냄새보다 훨씬 더 맛나게 풍겼다.
'사람들이 이 냄새에 끌리거나 어릴 적 추억을 그리면서 천 원짜리 몇 장쯤은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가보다' 싶었다. 불과 30여분도 되지 않았는데 고구마가 다 구워졌다.
"애들아! 군고구마 먹자."
순간 아이들은 하던 일을 팽개치고 달려왔다. 큰 아이 슬비는 뜨거운데도 불구하고 조심스레 껍질을 벗겨가며 먹기 시작했다. 작은 아이 예슬이는 "뜨거워서 먹을 수가 없다"며 껍질을 벗겨달라고 어린양을 부렸다.
옷을 벗기 시작한 군고구마는 촉촉한 속살을 드러냈다. 먹음직스럽게 찢어지는 걸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군침이 돈다. 역시 군고구마는 물고구마가 제격이었다. 밤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 밤고구마는 굽는 것보다 쪄먹어야 더 맛있다. 단단하고 물기가 적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군고구마가 역시 맛있다"며 금세 하나 둘씩 해치웠다. 아이들이지만 '입이 무섭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군고무마와 찰떡궁합인 동치미는 없었다. 하지만 옛날 그 동치미국물은 이미 다 입(말)으로 만들어서 마셔버렸다.
군고구마 전용 전자렌지도 나왔다지만 역시 고구마는 불에 구워먹어야 더 맛있었다. 장작불이나 짚불은 아닐지라도 연탄불은 그 냄새와 맛을 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날 저녁 아이들은 일기에 군고구마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꿈나라를 여행하면서도 방귀 선물을 했다. 그 고소하고 달디 단 추억의 군고구마 맛이 긴 겨울밤보다도 오래 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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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간식거리로 제격인 군고구마. 슬비와 예슬이는 앉은 자리에서 조그마한 군고구마를 대여섯 개씩 먹어치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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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이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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