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2-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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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을 담은 달집태우기. 훨훨 타올라라, 내 소원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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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강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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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단다. 남녘에선 꽃 소식이 연일 터져나온다.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앞선다. 앙상한 나무가지를 느러낸 겨울이 지루할 법도 하니 그런 마음이 생기겠다.
하지만 우수가 지났다고 봄일까. 꽃은 피었으되 땅은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다. 언 땅이 몸을 풀려면 적어도 경칩은 지나야 한다. 땅도 푹 쉬어야 그해 농사에 힘을 낸다.
엉청 뜬 보름달에 미천한 소원하나 빌어보자
음력으로 아직은 정월 초, 겨울이다. 정월 초부터 보름간은 옛부터 축제의 기간이다. 그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정월대보름 달맞이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정월 초에서 보름까지는 웃사람들과 지인들께 인사를 다니는 기간이었다. 서로 덕담을 건네며 한해를 축원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 기간의 마지막날인 정월대보름은 동네 사람이 모두 모여 마을의 안녕을 비는 날이다. 악귀를 몰아내는 지신밟기는 마을 전체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비는 것이고, 소원지를 담은 달집태우기는 본인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행사다.
휘엉청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순간만은 마른 풀처럼 견뎌내온 민중들의 한풀이이며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시간이다. 새로운 희망을 함께 꿈꾸는 일은 민중의 또 다른 역사이다.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손곡리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2007 손곡리 정월대보름 달맞이 굿'을 연다. 대보름 행사는 일요일(3월 4일)에 열리지만 지신밟기는 3월 1일부터 시작된다.
기자가 손곡리 정월대보름 달맞이 굿을 주목하는 이유는 대보름 굿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이들의 중심에 '광대패 모두골'이 있기 때문이다. 광대패 모두골의 탄생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주 지역의 민주화 성지라 할 수 있는 카톨릭 원주교구엔 지학순 주교가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고, 지근거리에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김지하 시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곁엔 민주화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이 있었고, 그들 중엔 광대패 모두골을 이끌고 있는 이지원과 정대호가 있었다. 북채를 갓잡은 이들은 집회가 있는 곳이면 앞장을 섰고, 그때의 일은 지금에까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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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대보름 행사에 참여한 본인. 눈을 왜 감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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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강기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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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집에 소원지 달기. 올해도 작년처럼 열심히 놀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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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모두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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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곡 이달의 꿈을 찾아 떠나는 손곡리 기행은 정월대보름 행사의 덤
민중의 아픔을 해원하기 위해 스스로 광대가 되어야 했던 이들의 삶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키고자 했던 것이 있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광대의 삶은 그들의 가족까지 힘들게 만들었다.
연습실을 구하지 못해 이리저리 떠돌기를 여러차례, 보따리를 싸면서 흘렸던 눈물도 많다. 그런 그들이 마지막으로 자리잡은 곳이 부론면 손곡리다. 손곡리는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스승인 손곡 이달이 태어나고 살았던 마을이다.
높은 학문적 성과를 이루고도 서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관직에 등용되지 못했던 이달은 민중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했던 당대 최고의 시인이다. 허균에게 제도에 대한 저항과 민중의식을 심어주었던 이달과 광대패 모두골의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 싶다.
광대패 모두골은 손곡리에 터전을 잡으면서 마을의 문화를 바꾸어 놓았다. 조용하던 손곡리는 모두골로 인해 변화의 바람을 타고있다. 그 변화라는 게 모든 것을 바꾸는 게 아니라 잊혀지고 있는 우리의 문화를 끄집어 내는 일이라 더욱 반갑다.
충청도와 경기도, 강원도 삼도가 접해있는 부론면의 특성을 살려 삼도 생협이 만들어졌으며 2003년부터 시작한 '정월대보름 달맞이 굿'과 '남한강 풍류난장 굿'은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들이 이번 정월대보름을 맞아 손곡리 일대에서 또 한번 큰일을 낸다. 마을 사람과 외부 관광객을 불러모아 민중적이면서도 걸죽한 한판 대보름맞이 굿판을 펼친다. 이들이 벌이는 굿판은 수준도 높다.
대보름날인 3월4일 오전 10시 손곡 이달과 임경업 장군 시제를 시작으로 장승굿, 대동놀이,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이땅에서 전승되고 있던 대보름놀이가 다 준비되어 있다. 술판을 곁들인 뒤풀이까지 감안하면 끝나는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축제다.
부론면은 둘러볼 곳도 많은 곳이다. 손곡리엔 손곡 이달의 시비와 그가 살았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이웃마을인 법천리엔 고찰인 법천사지가 있다. 법천사지와 이달의 흔적만 만날 수 있어도 부론면 기행은 풍요롭다.
이번 주말 광대패 모두골이 꿈꾸는 세상인 '이달의 꿈'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보름달의 기운을 맘껏 마셔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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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메를 내리치는 어린 친구들. 인절미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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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모두골 |
손곡리 정월대보름 달맞이 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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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보름(3월 4일) - 본 행사 . 임경업장군, 손곡 이달 시제 - 10시 . 장승 굿 - 10시 30분 . 마을 척사대회 - 11시~오후 4시 . 민속놀이 : 널뛰기, 연날리기, 짚 놀이, 떡메치기, 망우리 돌리기, 감자. 고구마. 밤 구워 먹기, 쥐불놀이, 짚 공예 놀이, 즉석 풍물 배우기, 제기차기, 소원 소지 쓰기, 횃불놀이, 불 넘기 . 대동놀이 : 길쌈놀이 / 차전놀이 / 거줄 다리기 / 강강술래 / 집단 난장 . 공연거리 : 연합 풍물 패 판굿, 모듬 북 공연, 연합 태평소 연주, 오카리나 연주, 입춤 . 달집 태우기 :
- 부대행사 . 전시행사 : 2004년-2006년 대보름 굿 사진 전 . 체험행사 : 가훈쓰기,소원 그림 그리기(대형 걸게), 관광 트렉터 타기, 영화관람 - 기타 . 판매장 설치 : 지역 농산물과 특산물, . 주막 운영 : 손곡주와 안주, 커피, 컵라면 등
- 식당운영 . 식권 발매 : 마을 분들과 외지 분들 색깔로 표시
- 행사문의 : 017-370-0832 또는 다음카페 '광대패 모두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