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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 그래도 '경칩'이니 개구리 구경은 해야죠?

피나얀 2007. 3. 6. 21:06

 

출처-[오마이뉴스 2007-03-06 11:35]



▲ 연잎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개구리
ⓒ2007 김민수
연일 봄날같이 따스하더니만 꽃샘추위가 매서운 경칩(驚蟄)을 맞이했다.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나오고, 겨우내 땅속에서 지내던 버러지(벌레)들도 꿈틀거린다는 경칩인데 잠에서 깨어나려다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꽃샘추위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꽃샘추위라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개구리들의 겨울잠을 몇 날 늦춰질지는 몰라도 오는 봄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경칩이라고 하니 개구리가 보고 싶어 컴퓨터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개구리를 깨워보았다.

어릴 적 경칩 무렵이면 삽과 양동이를 가지고 얼음이 녹기 시작한 논으로 나갔다. 물이 많이 고여 있는 도랑 같은 곳을 파면 겨울잠을 자고 있던 개구리와 미꾸라지가 바글바글했고, 양동이 가득 잡아오면 맛난 추어탕도 되고, 개구리튀김이나 구이도 되었다.

개구리가 한참 뛰어다닐 무렵인 여름에는 나뭇가지로 개구리를 잡아서 뒷다리만 소금을 솔솔 뿌려가며 장작불에 구워먹었다.

▲ 제주에서 만났던 참개구리
ⓒ2007 김민수
개구쟁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것은 역시 참개구리였다. 뒷다리가 얼마나 통통한지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맛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실감을 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그런 놀이에 시들해졌고, 어른이 되었을 때 개구리들이 보양식으로 혹은 정력제로 마구잡이 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는 개구리를 잡아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었다. 아니, 아예 개구리를 구경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경칩은 동물들만 동면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식물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보리, 밀, 시금치, 우엉, 봄동, 대파 등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다시 푸름을 입는 것이다. 이 기간을 '식물기간'이라고도 하는데 경칩이 되면 농촌의 봄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 토란대에 앉아 쉬고 있는 청개구리
ⓒ2007 김민수
개구리 중에서 가장 부담없는 것은 청개구리다. 청개구리는 예쁘기도 하지만 그 작고 맑은 눈망울을 바라보다 보면, 불효자의 상징이 되게 만들어버린 청개구리에 관한 동화가 없었다면 청개구리에 대한 편견도 없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생태계가 흔들리면서 우리 주변에서 개구리를 쉽게 만날 수가 없다. 황소개구린가 뭔가 하는 놈이 보양음식을 좋아하는 이들로 인해 이 땅에 들어와서는 한바탕 개구리판을 흐려놓기도 했다. 이제 우리 한국산개구리는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소음공해 수준의 울음소리를 가진 황소개구리들 천지가 되어버렸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개구리알도 올챙이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문방구에서 사는 올챙이에 길든 아이들. 그 아이들도 들판에서 맘껏 뛰어놀면서 생생하게 숨 쉬는 개구리를 손안에 넣고 있다가 친구를 놀라게 해 줄 수 있는 추억들을 가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두꺼비도 겨울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2007 김민수
경칩이면 개구리만 깨어나는 것이 아니다. 개구리의 사촌격인 두꺼비도 깨어날 것이다. 두꺼비는 습지나 연못가 근처의 숲에서 겨울잠을 자고, 번식기가 되면 다시 습지나 연못가로 돌아와 짝짓기를 한다. 그런데 겨울잠을 자는 사이 산이 까뭉개지고, 산과 연못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뚫린 탓에 도로를 가로질러가다가 질주하는 차량에 수없이 치여죽는다. 그것은 개구리도 마찬가지다.

비 오는 날, 포도 위에 즐비하게 포가 되어버린 개구리나 두꺼비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명 한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타이어에 깔려 죽는 생명들, 그들의 길을 빼앗아 인간들이 사용하면서도 그들의 길을 만들어주지 않으니 '로드킬'은 작은 동물들뿐 아니라 커다란 산짐승들에게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터널을 뚫고 길을 내는 것은 참으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경칩인데, 개구리구경이라도 하면 새봄을 맞이할 것 같아 창고에서 잠자던 개구리들을 깨웠다. 개구리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과 속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개구리는 인간들과 참 가까이 있었던 친숙한 동물 중 하나였을 터이다. 우리 주변에서 그들이 멀어진 만큼, 사람들의 행복한 삶의 조건들도 사라진 것은 아닐까 싶어 안타깝다.

이제 꽃샘추위가 지나고 나면 완연한 봄, 그리고 저 시골 어딘가에는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온전히 깨어 우리 산하를 활보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곧 자신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꽃샘추위에 포위된 경칩, 그래도 봄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