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7-01-18 10:02]
“어릴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가 앞이 뻥 뚫린 마루에서 낮잠 잤던 기억이 자꾸 나는 거예요” “앙상한 겨울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더 예뻐 보이는 것처럼, 처마 끝에 걸린 구름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설레요” “피곤하면 등 지지러 찜질방 찾게 되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왜 한옥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나같이 둥글둥글했다. 거창한 철학이나 날 선 논리가 빠진 자리는 ‘그냥 기분이 좋아서’ 같은, 소박한 감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이고, 앙증 맞아라. 가회동 31번지 ‘쌍희재’에 들어선 순간, ‘딱 이 정도면 좋겠다’ 싶다. 대지 25평에 건평 15평. 초미니 사이즈지만, ‘워낙 비례미가 좋아’ 균형 잡힌 단단함을 자랑한다. 아파트 15평, 25평과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이 넓어 보인다. 마당은 4평쯤 되나. 작아서 더욱 예쁘고 작아서 특별한 조경이 필요 없다. 소박한 야생화가 더 잘 어울린다.
집주인 유승은(35)씨는 “미스김 라일락, 채송화, 바늘꽃이 핀다”고 소개했다. 집이 작으니 한옥의 그 신비로운 ‘집 속의 집’ 구조라든지, 다락은 없다. 그래도 한옥의 주인들이 ‘저 맛에 한옥 산다’며 올려다 보는 서까래, 달빛이 은은히 비치는 종이문, 벽장은 다 있다. 유씨는 특히 “한 여름에 문을 열고 발을 드리워 놓으면, 절로 ‘아 좋다’ 싶다”고 했다.
부엌(싱크대 위로 수납장을 한 줄 더 짜 넣었다)과 화장실(유리 샤워부스와 해바라기 샤워기를 설치했고, 한쪽 벽은 강렬한 빨간색이다)은 최첨단이다. 안방에는 썩을 염려가 있는 장판지 대신 코르크를 원료로 한 영국산 ‘마모륨’을 깔았다. 장판과 느낌은 거의 똑같다. “한옥은 춥다, 습하다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집주인은 “그러나 벌레는 아파트 살 때 보다 확실히 많이 본다”며 “그냥 같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은씨의 ‘쌍희재’는 싱글에겐 넉넉하고, 부부에게 딱 좋은 공간이라 친구들이 ‘미안해 질 정도로 부러워한다’고, 그래서 ‘남들을 잘 초대하지 못한다’고 한다. 잡상인이나 도둑 들 걱정은 별로 없다. 그런데 한옥이 신기하고 부러운 외지인들 때문에 놀라곤 한다. “문 열어 놓으면 어느새 사람들이 마당까지 들어와 사진 찍고 있다니까요.”
역시 가회동 31번지에 있는 최미경씨(삼청동 레스토랑 ‘8 스텝스’ 오너·요리전문가)네 한옥은 2층집이다. 2층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안방과 거실, 주방 등이 있고 아들 둘이 생활하는 아래층은 방 두 개로 꾸몄다. 한옥 구조와 아들의 전자 드럼이 근사하게 어울린다. 1960년대 ‘집 장사’들이 늘린 50평 대 한옥을 최씨는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지었다고 한다.
구입은 2002년 했지만 어느 정도 손을 봐야 하는지 전문 업체와 상의해 결정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집을 짓는 과정에서는 “어떻게 한옥을 두 개 층으로 만들 수 있나”는 이웃들의 반발과 민원으로 몇 차례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여백이 많은 한옥 구조상 한 층 만으로는 네 가족 살 공간이 나오지 않아 집을 2층으로 올렸다.
경복궁 돌담길 맞은편 소격동 한옥 ‘효재(效齋)’의 나무 대문을 열면 ‘삐그덕’ 소리와 정겨운 풍경(風磬)의 울림이 손님을 맞는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48)씨의 작업실이다. 이씨가 직접 꾸몄다는 18평 한옥은 옛날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 일부러 ‘복고’ 분위기를 낸 듯 구석구석 반질반질, 극성스런 손길이 느껴진다.
기와로 가린 수도꼭지에서 놋대야 위로 졸졸 물이 흐르는 작은 정원, 바닥에 앉아서 그릇을 씻도록 개조한 부엌, 도라지 캐다 구했다는 돌을 켜켜이 붙인 차실의 벽 등에서는 건축가가 ‘컨셉트’를 정해 말끔하게 개조한 한옥과는 다른, 좀 더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강남 고급 일식집 같은 분위기로 탈바꿈할까봐 전문 인테리어 업체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어요. 집을 손보는 동안은 너무 힘들어서 징징 울고 다녔지만요.”
시멘트 마당에는 부직포를 깔고 마사토를 얹은 후 야생화를 심었다. 아이비 몇 뿌리를 흙에 묻어 두었더니 2년 사이 크게 자라 담을 넉넉히 덮었다. ‘골드스타’ 에어컨과 ‘용건만 간단히’라고 적힌 구식 전화기 등 소품도 재미를 더한다. 이씨는 거실 한 켠에 있는 벽돌 벽난로를 보며 “한옥과 벽난로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뜯어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씨는 남편 임동창씨(피아니스트)와 함께 사는 경기도 용인의 보금자리와 ‘효재’ 사이를 매일 4시간씩 걸려 출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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