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3-08 08:50]
새해 아침이면 해돋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향일암과 커다란 돌들이 해안을 점령해 낭만적인 풍광을 전해주는 무술목유원지, 고즈넉한 방죽포 해수욕장, 굴구이 거리와 회센터 그리고 코끝을 톡 쏘는 알싸한 향기가 일품인 갓김치. 돌산대교를 넘어 해안 도로를 따라 한바퀴 돌게 되면 돌산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맞부딪치게 된다.
그저 풍광이 좋다고 느껴지는 곳에 차를 멈추고 바다 쪽을 향하기만 하면 그곳이 무술목이고, 향일암으로 향하는 길이 되고, 방죽포 해수욕장이 된다. 이렇다 할 간판도, 요란스런 호객행위도 없다.
돌산 남쪽 끝의 향일암 주차장에 차를 멈췄다. 향일암 아래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차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다. 노약자만 태운다는 셔틀버스에 올라 향일암으로 향했다.
빼곡히 들어선 음식점들 사이의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족히 300여개는 될 듯한 계단을 오르다보니 이내 숨이 턱에 차오른다.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의 비좁은 석문을 지나자 대웅전이 나타났다. 그리고 떨어질 듯 위태로운 벼랑 아래로 남해 바다가 펼쳐졌다. 때마침 시원한 해풍이 불어와 가슴마저 탁 트여놓고 지나간다.
향일암에서 내려와 남쪽 해안을 따라갔다. 그러나 굴 양식장이 바다를 메운 곳에서 길을 잃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을 향해 왔건만 삼거리 도로 표지판의 왼쪽 화살표는 여전히 향일암이다. 동서남북이라는 변하지 않는 인류의 약속도 이제는 혼란스러워졌다. 지도에 그려진 지명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지나왔건만 삼거리 표지판은 판단을 할 수 없게 했다. 귀신에 홀린 듯 향일암 인근의 도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연인들이 한가로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무술목유원지를 지나 여수어항이 내려다보이는 돌산대교를 넘었다. 자동차와 사람과 건물이 빼곡한 도심이다. 돌산대교는 한적함과 북적임을 이어주고 있었다.
항구도시답게 평지는 비좁고, 평평한 바다에는 설 수 없어 집과 학교와 건물들은 산 위에 올라섰다. 등산코스를 방불케 하는 가파른 오르막 투성이다. 남자들이야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건각을 가질 수 있어 좋겠지만 날씬한 각선미를 꿈꾸는 아가씨들은 그곳을 오르내리며 종아리에 살이 오른다고 입이 산만큼이나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오동도로 향했다. 오동도로 이어진 방파제 양쪽에서는 성난 파도가 넘을 듯 세차게 출렁거린다. 산책로로 들어서자 푸른 잎의 동백나무와 기다란 줄기를 뻗고 있는 후박나무, 초록빛이 상큼한 신이대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청량감을 전해준다. 사람 한 명 지나지 않는 한적한 산책로에서는 나무들을 지나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한결 경쾌하게 들려온다. 오동도 등대 아래 바닷가로 나가자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아우성 친다. 탁 트인 수평선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서는 아침이면 남쪽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전라선의 종착역인 여수역을 뒤로 하고 차량 한 대만 지날 수 있는 마래터널을 통과하면 푸른 바다와 해송을 배경으로 한 기찻길이 이채롭게 다가선다. 파도소리에 섞여 들리는 덜컹거리는 소리를 따라 기차의 앞머리가 보인다. 기차는 더 이상 갈 곳 없는 여수역에 도착해 발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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