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007년 1월 14일(일) 오후 4:51 [오마이뉴스]
딸아이는 처음에는 사촌언니가 하는 것을 유심히 보기 시작하더니 슬슬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가지고 이 놀이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난 딸아이의 놀이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기특해하기까지 했다. 언제까지나 아기인줄 알았는데 벌써 패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내심 대견해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언제부터였을까. 눈은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시킨 채 마우스만 딸깍거리는 딸아이의 모습이 마치 기계부속품과 같다고 느껴진 것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던 눈도 갈수록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하고 손의 움직임도 나태해지고 단조로워지기 시작했다. 왜 아니겠는가. 오른쪽에 있는 의상 아이템을 왼쪽으로 끌어다놓기만 하면 되는 과정의 연속이니 말이다. 다른 사람이 이미 다 차려준 밥상을 자신은 그저 먹기만 하면 되는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그 모델들의 천편일률적인 표정과 얼굴모습은 딸아이에게 획일적인 미인상을 심어주기에 딱 좋았다. 난 그 점이 우선 맘에 들지 않았다. 크고 화려한 눈, 오똑한 코, 앵두같은 입술, 모델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똑같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딸아이는 언제부터 그런 서구형 마스크가 미인형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여기에는 서구형 일색인 모델들이 중심이 된 이 인형놀이의 영향이 적지않음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렸을 적 내가 했던 인형놀이를 떠올려봤다. 처음에는 문방구앞에서 20원 하는 종이인형을 사곤했다. 행여 팔이라도 끊어질 새라, 손가락이라도 잘릴 새라 조심조심하며 가위로 인형과 옷 등을 오리고나면 그것들이 마치 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책갈피에 넣어 보관하곤 했다. 남자아이들에겐 딱지가, 여자아이들에겐 종이인형의 옷들이 학생들 사이의 인기도를 가늠하는 0순위가 되던 시절이었다.
첫째, 종이인형놀이에는 시들지 않는 즐거움이 있다.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종이인형놀이를 별로 하지 않았지만 그 전까지 내 또래의 아이들은 정말 지치는 줄도 모르고 인형의 옷을 수십번도 입혔다 벗겼다를 반복하면서 놀았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을 입히고 여기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재미 등은 여자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매력적인 놀이였다. 둘째, 종이인형놀이는 손가락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소근육을 많이 쓰게 되고 따라서 두뇌발달에도 좋다. 무엇보다 가위를 이용해서 옷을 오리기 때문에 손을 많이 쓰게 된다. 얼핏보면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것은 대단히 집중력이 필요하고 정교한 작업임을 알게된다. 또 옷을 어깨선에 맞춰 입혔다 벗기는 일도 얼마나 많은 손놀림이 필요한지 조금이라도 인형놀이를 해본 사람은 안다.
그날 조카아이와 딸아이 그리고 나는 가위를 들고 열심히 인형그림을 오리기 시작했다. 조카아이에게 물어보니 학교앞 문방구에서는 종이인형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어때, 앞으로 자기가 직접 만들어서 놀면 되잖아." 나는 조카아이에게 얘기했다. 오려놓고 보니 못생기고(?) 촌스러운 인형이 마치 내 친구인 듯, 옆집 꼬마인 듯 더욱 친근하고 살갑게 느껴진다. 아무 개성도 없고 추억도 없는 인터넷상의 모델들보다는 훨씬 정감있고 따뜻하게 느껴지지 아니한가. 그리고 인터넷 인형들의 옷보다는 조금은 덜 세련되었더라도 아이들의 상상력과 재치가 반짝 묻어나는 이 의상들이 내 눈에는 더욱 예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가위질을 하며 초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간 듯 추억에 잠시 잠길 수 있는 이 행복한 기분도 종이인형놀이가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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