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전남 장흥 3색 봄꽃 여행] 그녀가 돌아왔다

피나얀 2007. 3. 8. 19:05

 

출처-[부산일보 2007-03-08 12:12]




전남 장흥의 겨울바다는 진한 초록빛이었다. 이제는 제법 이름을 알린 매생이 때문. 청정지역에서 잘 자란다는 이 녹색 해초류는 매생이국이라는 별미 요리로 더 유명한데, 어떤 이들은 순전히 이 매생이국을 맛보기 위해 장흥을 찾곤 한단다. 봄을 맞은 장흥은 싱그러운 연둣빛. 가는 곳마다 보리가 파릇파릇 자라고 있다. 이 푸른 대지의 봄노래에 붉은 꽃향기가 감돈다면, 그중 대부분은 동백꽃과 할미꽃, 매화의 것일 게다. 지금 장흥에는 이 세 꽃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있다.

 

동백꽃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일컬어지는 천관산 장천재가 원래 동백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에 찾을 곳은 장천재가 아니다. 관산읍 부평리 산 109의 1. 천관산 동백생태숲이 있는 곳이다.천관산 휴양림 가는 길에 팔각정이 하나 있다. 이곳에 서면 무려 20㏊(6만여 평)에 이르는 동백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장대하다. 발 아래 드넓은 계곡을 가득 채운 짙푸른 동백나무. 크고 화려하다는 동백 꽃송이도 저 계곡에서는 붉은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백나무만 1만여 그루. 후박,참식나무 등 난대식물이 함께 자라고 있다.

 

어디선가 삑삑 우는 새소리가 들린다. 혹시 동박새일까. 동백꽃의 꿀을 좋아하는 동박새는,동백나무의 수분을 돕는 참새목의 작은 새. 숲에는 동박새 외에도 어치 직박구리 등의 야생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지난 2000년부터 산림청에서 산림 유전자 보호림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천관산 동백숲보전회와 영암국유림관리소가 국민 참여의 숲 협약을 체결해 장흥군과 함께 '명품숲'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허가 없이는 드나들 수 없다.

▲ 동백은 낙화가 더 아름답다. 붉게 만개해 통째로 떨어진 꽃, 꽃, 꽃. 전남 장흥 묵촌 동백림에 동백꽃이 나뒹군다.

▲ 천관산 동백생태숲은 무려 20ha 규모의 동백 군락지다.

편히 거닐 수 있는 아담한 숲을 찾는다면 묵촌 동백림으로 가자. 용산면 묵촌리에 가면 600평가량 되는 마을 숲이 있다. 250~300년 된 동백나무가 100여 그루. 벤치와 테이블이 있어 낙화를 보며 쉬었다 가기에도 좋다. 숲을 걷다가 머리 위로 '툭' 떨어지는 동백꽃에 놀라 '헉'하고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할미꽃

 

천관산 동백생태숲이 '악' 소리 날 만큼 장대한 규모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면,회진면 한재공원의 할미꽃 군락지는 '어?'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곳이다. 3만평이나 된다는 할미꽃 군락이 대체 어디 있단 말이지

 

키 작은 할미꽃은 몸을 낮추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풀숲 사이로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송이를 보려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화려한 생김새로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꽃이 아니기 때문.

 

한재공원 언덕 사이로 난 돌바닥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낮게 피어난 꽃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자줏빛 꽃과 짙푸른 잎을 하얀 솜털로 가리우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수줍어서 더 예쁘다.

▲ 서울 광화문 정남쪽에 위치했다 해서 '정남진'이라 불리는 전남 장흥에 봄꽃이 만발했다. 회진면 한재공원에 핀 할미꽃.

회진면 들판은 보리와 마늘 같은 작물 때문에,저 멀리 보이는 득량만은 김과 매생이 같은 해조류 때문에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한재공원의 언덕은 아직 마른 흙빛이다. 이 언덕이 푸른 잔디로 뒤덮이고 보송보송한 할미꽃이 무리지어 피어나면,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풍경이 펼쳐질 듯하다.

 

한재공원이 있는 회진면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못생긴 호박축제'로 유명한 생태체험마을 진목리에 작가 이청준의 생가가 있다. 또 신상리에는 한승원 생가가 있어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둘러볼 만하다.

 

매화

 

"체구가 별로 크지 않은 매화꽃송이를 볼 때마다 이놈의 아름답고 고운 모양새 저 너머의 '지독스러움'을 생각하곤 한다. '지독스러움'은 강인한 생명력과 '짱짱한' 기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전라도 말로 '짱짱하다'는 주글주글하지 않고 꿋꿋하고 탱글탱글하고 싱싱하다는 뜻이다."

 

장흥이 낳은 작가 한승원은,산문집 '시방 여그가 그 꽃자리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매화를 본 곳은 광양 매화마을. 하지만 장흥에도 '짱짱한' 매화꽃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안양면 운흥리 청매원이다.

 

청매원은 4만여 평 규모에 남고매실 4천500여 그루를 키우고 있는 매실 농장. 수분을 위해 일부 심었다는 청매실 꽃이 연둣빛을 띤 백색이라면,남고매실 나무의 꽃은 '짱짱한 열정'을 품은 듯 붉은 기를 띠고 있다.

▲ 서울 광화문 정남쪽에 위치했다 해서 '정남진'이라 불리는 전남 장흥에 봄꽃이 만발했다. 안양면 청매원의 매화.

산자락 아래까지 하얗게 피어난 매화. 가까이서 본 매화의 고고한 아름다움은 동양의 수묵화에 어울릴 만하고,작고 야들야들한 꽃잎이 흐드러지게 농장을 뒤덮은 풍경은 붓터치와 색감이 살아있는 서양 유화에 어울릴 듯하다. 다만,얼마 전 농장 샛길을 시멘트로 포장한 것이 이 '그림'에 어울리지 않아 아쉽다.

 

관광객들은 청매원에서 직접 만든 매실차를 시음할 수 있다. 매실차 매실고추장 매실장아찌 매실잼 등의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청매원 김영습 원장은 "함부로 꽃을 따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밭에 들어가는 행동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여다지 해변에 600m 길이의 문학 산책로가 있다. 작가 한승원의 시비 30기가 있어 시를 읽으며 해변을 걷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