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필리핀③ 천국의 또 다른 이름, 보라카이

피나얀 2007. 4. 5. 19:02

 

출처-[연합르페르 2007-04-05 09:43]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정답이 없어서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비용과 시간이 넉넉지 않지만 근처의 열대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려는데 과연 어디가 좋겠느냐는 친구의 어리석은 물음이다. 우문에 현답을 해줘야 할 텐데 만만치가 않다.
 
모래사장에 파라솔이 꽂혀 있고 기다란 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길 만한 곳이라 하면 어림짐작으로 몇 군데가 떠오른다. 한반도에서 동심원을 그려가며 후보군을 압축해본다.
 
역시 선두주자는 태국의 여행지들이다. 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떠났다면 한 번쯤은 들렀을 파타야를 필두로 푸껫, 꼬사무이, 꼬창, 끄라비 등 여행 대국의 명성에 걸맞게 추천할 만한 명소가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말레이시아에는 랑카위나 코타키나발루가 있고, 베트남에는 나트랑이, 인도네시아에는 발리가 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휴양지들이다. 모두 시설이 뛰어난 유수의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필리핀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지역들을 꼽을 수 있다. 보홀과 막탄 섬이 인접해 있고 직항이 있어서 편리한 세부, 하롱베이에 비견될 만한 풍광을 자랑하는 엘니도, 완벽한 휴식을 보장하는 은둔의 마을 시팔라이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새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낸 보라카이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알려져서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명불허전인 법이다.
 
해변, 햇볕, 해양 스포츠, 나이트라이프까지 모든 것이 완전하게 갖춰져 있다. 그다지 멀지도 않다. 그래서 결국 고심 끝에 보라카이로 답변을 정할 듯하다. 보라카이는 젊고 활동적인 사람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전해주는 안성맞춤의 섬이다.
 
아령이나 뼈다귀처럼 가운데는 잘록하고 양쪽 끝자락이 넓적한 보라카이에는 모래 해변이 잘 발달돼 있다. 세계에 이름난 화이트 비치 외에도 '카이트보더의 성지(聖地)'인 블라복 비치와 한때 작은 조개껍데기가 많았던 푸카셸 비치가 있다. 블라복 비치와 푸카셸 비치는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고 아는 사람만 가는 은밀한 장소다.

보라카이에 체류하면서 카이트보드에 흠뻑 빠지고 싶은 이는 블라복 비치에 있는 사설 교육소를 찾아가면 된다. 새파란 하늘을 수놓는 카이트보드의 행렬을 쳐다보고 있으면 동참하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이리저리 부유하는 대형 카이트의 움직임이 흥미로울 뿐이다. 바람에 몸을 의지해 물결을 가르는 보더들의 모습은 짜릿함과 상쾌함을 선사한다.
 
푸카셸 비치는 훼방꾼 없이 혼자만의, 혹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면서 귀찮게 하는 호객꾼이 없어서 더욱 좋다. 해변에 들어서기 전 윗부분을 따낸 신선한 코코넛과 책 한 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를 챙겼다면 준비를 마친 셈이다.
 
그늘을 찾아 들어가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코코넛 음료를 다 마실 때까지 여유롭게 쉬면 된다. 책을 읽다 졸리면 자고, 따사로운 햇살이 깨우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정해진 일과도 없고, 딱히 봐야 할 경승지도 없다.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 만인이 즐기는 최고의 해변
 
달짝지근한 망고 셰이크를 마시며 화이트 비치를 오가는 사람들의 차림새를 유심히 관찰했다. 10분 정도 지난 뒤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는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없었다. 당연히 하의는 반바지나 칠푼 바지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고용한 경비원만이 반짝거리는 검은 구두와 잘 다린 정장 바지를 입고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보라카이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몸도 마음도 가볍다.

화이트 비치는 매우 특별하다. 3.5㎞에 달하는 길이도 그렇고, 햇볕이 쨍쨍히 내리쬐는 날씨 속에서도 모래가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다. 해변의 이름처럼 모래는 누르께하지 않고 하얀색에 가깝다. 폭신폭신한 모래에는 잡동사니나 끄트러기가 없어서 맨발로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예전에는 화이트 비치의 모래를 필리핀의 다른 섬으로 운반해 가기도 했다고 한다. 화이트 비치 앞바다는 배가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수심이 낮아서 수영에 서툴러도 안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고의 모래사장을 공유한다는 것이 화이트 비치가 가진 매력이다. 구역을 나누고, 그 안에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만인이 자유롭게 이용한다.
 
한쪽에는 리조트, 레스토랑, 찻집, 문신가게, 기념품점이 즐비하고 반대편에는 조악한 선글라스나 시계를 파는 청년들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바다를 힐끗 쳐다보면 해양 스포츠에 도전하라며 누군가가 서투른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가끔 마사지 가게도 보인다. 이들이 공존하는 무대가 화이트 비치다.
 
점심나절이 지나 관광객이 하나둘씩 화이트 비치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해가 저물 무렵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해넘이가 장관을 이루고 나면 해변은 낭만적인 노천카페로 변신하느라 분주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었다.
 

 
어두운 빛이 남은 어스레한 저녁에는 축구를 하거나 원반을 던지는 청년과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이 해변을 차지했다. 밤에는 산미구엘 맥주를 들이키며 유흥에 빠진 젊은이들의 공간이 됐다. 여행지에도 성격이 있다면, 보라카이에는 '개방적'과 '낙천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했다.
 
화이트 비치의 중간쯤에는 상업지구인 '디몰'이 있다. 몰이라고 하면 마닐라나 세부의 대형 쇼핑몰을 연상하게 되지만, 실상은 재래시장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열대 지방이어서인지 디몰에서 판매하는 자석, 열쇠고리, 전등, 수영복은 색상이 밝고 화려했다. 메인 로드 쪽으로 가면 현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식료품점이나 과일 가게가 있다.
화이트 비치의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10종류가 넘는 과일 셰이크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고 일견 조잡해 보이는 물건들 중에서 쓸 만한 것을 집어내는 것도 보라카이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