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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모 행정관의 아내 살인은 ‘죽음을 부르는 분노’의 엽기성을 환기시킨 비극적 사건이다. 자신의 불륜을 채근하는 부인에게 증오를 느낀 이씨의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다.
그러나 이씨의 범행에는 상당기간의 ‘분노의 축적’이 선행됐고 축적된 분노가 범행 당일 결정적인 ‘점화’에 의해 폭발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다. 이씨 부부는 사건 약 한 달 전부터 심각한 불화를 빚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근무하는 미혼 여성 ㄱ씨와 ‘심각한 사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것은 올해 초였다.
2월 초 이씨가 국정상황실에서 홍보수석실로, ㄱ씨가 다른 수석실로 자리를 옮긴 것도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관계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씨의 사생활’에 언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인사이동 사유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한 비서관은 “(이 사건에 대해) 차마 언급할 수 없는 처지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씨는 ㄱ씨와의 교제 사실이 청와대 내에 퍼지면서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은 “차라리 사표를 내고 집에 있어라”고 종용했고 주변의 지인에게도 조언을 구하며 남편의 처신에 강한 불만과 분노를 토로했다.
사건 당일 “내가 사준 신발을 신고 왜 바람을 피우느냐”는 말에 격분했다는 이씨의 살인동기는 그러나 충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불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각한 스트레스에 휩싸인 그가 ‘분노와 증오 관리’에 실패하면서 발생한 극단적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계획적인 살인은 아닐지라도 ‘분노와 당혹감’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행의 개연성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씨의 한 대학 동기생은 “불륜을 추궁하는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것이 동정을 받을 수는 없다”면서 “사태가 그 지경까지 갈 때까지 자신의 주변과 마음을 관리하지 못한 친구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5일에는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목졸라 살해하고 도피 중이던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다. 남편 강모씨(50)는 지난 1월 4일 새벽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 잠자던 아내 ㄴ씨(51)와 성관계를 가지려다 ㄴ씨가 완강히 거부하며 소리를 지르자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사건 뒤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강씨의 행적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수사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취중 성관계를 싫어하는 부인에게 평소 불만이 있었지만 살인을 저지를 정도의 부부관계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부부 사이의 사소한 불만이 상습적인 부부싸움으로 발전하고 그 과정에 축적된 분노와 증오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폭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3월 20일 자신의 내연녀를 비하했다는 이유로 일행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김모씨(47)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7일 0시5분께 수원시 팔달구 ㅈ가요주점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송모씨(47)가 “니 애인인 김모씨와 1년 동안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이제 싫증난다”는 등의 말에 격분, 주점 후문으로 끌고 나와 송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이 사건을 수사한 수원남부서 강력계 김성래 형사는 “두 사람이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말다툼 끝에 이뤄진 사건으로 김씨는 단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사망한 송씨가 김씨의 애인을 알지도 못했고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말도 그냥 해본 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송씨가 쓰러지자 119를 부르는 등 응급처치를 시도했지만 이미 송씨는 사망한 후였다. 유족과의 합의도 보상금 문제로 결렬돼 김씨는 중형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우발 살인 저지르는 여인들의 비극 남편의 폭력에 못 견뎌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는 아내도 늘고 있다. 대부분 우발적 살인이다. 지난해 발표된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여성 무기수형자는 모두 44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명이 배우자 살해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서도 2004년 발생한 가정폭력의 원인 가운데 ‘우발적인 분노’가 41.5%를 차지해, 2003년의 26.2%보다 크게 늘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 교수 논문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전체 무기수형자는 1085명으로 이중 여성은 4.05%인 44명이었다. 한 교수 연구팀은 1999년부터 여성 무기수들이 집중 수용돼 있는 청주여자교도소에서 45명의 여성무기수를 대상으로 면접 및 설문 조사를 벌인 뒤 최근 보충조사를 거쳐 논문을 발표했다.
여성무기수들의 연령은 25~64세로 평균연령은 43.7세였으며, 남성 무기수의 평균연령보다 4.7세가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11명, 24.4%)와 40대(20명, 44.4%)가 여성 무기수의 대다수(68.8%)를 차지했다. 범죄 동기로는 가정불화(33.3%)나 순간적인 충동(28.6%)이 가장 많았다.
