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집에선 얌전한 아이가, 친구들만 만나면 말썽?

피나얀 2007. 4. 2. 20:23

 

출처-[조선일보 2007-04-02 11:28]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 청소년기 호르몬 ‘코티졸’ 증가로 판단력 흐려져
 
13세 남자 아이가 부모와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길 가에 세워둔 남의 차 유리를 친구들과 함께 벽돌로 부쉈다고 한다. 그 전에도 수퍼마켓에서 친구들이 망을 보고 이 아이가 맥주를 훔치다가 들켜서 경찰에 넘겨질 뻔했는데, 아버지가 가게 주인에게 돈을 물어주고 간곡하게 사과해 사건을 겨우 무마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가 혼자 있을 때는 얌전하고 착한데 친구들만 만나면 말썽”이라고 했다. 아이와 대화를 해보니 아이는 옳고 그른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남의 차를 부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돈을 물어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경찰서에 가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는데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친구가 나빠서일까?

“우리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그런데 그 ‘친구’를 만나보면 꼭 맞는 말은 아니다. 그 ‘친구’도 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는 멀쩡하게 정답만 말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모이기만 하면 황당한 일을 저지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대담함 또는 무모함을 측정하는 실험이 있다. 일종의 컴퓨터 게임인데 차를 몰고 가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에 노란 불이 들어오면 서야 한다. 단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 점수는 낮다. 반대로 노란 불을 무시하고 달리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물론 횡단보도를 통과하기 전에 노란 불이 빨간 불로 바뀌면 그 동안 얻은 점수를 모두 잃고 게임은 끝난다. 노란 불은 일종의 도박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얻거나, 가진 것을 모두 잃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어른들은 누가 곁에 있건 없건 게임 결과에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청소년은 다르다. 혼자 운전할 때 노란 불에 멈춰 서던 아이도 친구가 옆에서 지켜보면 계속 달리는 경우가 많다. 훨씬 대담해진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모여 있으면 새롭고, 흥미로운 상황에 접했을 때 잘 흥분한다. 이 상태에서는 ‘코티졸’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급격히 증가한 코티졸은 아이들의 뇌세포에 작용, 차분할 때 지녔던 판단력을 흐려놓는다. 술이라도 마신다면 아이들은 브레이크가 망가진 과속 자동차와 비슷해진다.

어른의 지도 없이 10대들만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10대들을 방임하는 사례를 흔히 본다. 심야에 아파트 옥상에 10대들만 모여 있어도 별 제재가 없다. 10대들이 모이면 어른들의 지도와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야 응급 상황이 발생해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무한대의 자유란 어른에게도 버겁다. 하물며 10대들에게 과도한 자유를 주고 그 결과 돌이킬 수 없는 비싼 대가까지 치르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