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매거진t 2007-01-30 09:00]
<하얀거탑>의 와인
요즘 TV에 등장하는 술 중 최다 출연은 아마 와인이 아닐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연인>에서 미주(김정은)가 세연(정찬) 대신 나온 남자와 선을 볼 때 마신 것도 와인이었고,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회춘한 순애(박진희)는 옛 애인 앞에서 와인에 취해 주정을 해댔다. 그리고 <열아홉 순정>의 윤명혜(윤여정)는 뭔가 열받는 밤이면 주방에 홀로 앉아 와인을 딴다. 예전 같았으면 선보는 자리에선 주스나 커피요, 고민이 많은 날 주방에 앉아 따는 술은 모두 양주가 아니었던가. 지금은 너무나, 누구나 와인이 대세인 것이다. <하얀거탑>의 역사는 와인바에서 이루어진다.
와인의 TV출연은 요즘 급인기인 <하얀거탑>에서도 최고조에 이른다. <하얀거탑>은 아시다시피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인기 드라마의 판권을 사와 약간의 각색을 해서 만든 메디컬 드라마인데 우리 현실에 맞게 조율을 하다 보니 소소하게 원작과 다른 설정들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준혁(김명민)의 불륜상대인 희재(김보경)가 와인바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단지 그냥 고급 술집 마담 정도였지만 각색한 <하얀거탑>에서의 희재는 조금 더 우아하고 세련됐으며 쿨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풍겨야 했고 또 2007년 오늘을 드라마에 그대로 반영해야 하기에 와인바 주인으로 설정이 된 것이다.
주인공과 내연의 관계인 여자가 와인바 주인이다 보니 <하얀거탑>에서는 유난히도 와인 관련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준혁과 희재가 밀담을 나누는 곳은 멋진 와인 셀러, 준혁의 외과 과장 승진을 앞두고 희재와 준혁이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고급 샴페인이다. 또한 의사들의 크고 작은 회식에도 꼭 와인이 등장하며 민국(차인표)과 윤진(송선미)의 식사 자리에서는 민국의 깊이 있고 화려한 와인 지식을 살짝 엿볼 수도 있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와인, 무엇을 마셔볼까?
이렇게 와인은 우리 일상에 참 가까이 와 있다. 마치 1990년대 초반, 소주방이 유행하던 시절만큼이나 수많은 와인바가 문을 열고 닫으며 삼겹살집에도 와인이 빠지지 않고 주류 메뉴에 들어 있기도 하다.
너무나 가볍게 시류를 타는 것은 아닐까 우려도 되지만 그나마 이런 와인바의 열풍 속에 다행인 것은 와인은 비싸고 사치스러운 음식이라는 인식을 벗고 좋은 와인들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마트에 가서도 장바구니에 와인 한 병쯤 담는 모습이 익숙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좋은 와인은 와인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지만 때로는 계절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형해서 즐기는 와인도 꽤나 즐겁다. 여름에는 와인에 과일과 시원한 소다를 넣어 스페인 스타일의 시원한 샹그리아를 만들어 먹으면 무더위도 어느덧 사라지게 되고, 겨울에는 와인에 오렌지와 향신료를 넣어 독일풍의 따끈한 와인인 글뤼바인을 즐기며 추위를 달랠 수가 있다.
특히 글뤼바인은 우리가 겨울철 따끈한 정종 한 잔을 즐기는 것처럼 독일 서민들이 흔히 즐기는 음료인데, 독일에 겨울이 찾아오면 오렌지와 향신료 향기 가득한 따끈한 와인을 파는 포장마차가 줄을 잇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정점으로 독일의 겨울 거리를 훈훈하게 만든다. 겨울철, 몸에 좋고 입에 맞는 와인 글뤼바인글뤼바인에 들어가는 재료는 오렌지, 정향, 계피 등인데 오렌지가 들어가 비타민을 보충할 수도 있고, 정향과 계피 등의 향신료는 몸과 입 안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마시면 효과가 좋다.
그래서 몸이 좋지 않을 때나 스키장같이 추운 곳에 여행을 갈 때는 꼭 준비해 간다는 글뤼바인은 이름은 복잡하지만 만들기는 매우 쉬운 음료다. 마치 우리가 생강차나 사과차를 끓이듯 손쉽게 만들 수가 있고 그 맛 또한 달콤하고 향기롭다.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는 요즘, 오락가락하는 감기 앞에 글뤼바인 처방을 내려봄은 어떨지. 의사가 필요 없는 따뜻한 감기약이 바로 글뤼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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