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한국서도 펼쳐지는 ‘설원 위 개썰매’

피나얀 2007. 1. 18. 19:18

 

출처-[경향신문 2007-01-18 09:54]



정종환씨의 시베리안 허스키들이 강원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파리 목장 앞의 눈쌓인 길을 달리고 있다. 8마리가 끄는 개썰매의 속도는 시속 20㎞ 정도다.

1925년 1월 알래스카 서북단의 작은 마을 놈(Nome). 여섯살 난 이누이트 소년이 디프테리아로 숨졌다. 병은 빠르게 마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하나뿐인 병원에는 난생 처음 보는 이 병을 치료할 백신이 없었다. 1850㎞ 떨어진 앵커리지의 병원에 백신이 있었지만, 악천후에 비행기는 뜰 수 없었고 도로는 애초부터 나 있지 않았다. 철로는 앵커리지 북부 니나나에서 끊겨 있었다. 1400여명의 목숨이 위기에 놓인 것이다.

 

사냥꾼들이 개썰매를 끌고 나섰다. 백신은 니나나역에서 첫번째 개썰매로 옮겨졌다. 영하 40도의 강추위와 시속 100㎞의 강풍 속에서 열다섯 명의 사냥꾼이 백신을 이어받으며 쉬지 않고 달렸다. 144시간 만에 백신이 놈에 도착했다. 1248㎞.

 

평소라면 2주일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1973년 시작된 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는 한 마을을 구한 개썰매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앵커리지에서 놈까지, 반세기 전 사냥꾼의 개썰매 루트를 따라 달린다. 세계 최고 권위의 개썰매 대회다.

 

▲한국에도 개썰매가 있다

 

“이디타로드, 개썰매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경기입니다.”

 

방병철씨(36)가 애견 ‘부츠’의 털을 쓰다듬으며 꿈꾸듯 말했다. 강원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사파리 목장. 캐나다에서 머셔(개썰매를 조종하고 썰매용 개를 훈련시키는 사람) 교육을 받고 돌아온 방씨가 썰매개 15마리를 훈련시키는 곳이다. 올초엔 지난해 한국개썰매선수권대회 우승자 정종한씨(35)가 시베리안 허스키 8마리를 데리고 부산에서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왔다.

 

국내 개썰매의 역사는 7~8년에 불과하다. 썰매개인 알래스칸 말라뮤트와 시베리안 허스키가 애완견으로 인기를 끌면서 애완견 동호회에서 처음 개썰매를 시작했다. 현재 전국의 개썰매 동호회는 약 20여개. 개썰매 대회는 3개다. 대회 때는 50~70개 팀이 출전한다. 8마리 이상의 개를 거느린 팀은 10팀 정도다.

 

이디타로드는 1850㎞, 대부분의 국제대회는 300~400㎞다. 땅끝 해남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가 622㎞인 국내에서 개썰매 대회는 5㎞ 단거리 경주가 대부분이다. 8마리 개가 약 8분에 주파한다. 평균 시속 20㎞ 정도다.

 

미국·캐나다의 썰매개 훈련장은 200여마리 이상을 기르면서 날랜 개는 선수로, 느린 개는 관광 썰매용으로 키운다. 개썰매가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고 개인의 취미로 여겨지는 국내에서는 한 훈련장의 개가 30마리를 넘기 힘들다. ‘선수’만 길러내기에도 부족한 숫자다.

 

썰매개 훈련은 마라톤 선수 육성과 비슷하다. 정씨는 “눈이 없을 땐 바퀴 썰매를 달고 하루 10㎞, 눈밭에서는 썰매를 끌고 하루 4㎞씩 뛰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틀 훈련 뒤 하루는 쉬어준다. 먹이는 사료와 닭고기를 함께 준다.

 

개 수명은 10~15년이지만 썰매개로서의 전성기는 생후 30개월부터 6살까지다. 속도는 허스키가 말라뮤트보다 빠르다. 사파리 목장은 개들이 성견이 되는 내년부터 개썰매 체험을 운영할 계획. 이에 앞서 이달말부터 주말마다 대관령 스노우파크에서 개썰매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개썰매 경주 대회

 

눈 쌓인 평범한 논밭도 허스키가 앞발을 박차고 달려나갈 땐 알래스카의 평원처럼 보인다. 이달말부터 3주간 일요일마다 개썰매 경주대회가 열린다. 참관 입장료는 없다. 오히려 개썰매를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주최측으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다.

 

◇제4회 페디그리배 전국 개썰매대회=

 

대한썰매개연합 주최로 28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관령 스노우파크에서 열린다. 스노우파크 주변으로 4㎞ 트랙이 만들어지고 2·4·8마리 경주가 펼쳐진다. www.sdkorea.net

 

◇제7회 마이맬러뮤트닷컴배 개썰매대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개썰매 대회다. 2월4일 강원 횡성군 둔내면 둔내휴양림에서 열린다. 눈이 쌓인 청태산 임도를 달린다. 2·5㎞ 단거리 경주와 20㎞ 중장거리가 함께 마련된다. www.mymalamute.com

 

◇제3회 한국 개썰매 선수권대회=

 

대한독스포츠연맹 주최로 2월10일부터 이틀간 강원 고성군 화진포호에서 열린다. 얼어붙은 호수가 무대. 개 8마리가 썰매를 끌고 5㎞ 트랙을 질주하는 경기가 하이라이트다. 100여팀이 출전하는 국내 최대 개썰매 대회다. www.kfss.or.kr

 

▲개썰매 체험하기

 

국내 개썰매 체험은 아직까지 ‘맛보기’ 수준이다. 방씨는 “관광용으로 700m 트랙만 계속 돌다 보면 개들이 70㎞, 700㎞를 달려야 하는 장거리 대회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캐나다 북부의 개썰매 체험은 대부분 간단한 머셔 훈련을 받은 뒤 직접 개썰매를 몰고 10㎞ 이상 달리는 반나절짜리 여행상품이다.

 

국내 개썰매 체험은 축제 행사장 등에서 개썰매 짐받이에 앉아 300~800m를 달려보는 정도다. 최근엔 개썰매 체험을 할 수 있는 레포츠 펜션도 나오고 있다.

 

◇700빌리지 펜션=

 

말라뮤트가 끄는 썰매를 타고 산속 임도를 달린다. 개 한마리가 눈썰매용 플라스틱 썰매를 끌어주는 체험은 1인 1만원. 2·4·6마리가 끄는 진짜 썰매를 타는 머셔 체험은 30분에 2만5000원 정도다. 타는 사람이 직접 개썰매를 조종한다. 예약이 넘쳐 주말은 펜션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다. www.700village.co.kr

 

수상스키 전문 레포츠 펜션으로 이달 말부터 개썰매를 운영한다. 말라뮤트 6마리를 지난해부터 훈련시켰다. 얼어붙은 청평호 위를 2㎞ 정도 달린다. 가격 미정. www.mdbali.com

 

◇태백산 눈축제장=

 

시베리안 허스키 4~6마리가 썰매에 사람을 싣고 내리막길을 200m 정도 내려온다. 올라갈 땐 스노모빌에 래프팅 보트를 단 스노모빌 래프팅을 이용한다. 소인 4000원, 대인 5000원. 1월26일부터 2월4일까지 운영하며, 주말엔 하루 400~600명이 몰려든다. www.huskyland.co.kr

 

이밖에 ‘북극체험전’을 열고 있는 부산아쿠아리움(www.busanaquarium.com)에서도 2월4일까지 매일 4회 무료 개썰매 체험을 실시한다. 바퀴 썰매를 타고 해운대 메리어트 호텔 앞 광장을 한바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