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일본 온천 여행] ★ 마쓰야마 도고 온천★

피나얀 2005. 11. 28. 01:27

 


 

 

 

[일본 여행] 마쓰야마 도고 온천

 


마쓰야마-도고온천, 문학 그리고 치히로… 100년도 넘은 꼬마전차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한적한 시골거리를 내달리고, 매시 정각이면 100년전 쓰여진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광장앞 대형시계에서 튀어 나와 춤을 춘다.

100년도 넘은 고풍스런 온천건물 앞에는 잠옷이나 다름없는 유카타를 걸쳐 입은 선남선녀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거리를 활보한다.

마쓰야마(松山) 도고(道後)온천 일대의 풍경이다.

마쓰야마시가 위치한 시코쿠(四國)섬은 일본의 섬 중 4번째 규모. 하지만 국내 여행책자에 조차 제대로 소개되지 않을 만큼 관광지로서의 인지도는 낮다.

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쓰야마시의 인구도 50만 명을 넘지 않는다.

하지만 매년 500만 명이 넘는 일본인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내국인에게는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별 다른 볼거리가 없어 외국인에게는 생소하기까지 한 마쓰야마에 일본인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2,000여 개의 온천이 있는 일본은 명실상부한 온천의 나라이다.

도고온천은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3,000년 전 다리에 상처를 입은 백로 한 마리가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온천에 발을 담그고 상처가 나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유황성분이 많아 피부병, 습진, 부인병 등에 효험이 있다.

1894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고온천 본관은 공중목욕탕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유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이 건물이 인기 있는 이유는 일본 근대소설의 창시자이자 대문호인 나쓰메 쇼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ㆍ1906년작)’의 주무대이기 때문이다.

봇짱은 1894년 한해 동안 마쓰야마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를 지낸 작자가 이 곳에서의 경험담을 토대로 쓴 성장소설. 쇼세키는 1,000엔짜리 지폐의 모델로 등장할 만큼 존경 받는 문인이며, ‘봇짱’은 일본인

이면 누구나 필독해야 하는 국민소설이다.

<다른 곳은 도쿄와 비교할 가치도 없지만, 온천만은 뛰어난 곳이다.

 


 

(중략) 온천은 3층으로 지은 새 건물로 고급탕은 유카타를 빌려주고 때를 밀어주는데 나는 언제나 고급탕을 이용했다.

(후략)>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고 100년 세월을 건너 뛴 낡은 목욕탕이지만 위대한 소설가의 자취를 좇아 해마다 온천 순례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 관광객들을 위해 불편한 근대식 건물을 고수하는 주인의 고집도 대단하다.

쇼세키가 즐겨 찾은 3층의 고급탕은 ‘봇짱의 방’으로 변모했다.

쇼세키의 사진도 걸려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온천의 명성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미야자와 하야오가 연출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온천장 역시 도고온천에서 모티프를 제공받았다.

영화를 보고 온천에 들면 마치 영화 속으로 빨려 드는 느낌을 받는다고 할 정도이다.

보다 나은 시설을 이용하려면 인근 60여 개의 호텔이나 여관에서 운영하는 온천을 이용하면 된다.

정글온천으로 유명한 오쿠도구온천은 이 지역 온천의 명성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곳이다.

온천을 나서도 쇼세키 소설의 향취는 곳곳에서 음미할 수 있다.

쇼세키의 표현처럼 성냥갑처럼 생긴 이 곳의 열차는 일본 최초의 경전철이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온천에 가기 위해 자주 이용했던 교통 수단이다.

1950년대에 사라졌으나 2001년 복구, 봇짱열차라는 이름으로 시내 곳곳을 누비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도 생명을 얻었다.

매일 매시 정각이면 도고온천 지구 앞 광장에 세워진 대형 시계에서 등장인물 인형들이 나와 시간을 알려준다.

교감선생인 빨간 셔츠와 영어선생인 끝물선생이 함께 좋아했던 마돈나를 비롯, 등장인물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와의 기념촬영도 이어진다.

물이 풍부한 만큼 넉넉한 인심도 만날 수 있다.

시계 앞에 세워진 호조엔(放生圓)을 비롯, 호텔이나 여관 앞에 10여 개의 무료 족탕이 마련돼있어 족탕순례(아시유매구리)라는 새로운 풍속도까지 생겨나고 있다.

시간이 멈춘 도시 마쓰야마. 그 곳에서는 산업화에 내몰려 정신적인 황폐함에 찌든 현대인이 잠시나마 순수의 시대로 돌아가고픈 소박한 꿈을 실현할 수 있다.

 

/마쓰야마=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출처-[한국일보 2004-12-09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