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 기사입력 2007-07-03 10:03
한국에는 한국인이 살듯, 발리에는 발리인이 거주한다. 언뜻 보면 지나치게 당연한 문구인 듯싶다. 하지만 다양한 민족과 언어가 혼재돼 있는 '천태만상의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오래도록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온 지역이다.
그래서 그네들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길을 가는 것처럼, 자그마한 섬인 발리 안에서도 각각의 도시는 저마다 구별되는 색채를 발산하고 있다.
지도상에 깨알만 하게 표시된 미미한 섬이라고 해서 깔보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장구한 역사를 거치면서 응축된 문화와 예술의 힘이 잠재해 있다.
특히 발리 사람들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손재주가 있어서 세밀한 손놀림을 요구하는 수공예품을 만드는 데 능숙하다. 그래서 발리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은 세공품이나 나무 조각품, 꽃 장식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은 이름난 향수나 옷을 감쪽같이 닮은 모조품을 제작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재능이 꽃피운 곳이 바로 우붓이다. '예술가들의 도시'로 불리는 우붓은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마을이다. 이곳저곳에 미술관이 있고, 시내 상점들 사이에는 화가의 아틀리에가 숨어 있다.
익살스러운 만화 같기도 한 발리의 그림은 딱딱한 종교화로 출발했지만 20세기 초반 서양회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오늘날의 화풍이 완성됐다고 한다.
우붓에서는 동양인보다 벽안의 서양인 관광객이 더 많이 눈에 띄는데, 이는 발리 미술의 매력에 빠져 상주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우붓의 예술가들은 지금도 발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화폭에 담고 있다.
원숭이의 집단 서식지인 '몽키 포레스트'에서 왕궁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우붓에서 가장 번화한 골목이다. 자동차 2대가 겨우 드나들 만큼 좁은 길에는 보고, 사고, 즐길 만한 것들이 즐비했다.
사원에 출입할 때 허리에 둘러 치마처럼 입는 커다란 천인 '사롱'과 각양각색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 하늘거렸다. 진품 논란이 가시지 않는 의류 브랜드 폴로 매장과 잠시 쉬었다 갈 만한 카페, 개성 넘치는 부티크 숍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지금도 왕족이 살고는 있지만,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 왕궁에서는 밤마다 춤 공연이 펼쳐진다. 굳이 밤이 아니더라도 오후나절에 찾으면 공연을 준비하는 악단과 무용단의 연습을 지켜볼 수 있다.
발리의 전통음악은 영묘해서, 듣다 보면 박동 수가 점차 빨라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경쾌한 연주로 흥을 돋우는 우리의 사물놀이와 비슷하지만, 실로폰과 흡사한 악기의 날카로운 소리가 음을 지배하는 것이 특이했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여성 무용수의 춤사위도 예사롭지 않았다. 손끝과 눈동자의 움직임이 매우 고혹적인데, 요염함과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우붓과는 달리 쿠타 해변 근처의 르기안(Legian)과 스미냑(Seminyak) 같은 남부의 도시들은 발리인보다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더 서구화되고, 소비 지향적이다. 코코넛 나무보다 건물을 높게 짓지 못하는 규정 때문에 단층의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인 듯했다.
우붓이 고상한 클래식 애호가의 이미지라면, 이곳은 빠른 비트의 록을 좋아하는 청년을 연상시켰다. 더욱 화려하고 번잡스러웠다. 우붓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서핑 도구 용품점이나 젊은이들 취향의 의류점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처럼 발리의 남부와 중부는 대조적이지만, 발리인들의 순수한 미소와 친절함은 어디서든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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