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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36개월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던 날

피나얀 2007. 3. 8. 22:15

 

출처-2007년 3월 7일(수) 10:35 [오마이뉴스]



▲ 유치원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딸아이
ⓒ2007 박지숙

이런 저런 걱정과 설렘으로 밤새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룬 탓에 머리가 무거운 아침이 밝았습니다. 사실 머리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36개월 딸아이가 다닐 유치원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입니다. 4살이지만 아직도 제 손이 많이 필요한 어린 아이지요.

마음 같아서는 일년 더 데리고 있다가 내년쯤 보냈으면 하지만 당장 다음달에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 매일 엄마랑만 지내다시피하는 딸아이가 심심하다며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터라 큰 마음 먹고 보내기로 결정을 했답니다.

하지만 전날 밤 유치원에서 갖고 오라는 준비물을 챙기고 준비물 하나하나에 아이 이름을 적고 있자니 너무 제 욕심만 내세워 어린 아이를 낯선 환경에 보내는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도 들더군요.

아침 일찍 일어난 딸아이를 씻기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머리도 예쁘게 묶어주고는 유치원 가방을 메줬더니 딸아이는 신나는지 싱글벙글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딸아이 손을 잡고 유치원 건물에 들어서니, 우리 딸 또래의 올망졸망 귀여운 녀석들이 엄마 손을 꼭 잡고 왔더군요. 앞으로 일년 동안 딸아이가 머무를 교실에 딸아이를 떼어놓고 원장선생님 말씀을 듣기 위해 강당으로 갔습니다.

원장 선생님 말씀이 시작된 지 10분이나 흘렀을까. 괜시리 눈물이 글썽여지더군요. 처음으로 딸아이와 떨어져 있는 그 순간이 왜 그렇게 길고 불안하게 느껴지던지요.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있는지, 처음보는 친구들과는 잘 놀고 있는지, 온통 딸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원장 선생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가 않더라구요.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고만고만한 토끼 같은 녀석들이 엄마들을 찾아 속속 들어오더군요. 그 아이들 틈에 끼어 두리번거리던 딸아이가 저를 발견하고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제 품으로 파고 듭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주 잠깐이지만 엄마랑 떨어져서 울지도 않고 웃으며 품에 안겨오는 딸아이가 무척 대견하고 뿌듯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낮잠을 자는 딸아이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내일부터는 딸아이 혼자 유치원에 등하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또다시 가슴이 쓰라리면서 눈물이 나더군요. 정작 딸아이는 유치원에 간다고 들떠 있는데, 엄마인 제가 더 적응을 못하는것 같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고 서툰점도 많은 어린 아이지만 잘 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