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백은하씨
“바르셀로나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었다.
아주머니는 내가 스페인어를 못 알아 듣자 내 팔을 잡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줬다. 20분 쯤 같이 걷는 동안, 아주머니는 내게 계속 스페인 말을
하고, 나는 나중에 한국말로 했다.
‘저는 백은하라고 하고요. 지금 파리에서 오는
길이에요. 바르셀로나가 금방 맘에 들 것 같아요. 아주머니는 정말 친절하세요.’ 우리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서로 팔짱을 낀
채.”
아티스트 백은하(34)씨가 전하는 아주 특별했던
여행의 일부. 한 두 장 모아둔 꽃잎에 섬세한 드로잉을 곁들이는 작업 스타일 때문에 ‘꽃 도둑’이라고 불리는 백씨가 최근 여행집 ‘기차를 놓치고
천사를 만났다’(웅진)를 펴냈다.
프라하·바르셀로나·파리·산타페·샌프란시스코·뉴욕
등을 돌아본 여행담을 담은 책은 섬세하고 귀엽다. 북받쳐 오르는 감상 보다는 목적지를 못 찾아 하루 종일 헤맸다든가, 트램을 타고 종점까지
가본다든지, 우연히 만난 이에게 바나나 케이크를 얻어먹었다는 식의
자잘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백씨가 말하는 ‘아, 이 맛에 여행한다’ 싶은
순간은?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할 때. 앉으면 웃음이 확 번진다. 가는 동안 잠도 자고, 노트에 뭔가 적기도 하고, 창 밖의 달라지는 풍경도
보고, 엽서도 쓰고, 커피도 한 잔 하고…. 기분이 점점 근사해 진다.” 백씨가 여행하는 이유?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그걸 여행하면서
느낀다. 도시마다 다 다르고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도 배운다. 결국은 ‘사람은 다 똑같아’라고 느끼게도 되지만.”
다음은 ‘백은하의 여행하는
법’
① 행선지가 잡혔다면 마구 소문을 낼 것.
그러면 주변에서 ‘현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라는 식으로 정보를 준다.
② 대학 캠퍼스와 시장과 교회는 꼭 가볼 것.
그 곳 삶의 풍경 속으로 스며드는 좋은 방법.
③ 간판을 유심히 보자. 그 사람들 미적 수준,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알 수 있다.
④ 파리에 가면 누구나 몽마르트 언덕을 간다.
그러나 그 아래 ‘아베스’란 지역도 좋다.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작은 가게가
몰려있는 동네. ‘바카라 뮤지움’ 등도 가보자. 그 건물이며 사람들 분위기 자체가 ‘오, 이게 뮤지움이구나’ 싶다.
⑤ 프라하에 갔다면 주머니에 사과 한 알, 책
한 권 넣어가지고 블타바 강 주변을 산책할 것. 어느 날은 그냥 국수처럼 이어지는 길을 계속 따라가 보자. 오래된 도시의 깊은 아름다움은
길바닥에, 주택 곳곳에 다 담겨 있다.
⑥ ‘뉴욕 건널목에서 신호 기다리면
관광객, 무시하고 알아서 건너면 뉴요커’라고 한다. 신호를 기다리든, 그냥 건너든 간에 길을 갈 때는 고개를 45도 올려 뉴욕의 멋진 건물을
구경하자. 뉴욕은 멋지고도 못된 도시. 스타벅스 등에서 주문을 할 때는 미리 생각해 놓았던 메뉴를 명랑하게 외친다. 명쾌할 때와 우물쭈물할 때
각각 받는 대우는 천지 차이다. 웃으면서 먼저 인사하고 명쾌하게 말 하면 그렇게 대접 받는다.
(정재연기자 [ whaud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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