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천혜의 비경에 묻혀진 슬픈 역사

피나얀 2006. 4. 7. 17:05

 

 


◇후에 유적(세계문화유산)

 

베트남 최후의 왕조인 응웬 왕조의 도읍지이자 베트남 전쟁의 격전지였던 후에는 ‘왕들의 도시’로 불릴 만큼 유적들이 즐비하다.

 

후에 여행은 응웬 왕조 왕궁인 후에성을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대한 성벽과 해자에 둘러싸인 왕궁의 중심에는 중국의 자금성을 10분의 1로 축소 모방한 태화전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9개의 거대한 대포와 9명의 황제를 기리는 9개의 청동분향로,그리고 건물 잔해가 왕조의 흥망성쇠를 상징한다.

 

퇴위한 황제의 별궁과 무덤을 겸한 민망 황제릉은 좌우대칭미가 뛰어나고,장기집권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산 뜨득 황제릉은 악명에 걸맞게 규모도 가장 크다. 프랑스 식민시절에 만들어진 카이딘 황제릉은 동양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결합된 왕릉으로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상류의 화훼단지에서 꽃향기가 강물을 타고 내려온다고 해서 ‘향수의 강’으로 불리는 호언 강은 보트 여행의 명소. 수상가옥이 즐비한 강을 거슬러 오르면 원시적 방법으로 모래를 채취하는 보트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손과 발로 물레를 돌려 강바닥에서 모래를 퍼내는 장면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미선 유적(세계문화유산)

 

투본 강 유역의 정글에 위치한 미선 유적은 베트남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000년간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던 참파 왕국의 성지이다. 4세기 말에 지어진 목조건물이 소실되자 7세기에 벽돌을 이용해 재건했으나 베트남 전쟁 때 호치민군의 보급루트로 이용되면서 미군에 폭격 당했다.

 

현재는 8세기에서 13세기 말까지 건축된 70여 개의 유적군이 잡초에 묻혀 잠들어 있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 복원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다낭의 ‘참 조각 박물관’은 미선의 참파 유적에서 출토된 300여 점의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다낭과 후에를 연결하는 하이반 고갯길은 베트남판 대관령으로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트래블지에 의해 ‘완벽한 여행가가 가봐야 할 50곳’ 중의 하나로 선정했다. 구절양장 고갯길을 달려 구름도 쉬어가는 정상에 서면 남중국해와 구름 사이로 솟은 산맥들이 절경을 연출한다. 특히 하이반 고갯길 정상은 구름을 먹고 사는 온갖 야생화와 나비들의 천국.

 

하이반 고갯길 북쪽에 위치한 랑꼬는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어촌으로 현재진행형인 사주와 석호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린다.

 

◇하롱베이(세계자연유산)

 

영화 ‘인도차이나’의 무대로 유명한 베트남 북부의 하롱베이는 인간의 손으로는 그릴 수 없는 수묵화다.

 

바이차이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를 미끄러지면 안개 속에 숨어 있던 기암절경의 섬들이 양파껍질을 벗기듯 하나 둘 윤곽을 드러낸다. 에메랄드색 바다에 뿌리를 박은 3000여 개의 섬은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 여자의 젖가슴처럼 봉긋하게 솟은 섬,사람의 얼굴을 닮은 섬 등 바다에 뿌려진 보석들은 제각각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석회암으로 형성된 섬엔 해적들의 은신처이자 게릴라들의 아지트로 이용된 석회동굴이 많다. 그 중에서도 천장이 달 표면을 닮은 천궁동굴은 1962년 호치민과 함께 하롱베이를 둘러보던 러시아 우주비행사 게르만 티토프가 “내가 생각하는 달나라 모습과 비슷하다”고 극찬한 곳이다.

 

호치민에 의해 티토프로 명명된 섬의 정상엔 전망대가 있다. 42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하롱베이의 전경이 파노라마 영화처럼 펼쳐진다.

 

티토프 섬에서 모터보트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항릉원은 하롱베이가 숨겨놓은 요새. 썰물 때 드러나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바위섬에 둘러싸인 타원형의 호수가 나타난다. 선상에서 맛보는 다금바리 회도 잊지 못할 경험.

 

 

 

 

베트남=글·사진 박강섭 기자 kspark@kmib.co.kr

출처-[국민일보 2006-04-06 1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