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AYARN™♡ 【TODAY 스크랩】

【TODAY 스크랩】 "처음 보는 꽃이지? 복수초라는 꽃이야"

피나얀 2007. 3. 6. 20:43

 

출처-[오마이뉴스 2007-03-06 09:35]



▲ 우리 학교 화단에는 '영원한 행복'이란 꽃말을 가진 복수초가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2007 전갑남
촉촉이 비가 내렸다. 봄비를 단비라 한다. 목마른 대지에 비가 내리니 환한 웃음소리라도 들리는 듯싶다. 눈을 부풀린 나뭇가지도 잠에서 깨어난 듯 한결 싱그럽다. 이번 비로 봄은 성큼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서리라. 꽃샘추위쯤이야 며칠이나 가겠는가?

봄비와 함께 만물이 소생하고 있다. 가뭄 끝에 비를 흠뻑 맞아 나무에 움이 트고, 꽃을 피울 채비로 부산한 것 같다.

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제 할 일을 다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따스한 기운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까? 자연의 지혜가 놀랍다.

학교 소나무 숲에 새들이 지저귄다. 소리만 요란할 뿐, 녀석들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디에 숨어 있을까? 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가자 푸드덕 날아가는데, 여간 잽싸지 않다. 이제 숲도 남을 녀석은 남고, 떠날 녀석은 떠나고, 또 새 식구를 맞아들일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숲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화단에 핀 복수초야! 반갑다

생기 넘치는 3월이 왔다. 학교도 왁자지껄하다. 3월은 새 학년이 시작된다. 신입생을 맞이하고, 선생님들도 많이 바뀌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가 생동감이 있다.

학교 화단에 복수초가 노란 꽃을 피웠다. 점심시간, 꽃을 쳐다보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신입생들이다. 새 교복을 입은 모습이 단정하다.

"선생님, 벌이 날아왔어요?"
"그래? 봄이 왔구나! 그렇지?"

꽃을 찾아 나온 벌들을 보니 너무 반갑다. 벌들도 겨우내 집에서 웅크리고 지내다 날이 따뜻해지기를 무척 기다렸을 것이다. 따스한 봄기운에 나들이 나온 벌이 꽃을 보고 얼마나 반가웠을까?

▲ 신기한 듯 복수초를 보고 있는 학생들이다.
ⓒ2007 전갑남

▲ 복수초에 벌들이 봄 나들이를 나왔다.
ⓒ2007 전갑남
"그런데 선생님,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처음 보는 꽃이지? 복수초라는 꽃이야."
"복수초요?"

학생들은 원수를 갚는다는 의미의 복수를 생각한 모양이다. 화사한 노란 꽃에 어울리지 않은 이름이 의외라라는 듯 짐짓 놀라는 표정이다.

"복수초는 복 복(福)자에 목숨 수(壽)자를 쓰는 꽃이야. 그러면 무슨 뜻일까?"

한 학생이 머뭇거리다 대답한다.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 아니에요?"

바로 알았다고 칭찬해주자 얼굴이 환해진다. 학생들이 꽃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한결 진지해졌다.

"복수초를 잘 관찰해 보면 특이한 점을 알 수 있어! 숙제 하나 내줄까? 하루에 세 번 관찰해보는 거야. 아침에 등교할 때 보고, 점심 때 보고, 또 하교할 때 보고. 그때마다 꽃모양이 어떠한가 살펴보는 거야."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는 의문을 남겨주자 궁금해 한다. 예사로 보았던 것을 호기심을 갖고 바라볼 것 같다. 시작종이 울리자 나풀나풀 뛰어간다. 학생들이 어떤 대답을 해올지 기대된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 복수초

▲ 화단 앞쪽에 일렬로 복수초가 심어져 있다.
ⓒ2007 전갑남
우리 학교는 화단에 복수초를 심어놓았다. 며칠 전부터 화단 곳곳에서 무서운 기세로 복수초가 올라오고 있다. 땅을 불쑥불쑥 뚫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양지바른 곳에선 화사한 꽃을 먼저 피워 한창 멋을 부리고 있다.

관상수가 심어진 화단 앞쪽으로 줄을 맞춰 심은 복수초가 올해는 많이 번진 것 같다. 작년 보고 올해 또 보지만 헤어진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고개를 곧추세우고, 임금님의 곤룡포 색깔이 연상되는 노란 색으로 멋을 부리는 폼이 눈을 부시게 한다.

봄기운을 알아차리고 놀라운 생명력을 발휘한 복수초다. 신입생을 맞이하는 3월에 때맞춰 꽃을 피워 학교분위기가 확 살아난 것 같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복수초는 참 신비스런 꽃이다. 남녘의 동백꽃이나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해올 즈음 하얗게 눈 쌓인 산 언덕배기에서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꽃 달력의 첫 장을 장식하는 야생화다.

▲ 복수초의 아름다운 모습
ⓒ2007 전갑남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해당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눈과 얼음 속에서 피어난다 하여 얼음새꽃 또는 눈색이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눈 속에 피는 연꽃과 같다고 하여 설연(雪蓮)이라는 이름도 가졌다.

복수초는 보통 30cm 정도까지 자란다. 여느 꽃과 마찬가지로 열매도 맺는다. 한여름 풀이 무성하고, 녹음이 우거질 때면 자신의 줄기와 잎을 거둬 땅 속에 숨어버린다. 이듬해 봄이 오기 전까지는 복수초가 자란 자리도 잊게 한다. 그런 복수초가 질긴 생명력으로 세상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니 얼마나 고결한 꽃인가?

"참 신비스러워요!"

다음 날 퇴근 무렵. 복수초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어제 만난 학생들이 조르르 달려와 인사를 한다.

"선생님, 사진 찍으시네!"
"그래. 너희들, 복수초 관찰했어?"
"그럼요. 너무 신비스러워요."
"어떤 점을 발견했는데?"

학생들이 뭔가 알아냈다는 듯 수다스럽다. 천천히 이야기를 하라고 하자 한 학생이 이야기를 꺼낸다.

"복수초는 날씨가 흐리거나 어두우면 꽃잎을 오므려요. 그러다 해가 나면 노랗고 반짝이는 꽃잎을 활짝 펴지요."
"그러니까 아침에 볼 때, 한낮에 볼 때, 해거름에 볼 때가 모양새가 다르지?"

▲ 이른 아침이나 해거름에는 꽃잎을 닫았다가 햇살이 따스하면 꽃잎을 펼친다.
ⓒ2007 전갑남
학생들이 입을 모아 "네!" 하고 대답한다. 건성으로 볼 때와는 달리 자세히 보니 복수초는 햇빛을 무척 사랑하는 것 같다고 한다. 따사로운 햇빛에 꽃잎을 열고,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참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복수초 꽃말은 뭔지 알아?"
"영원한 행복! 맞죠? 인터넷에서 찾아봤어요."

학생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풋풋한 웃음 속에서 영원한 행복이 느껴지는 것 같다.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를 보며 학생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학생들 마음 속에도 희망의 꽃이 피어나고, 복수초의 꽃잎만큼이나 화사한 웃음꽃이 늘 만발했으면 좋겠다.

▲ 복수초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2007 전갑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