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움트는 나물 '봄을 무쳐먹자'

피나얀 2007. 3. 22. 20:06

 

출처-[한국일보 2007-03-22 17:42]

 


봄 캐러 가자! 소쿠리 가득…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덕일까. 출근길 무심한 눈길에 화단 한구석 해사하게 핀 봄꽃들이 밟힌다. 옹알이라도 하듯 앙증맞은 꽃망울을 터트린 봄, 문 앞까지 다다라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봄에 갑자기 마음은 아지랑이 피듯 둥둥 뜨고 입 안엔 풋풋한 봄 내음이 확 퍼지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두 팔 가득 벌려 봄을 맞는 정도의 센스는 필수겠다. 그래, 이번 주말엔 봄 향기 따러 가는 거야.

멀지 않은 산이라도 아기의 아장걸음만큼이나 귀여운 새싹들이 산과 들로 지천일 때다. 벌써 3월 초순부터 냉이와 달래가 신록의 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싹을 틔웠고 방방곡곡 알싸한 두릅 냄새도 상춘객의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한다. 봄맞이 산행을 계획한다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물 몇 가지쯤 따다 저녁 식탁을 향기롭게 채울 일이다.

양지 바른 곳이라면 이름대로 동토를 ‘쑥’ 뚫고 나온 보들보들한 봄 쑥이 된장찌개나 쑥버무리 생각을 간절하게 한다. 따끈한 흰 쌀밥에 민들레, 고사리, 돌나물을 얹고 고추장을 넣은 비빔밥이나 곰취, 머위에 싸먹는 삼겹살은 허기를 면하고도 남아 건강을 채운다. 여기에 봄동 겉절이를 곁들인다면 금상첨화겠다.

봄나물은 뛰어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예방에 좋은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비타민C와 칼슘 등 영양소들이 말려두고 겨우내 먹었던 나물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풍성하다. 봄나물 특유의 상큼한 향취는 춘곤증에 밀려 저만치 달아났던 입맛을 되살리는 데 제 격이다.

신록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넘어가면 나물도 성숙단계를 넘어 상큼하고 보들보들한 맛이 질기고 쓴 맛으로 바뀐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은 ‘지금이 아니면’ 하는 조바심도 일으킨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먹거리에 관한한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된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나물 채취 산행이라면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봄나물 사진 몇 장 챙겨가자. 겨우내 추위에 지친 몸을 달래줄 명약을 캐는 기쁨은 물론 어린 자녀들에게 우리 산하에 피고 지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알려주는 기회이기도 하다.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구나니…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나물 캐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랏 어아리를 일부는 엮어 달고 일부는 무쳐 먹세’ --- <농가월령가 2, 3월 중에서


봄나물 채취 에티켓, 이것만은 알아두자

▦뿌리를 먹는 냉이, 달래를 제외하고는 뿌리까지 캐지 않는다. 먹을 만큼 잎만 딴다.

▦나물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다. 숨을 쉴 수 있도록 한 뿌리에서 한두 잎만 얻는다.

▦손톱으로 따야 뿌리를 다치지 않게 한다. 칼이나 호미 같은 도구는 필요 없다.

▦채취 금지구역에서 나물을 뜯는 것은 절대 금물. 과욕이 나들이를 망칠 수 있다.

▦어린 싹은 되도록 밟지 않도록 하고, 나물 이외의 다른 동ㆍ식물도 보호한다.

▦식용인지 확실치 않다면 따지 않는 게 상책. 독초에 중독됐다면 신속히 병원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