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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간질은 희귀병이 아닙니다

피나얀 2006. 2. 5. 22:16

 


 

 

 


평소에 잘 놀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가 갑자기 눈을 뒤집고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팔다리를 흔들고 입에서 거품을 내며 경련을 한다. 경련이 끝나면 죽은 듯이 깊은 잠을 자다가 깨어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정신이 말짱해져서 잘 놀곤 한다.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것이 ‘간질’이다.

 

간질은 그리스시대 이전에 이미 ‘신성병’이라는 병명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이다.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시저,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등등 많은 위인들도 간질 환자였다.

 

을지대학병원 소아신경과 박호진 교수는 “간질의 발병은 소아기에 3분의 2를 점하고 있으며 아동기에 발견하여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훨씬 높은 완치율을 기대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소아간질의 진단과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기는 간질과는 다른가

 

흔히 ‘경기’라고 하는 경련은 뇌신경세포의 장애로 인해 근육의 수축운동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다. 이런 뇌신경세포의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아주 많고, 경련은 그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 이처럼 경련을 일으키는 원인질환 중 하나가 바로 간질이다.

 

소아기에는 뇌가 발달 과정에 있기 때문에 해부학적으로나 신경학적으로 미숙한 상태에 있으므로 경련이 발생하기 쉽다. 그중에서도 열성경련은 매우 흔해서 5세 미만의 소아에서 2~5% 정도의 발생빈도를 보인다. 열성경련은 체온이 갑자기 상승하면서 뇌세포를 자극하여 경련을 유발하는 것을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간질과 무관하며 성장과 발육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열성경련 발작 전에 신경학적 혹은 발육과정에 이상이 있었던 경우 ▲경련이 15분 이상 오래 지속될 때 ▲경련이 전신적이 아닌 국소적으로 발생했을 경우 등은 간질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반드시 소아신경학 전문의와 상의하여야 한다.

 

흔히 간질발작하면 손발이 뒤틀리고, 입에서 거품이 나오는 것을 연상하는데 전기적인 뇌의 방전이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느냐에 따라서 발작은 천태만상으로 일어난다.

 

어떤 발작은 움직임이 커서 주위에서 금세 알아볼 수 있는 반면 어떤 발작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전신발작과 복합부분발작은 의식의 변화나 기억장애를 동반하지만, 단순부분발작은 의식의 소실 없이 신체 일부분에서만 발생하거나 이상한 느낌만을 갖기도 한다.

 

#간질은 희귀질환인가

 

일반인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질을 앓고 있는지 잘 모른다. 간질은 대개 약에 의하여 잘 조절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다. 다만 환자발병을 토대로 보면 유병률은 전 인구의 약 0.51% 정도로 추정된다.

 

발생률은 성별 및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남자가 여자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수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출생 후부터 4세까지가 약 30%로 가장 높고 20세가 지나면 발생률은 점차 낮아진다.

 

특히 많은 사람들은 흔히 간질이 유전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간질의 원인이 점차 밝혀짐에 따라 지질 대사질환 및 아미노산 대사질환, 결절성 경화증, 신경섬유종 등과 같은 유전질환과 간질증후군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간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단 간질발작을 일으키기 쉬운 체질을 간질성 소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체질은 유전될 수도 있다.

 

간질의 원인은 모든 환자에서 언제나 밝혀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질은 원인을 알 수 있는 증후성 간질과 원인불명의 기능적 요인에서 기인되는 특발성 간질로 구분된다. 증후성 간질의 원인은 머리외상, 혈관성 질환(혈관폐쇄, 출혈, 고혈압성 뇌증, 동정맥 기형 등), 뇌종양, 뇌감염증(뇌수막염, 뇌염, 기생충 감염 등), 알코올이나 중금속 중독, 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심한 머리외상을 받아 생길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선천성 뇌기형, 대사장애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오랫동안 지속하는 열성경련으로 인해 나중에 간질이 되기도 한다.

 

#간질은 불치병인가

 

간질은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과거에는 간질치료 목표를 발작 횟수를 줄이거나 예방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최근 간질에 대한 진단과 치료법이 눈부시게 발전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으로 그 개념이 바뀌었다.

 

간질의 진단에는 뇌파를 이용한다. 뇌는 활동하고 있는 동안 미약하지만 전기를 일으키고 있고, 그 미세한 전기를 포착하여 그려내는 것이 뇌파이다. 뇌파검사는 간질의 종류와 경과를 쉽게 알려줄 뿐 아니라 인체에 아무 위험성이 없다. 그 외에도 간질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 뇌 전산화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법(MRI)이 이용되기도 한다.

 

박교수는 “대개의 간질발작은 의사가 처방하는 항간질약에 의하여 잘 조절된다”면서 “1차적인 약물에 50% 이상, 2차적인 약물까지 사용하면 80% 이상에서 발작이 완전히 없어지거나 발작 횟수와 강도가 줄어들어 정상 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설명한다.

적절한 항경련제를 사용했음에도 간질발작이 지속될 때는 그 원인이 되는 종양이나 농양 등을 외과적으로 적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간질은 약물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 치료 성적도 70% 이상으로 비교적 잘 조절되는 편이다. 약물로는 훼노바비탈, 다이란틴, 카바마제핀, 발포릭산 등이 있으며, 이런 약물은 장기간 사용함에 따라 부작용도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고 일정간격으로 검사할 필요가 있다. 이 외의 치료법으로 케톤 식이요법, 미주신경자극기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의 태도인데 옛날에는 간질을 아주 부끄러운 병으로 생각하여 숨기려 애쓰며 치료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변호사, 의사, 기업가 중에도 이런 간질환자가 많다고 한다. 꼭 고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전문의와 밀접한 연락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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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2-05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