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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책'' 화려한데…정부 믿고 아이 낳아도 될까

피나얀 2006. 2. 21. 23:43

 


 

 


“아기 낳기가 부담스러워요.” “직장 다니는데 아기는 누가 키워줄까요.” “육아휴직을 하려니 복직할 때 이상한 부서로 발령 날까 봐 걱정돼요.” “회사에서는 제 임신 소식을 접하자마자 대신 일할 사람이 있다고 말하더군요.”

 

인터넷 임신·육아 정보 사이트인 ‘임산부 모여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임신과 육아를 둘러싼 임산부들의 고민이다. 임신 여성들은 직장을 그만둘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직장을 계속 다니기로 결심할 경우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 더욱 큰 걱정거리다.

 

2004년 여성부의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이후 취업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로 가장 많은 64.9%가 자녀 양육을 꼽았고, 임신·출산에 따른 직장 불이익(12.6%)이 그 뒤를 이었다.

 

여성의 지난해 경제참여율은 50.1%로 15세 이상 취업이 가능한 여성 2명 중 1명이 일을 하고 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4.4%로 20대 남성의 68.5%와 별 차이 나지 않는다. 이제 여성을 빼고 경제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경제활동 여성들이 출산을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육아휴직을 쓰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 한국노총 경기본부가 올해 초 발표한, 185개 노조 여성간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2년 동안 사내에 육아휴직자가 있었다’는 응답은 22.9%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전인 출산휴가 직후 대부분 퇴직한다’는 응답도 8.9%나 됐다.

 

 법적으로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지만 여성도 어려운 휴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는 208명에 그쳐 육아휴직에 대해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실체 없는 구호에 그치는 정책, 비현실적인 기록용 정책도 적지 않다. 여성부의 정책만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의 출산·보육 환경이 전보다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장하진 여성부 장관이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지만, 남성 출산휴가제 논의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이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지난해 4월 유급휴가 7일을 골자로 한 아버지 출산휴가제 도입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보육 서비스 의무 사업장의 범위 확대도 이를 강제할 장치가 없어 정부로서는 사업자의 참여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올해 4000만원이 투입되는 ‘아이돌보미’ 사업도 아직은 성공을 가늠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상임대표는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기능에 보육 전문성이 포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돌보미 파견사업을 어떻게 연계해 시행할지 막연하다”고 지적했다. 보육 서비스 질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 확보와 기존 보육시설들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지난 16일 열린 새싹플랜 공청회 현장에서 일부 보육교사와 보육시설 관계자들은 가정보육교사제 반대,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성부가 발표한 출산·보육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예산처와 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협조와 여성·보육단체 등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향후 정책의 성공 여부가 여성부의 업무 능력과 정부의 출산율 장려 정책에 대한 관심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출산장려책 내용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는 평균 자녀 수)은 1970년 4.53명에서 2004년 1.16명으로 줄었다. 이대로라면 전체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 인구는 계속 늘어나게 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부는 각종 출산 장려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여성부는 올해 연두 업무보고에 가족친화적 사회 환경 조성과 보육 서비스 개선책을 넣었다. 아이 낳기를 장려하는 정책들이다.

먼저 가족친화적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 배우자가 출산했을 때 남성에게 일정 기간 출산휴가를 주는‘아버지 출산휴가제’ 도입과 육아휴직의 일정 기간을 아버지가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아버지 육아휴직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덴마크는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남편에게 2주간 유급휴가를 주며, 프랑스는 11일간의 유급휴가, 스웨덴은 10일간의 부성휴가를 주고 있다.

직장 보육 서비스 의무 사업장의 범위도 넓어진다. 지금까지는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경우만 보육 서비스를 제공토록 했지만, 이를 전체 근로자가 500인 이상인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가족친화적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야간 학부모회의가 운영되며, 가족친화적인 기업에 세제 지원 등의 혜택을 주는 ‘가족친화적 사회환경 조성법’ 제정도 추진된다.

부모의 질병이나 야근 등으로 아이를 급하게 돌봐야 하는 경우 가정 또는 일정한 장소에서 아동을 돌봐주는 ‘아이돌보미’ 시범사업도 이뤄진다. 올해 후반기 건강가정지원센터 2곳에서 2∼5세 아동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며, 향후 저소득층은 무료로, 일반 가구는 수혜자 부담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여성부는 연두 보고와 더불어 중장기 보육계획인 ‘새싹플랜’을 공개하고, 지난 16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한국여성개발원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2010년까지 보육비용의 정부 재정 부담률은 지난해 35.8%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인 60%로, 국공립 보육시설은 1352개소에서 2700개소로, 보육료 지원 아동 비율은 41.7%에서 80.8%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새싹플랜에는 현재 3세 미만 아이에게 지원되는 기본 보조금 대상을 내년부터는 3세 이상 유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기본보조금제는 민간시설의 보육비를 국공립시설 보육비 수준으로 인상하고 차액을 부모 대신 정부가 부담함으로써 민간 보육시설의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제도다. 이에 따라 보육교사의 급여도 오른다.

또 저소득층 보육료 경감과 보육료 지원 대상의 확대, 입양아 무상보육제도 도입, 보육시설 입소 시 맞벌이 자녀의 우선권 부여, 장애아 전담 보육시설 매년 10개소 확충 등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 밖에도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자신의 집에서 3인 이내의 아이를 돌보는 ‘가정보육교사제’와 보육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보육시설 평가인증 시스템 구축, 가격규제 예외 시설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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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2006-02-20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