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쿠바 아바나, 그곳에 가면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

피나얀 2007. 7. 3. 19:51

 

출처-위클리조선 | 기사입력 2007-07-03 16:00

 

아바나 구시가지의 거리 공연자들. 관광객들에게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살사의 정열과 혁명의 역사가 숨쉬는 곳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섬나라 쿠바. 폐쇄적이고 위험한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미지보다는 문화적 대국으로서 육감적인 카리브해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체 게바라, 시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헤밍웨이에서 퇴폐적인 낭만까지 쿠바를 찾고 열광케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래서 우리는 간접 경험을 통해 축적된 묘한 환상을 품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쿠바로 달려가는지 모른다. 수많은 역사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쿠바의 올드 타운으로 발을 내디뎌 보자.
 
세계지도를 펴 보면 쿠바는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서 그다지 멀지않은 곳이며, 미국 플로리다주 밑에 가깝게 올라붙어 있는 섬나라이다. 드넓은 대서양의 푸른 물결이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물결과 합쳐지는 자리에 위치한 쿠바는 좁고 기다란 모양으로 카리브해에 두둥실 떠 있다.
 
쿠바 여행은 강렬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코밑에서 항상 당당하게 맞서는 이 작은 나라에 대해, 남미의 대표적 문화 중심지인 이 작은 섬에 대해 어찌 호기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흔히 쿠바를 이야기하면 올림픽 복싱·배구·야구 등의 종목에서 우리와 일합을 겨뤄온 나라라는 것을 기억해내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대학시절 사회주의에 심취한 사람이라면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에 열광하고 그를 통해 쿠바를 엿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쿠바를 홍보한 최고의 공신은 역시 살사 춤과 음악이 아닐까. 사회주의와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이 육감적이며 매력적인 춤과 음악을 접하면 단번에 매혹돼 늘 쿠바를 동경하게 되고 찾아 나서고 싶어하니 말이다.
 
쿠바를 찾아온 여행객이라면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만큼 할 것도 볼 것도 많은 곳이다. 이 매력적인 도시는 크게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두 곳으로 나뉜다. 아바나의 신시가지가 각국 대사관과 커다란 호텔들이 즐비한 곳이라면, 구시가지는 몇백 년 동안의 아바나 역사가 함축된 도시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아바나 도시 형성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역사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남미에서 쿠바섬으로 처음 사람들이 건너온 것은 BC 3500년경이라지만 너무 오래전 일까지 소개하자면 끝이 없으니 유럽에 쿠바가 소개된 시기부터 알아보자. 1492년 10월 27일 콜럼버스에 의해 쿠바가 발견되었는데 그는 “이제까지 본 곳 중 가장 아름다운 땅”에 홀딱 반했지만 스페인인들은 이것을 무시하듯 그들의 최초 기지를 건설하고 쿠바를 착취하기 시작했다.
 
1512년 스페인인들은 쿠바의 수천 명에 달하는 원주민을 죽였으며 나머지 원주민을 모두 서쪽으로 쫓아버렸다. 그러나 스페인의 기대와 달리 쿠바는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이후 스페인의 중남미 정복에 교두보로 활용되면서 신세계로 연결하는 관문 구실을 톡톡히 하게 된 것이다.
 
아바나가 스페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초반 그들의 범선이 이곳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아바나의 독특한 지형은 폭풍우와 해적으로부터 훌륭한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스페인을 출발한 배들은 아바나에서 잠시 정박하며 항해하는 동안 파손된 부분을 정비하고, 물과 음식을 장만하고, 선원들을 쉬게 했다. 이렇게 해서 항구 주위에는 조선소와 상점, 일꾼들의 숙소 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선원들이 오랜 항해 기간 쌓인 우울함과 피로를 푸는 술집과 사창가가 생겼으며, 마지막으로 세속적인 것들에 찌든 이 땅에 교회들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구시가지인 ‘올드 아바나’의 모습이다.
 
베다도(vedado) 지역이 중심인 아바나의 신시가지는 훌륭한 레스토랑이나 공연장이 있어 가볼 만하지만 쿠바가 가진 이미지를 제대로 반영한 곳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체 게바라의 얼굴 조형물이 부착된 건물을 볼 수 있는 혁명광장에 가면 북한의 주체사상탑과 흡사한 호세 마르티 기념탑이 있다. 아바나 시가지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역시 이곳이 최고라 할 만하다. 그 외에도 몇 군데 더 있지만 하루종일 걸어다녀도 볼거리가 차고 넘치는 구시가지에 오랜 시간을 할애해 두어야 한다.

 
 
오늘날 아바나 구시가지는 남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식민지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멕시코시티나 칠레의 산티아고 같은 곳은 옛 건축물이며 광장 등이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 도시 자체가 완전히 보존된 경우는 드물다. 이에 비해 아바나 구시가지는 옛날 바로크식 저택인 아르마스 저택에서 스페인 장군이 명령을 내리던 시절에 비해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아르마스 저택도 아직까지 그 자리에 있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하얀 조각상이 있는 저택의 정원도 제대로 보존되어 있다.
 
올드 아바나의 골목.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아바나는 겉모습만 그러할 뿐 스페인의 통치를 받던 때와는 크게 달라진 상태다. 오랜 세월의 풍파와 해변 지역의 염분으로 인해 붕괴될 위험에 처한 가옥들은 모두 재건축되었으며, 도시에는 백인·흑인·혼혈·중국인 등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아직까지 온전히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치를 인정 받아 1982년 유네스코는 아바나 구시가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구시가지의 모든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이처럼 매력적일 수 있을까. 무너져내리는 회벽의 질감부터 촌스럽게 차려 입은 사람들의 관심 어린 눈망울에 이르기까지 아바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하나의 규정된 틀 안에 담아 두고 이야기하기 힘든 생생함이 살아있는 것이다. 아바나의 구시가지는 살아 숨쉬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한 아바나 구시가지는 문화 중심지이자 볼거리들이 집중되어 있는 공간이다. 광장을 연결해 이동하다 보면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구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은 상당히 의미 있는 곳이다. 광장 안 성전은 남미 최초로 미사가 열린 곳으로 쿠바의 혼합적인 문화 양상을 담아내고 있다. 성전 앞에는 성스러운 나무인 거대한 세이바(ceiba)가 있는데 아프리카계 쿠바 종교에 따르면 죽은 자들의 영혼이 이 나뭇가지에서 안식을 취한다고 한다.
 
또 그 앞에 물의 집이란 곳에서는 수백 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공질의 바위에서 시원하게 보존된 물을 마실 수 있다. 역사적인 건물로 가득한 광장 주변에는 수많은 카페와 여러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그나마 약간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고서를 파는 노점상들의 분주함뿐이다.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두 번째 광장인 성당광장에는 식민지시대 바로크 스타일로 지어진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성당에 콜럼버스가 오랫동안 매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은 성당뿐이 아니다.  광장 전체가 보는 이를 매혹시키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광장 한구석에는 엘 파티오(El patio)라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 건물 안뜰의 자그마한 샘에는 온갖 종류의 수초와 거북이들이 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도시의 가톨릭 중심지인 이곳에서 아프리카 토속신앙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파티오 저택과 성당 사이에는 항상 하얀색 옷을 입은 흑인이 있는데, 그는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입에는 시가를 문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카드 점을 봐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