범죄 유형은 살인이 36명(85.7%), 강도살인이 6명(14.3%)이었다. 특히 절반 이상(53.3%)은 남편이 살인 피해자였다. 피해자의 대부분(89.9%)이 배우자를 포함한 부모, 형제자매, 친척, 애인 등 ‘아는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 무기수는 피해자가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45.4%에 달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2004년 8월 이모 여인(44)은 10여 년 간 상습적으로 친딸을 성추행하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둘러오던 남편을 목졸라 살해했다. 만취된 상태에서 아내에게 살해당한 남편 김모씨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특공무술의 유단자. 체격과 힘이 남달리 좋았다. 김씨는 아내 이씨와 1989년 결혼해 92년과 94년 차례로 딸과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남편은 1996년께부터 1주일에 2~3차례 정도 술에 취해 귀가해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언을 하고 주먹과 발, 파리채, 말채찍 등으로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내와 처가식구들에게 식칼을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는 일도 있었다. 이씨는 이같은 폭행으로 늑골이 골절되기도 했고,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이씨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남편이 죽기 4년 전부터 어린 딸의 엉덩이, 음부 등을 만지고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등의 방법으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하는 일이었다. 남편은 “아빠인 내가 딸에게 첫번째 남자여야 하고 이것이 아빠의 의무다”라고 말했다고 이씨는 진술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도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귀가해 아내와 아들을 주먹과 발 등으로 때리고, 생리 중인 딸을 성추행하다가 잠이 들었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3년이 선고됐던 이 여인에게 13일 항소심 재판부는 1년을 감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이씨가 반복적인 가정폭력과 성적 학대로 인해, 특히 친부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딸의 어머니로서 느끼는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인해 자살충동의 연장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살해 동기 없는 우발 살인 남편을 살해한 이씨의 행위를 ‘자살 충동의 연장’으로 판결한 사법부의 판단은 의미심장하다. 장기간 축적된 남편에 대한 분노와 자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결국 살인을 불렀다는 것이다. 부부관계와 가정 내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방치한 결과가 빚은 비극이다.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이서원 겸임교수는 “배우자 살해가 대부분 홧김에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것은 오랫동안 쌓인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단기적으로는 부부 간의 분노 조절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남편을 살해한 이씨의 경우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차원의 치유책을 넘어 일단 가족으로부터의 분리가 시급했다. ‘분노의 관리’가 아니라 ‘폭력의 관리’가 우선 필요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가정폭력의 주범들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빈발한다는 점이다. 살인을 저지른 아내는 평생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다가 ‘살인자’의 낙인을 짊어지고 여생을 살아야 한다. 이유가 어찌됐건 ‘사람을 죽인 죄’는 법적·도덕적으로 용서받기 힘들어 무기형 등 중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다.
2년형을 선고받은 이씨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지만 남편을 사망케 한 죄의식의 굴레에서는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업보를 짊어지게 됐다. 뿌리 깊은 증오와 분노를 야기하는 상황 자체를 타개할 정신적 힘을 그는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발적 살인은 ‘아무런 이유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정인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아니라 삶과 세상에 대한 전반적인 적대감, 폭력적 성향과 음주습관이 살인을 부르는 것이다. 작년 11월 만취 상태에서 일본인 사업가를 살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이모씨(25)가 그런 경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의 공소내용을 통해서도 이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돼, 유족입장에서는 더욱 이해가 되지 않고 마음이 아프겠지만, 범행 직후 경찰서에 손가방을 찾으러 간 점 등 계획적이고 비열한 목적이 없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새벽 경남 창원시 상남동의 한 모텔에서 회사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창원을 방문한 50대 일본인을 만취한 상태에서 소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 15년이 구형됐다.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충동 살인을 저질렀지만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받고 그는 망연자실한 상태다.
충동 범죄는 피해자의 삶과 가해자의 삶을 동시에 파괴한다. 가해자 입장에서도 전혀 예기치 못한 불행을 감수해야 하고 그 영향은 평생에 걸쳐 어둠을 드리운다. 평소 분노와 증오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자신과 타인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충동 범죄의 비극을 막는 첩경이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계 정석준 경사의 이색 제안
“둥근 칼끝이 우발 살인을 막는다”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계에 근무하는 정석준 경사(52)는 작년 8월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으로 ‘최근 살인사건의 살해도구(칼)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살인사건 등 각종 범죄 현장을 누빈 현장감식 전문가인 정 경사는 지난 8년 간 거짓말탐지기 검사관을 비롯해 과학수사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해 왔다. 정 경사는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문을 연 수사과학대학원의 석사 1호다.
그는 작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전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159건을 조사했다. 그 가운데 칼을 이용한 살인사건은 93건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우발적 살인의 현장에 만일 칼이 없었다면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정 경사가 착안한 논문의 포인트다.
그는 “159건의 살인사건 중 77%가 우발적 살인으로 가정에서 사용되는 식칼이 흉기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흉기로 규정된 도검류에 의한 살인 비율은 23%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우발적 살해의 경우 칼끝만 둥글었거나 안전한 장소에 칼을 보관하든지 잠금장치를 사용했다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했다는 것이 정 경사의 생각이다.
2005년 2월 부산에서는 엽기적인 존속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범인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친모를 싱크대 위에 있던 과도로 난자해 사망케 했다. 정 경사로 하여금 가정용 칼의 위험성을 절감케 한 사건이었다. 사실 판매되고 있는 가정용 칼끝을 연마기로 갈아 둥글게 처리한 뒤 사용해도 요리 등 일반적인 사용에 전혀 지장이 없다.
가정용 식도, 과도가 실제 살상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검이나 도검 단속처럼 관련 법규를 제정할 필요성이 있다. 그는 가정용 칼의 앞 부분을 왜 날카롭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관련 법을 고쳐 가정용 칼의 형태를 둥글게 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경사의 논문이 발표된 후 서울의 한 가정용 칼 제조업자가 칼끝을 둥글게 한 칼의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형법 250조에는 “사람을 살인한 자는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무리 우발적인 살인이라도 최소 5년 이상의 중형을 받게 된다.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해자 역시 인생을 사실 상 마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살인죄의 막중함이다. 집안에 방치된 부엌칼 한 자루가 빚는 비극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정 경사의 바람이다.
한기홍〈객원기자〉 glutton4@naver.com
출처-[뉴스메이커 2006-03-31 11:12]![](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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