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심장에도 나빠요

 

올해 63세인 이범석 씨. 중증 기관지 천식 증상을 앓고 있다. 최근 황사가 심해지 면서 아예 바깥 출입을 삼가고 있었는데 동사무소에 볼일을 보기 위해 30분가량 외 부에 나가게 됐다.

 

그날 밤 이씨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연거푸 밀려오는 기침 때문이었다. 숨쉬기 도 힘들어 다음날 병원을 찾으니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 영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주 말은 황사가 망쳤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40배까 지 달하며 온 국민의 눈, 코, 입을 뜨지 못하게 했다.

 

이번 황사는 특히 한반도와 가까운 지역인 만주지역 건조지대에서 발생해 한국에 미친 영향이 더욱 컸다는 것이 기상청 전문가들의 해석.

 

황사는 5월까지 계속해서 우리 건강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황사로 인해 증세가 더 심각해지는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5월까지는 황사가 불어 온다는 예보를 접하면 외출을 삼가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 심근경색 위험도 높일 수 있어 =

 

황사로 인해 그 증세가 심각해지는 중증 질환의 대표는 바로 기관지 천식이다. 황 사가 품고 오는 미세먼지가 폐로 들어가면 기도 점막을 자극해 정상인들도 호흡이 곤란하고 목에 통증을 겪게 된다. 하물며 천식 환자들은 오죽하랴.

 

기관지 천식은 호흡할 때 몸 속으로 들어오는 여러 자극 물질에 기관지가 과민반응 을 할 때 생겨난다. 이들 물질은 기관지와 숨 쉬는 기도의 점막 부위에 염증을 만 든다. 그러면 기관지가 자연스레 좁아져 숨쉴 때 거친 소리가 나게 되고 기침과 호 흡곤란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황사가 몰고 오는 여러 가지 물질은 기관지 천식 환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미세먼지 와 각종 중금속, 꽃가루 등은 기관지와 기도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고 기침, 호흡 곤란 등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황사는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황사에 포 함된 미세먼지는 직경 2.5㎛(약 1000분의 1㎜) 크기다. 이 미세먼지가 폐나 다른 호흡기관으로 들어가면 염증과 혈전을 일으키며 심하면 심장마비까지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의 머리 미틀먼 박사가 미국심장학회 순 환기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2시간 평균 농도와 24시간 평균 농도가 25㎍, 20㎍으로 높아지면 심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심근경색을 일으킬 위험은 각각 1.48배, 1.69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브 코탱 프랑스 디종대 박사도 디종지역 내 심장마비 환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중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심했던 연간 18일 동안 심장마비로 입원한 환자 수 가 평소에 비해 161% 늘어났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사는 알려진 것처럼 먼지를 포함한 각종 미세물질의 집합체다. 따라서 심장에 이 상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각종 연구자료 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악영향을 주는 질환은 협심증, 허혈성 심장질환, 동맥경화 등이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장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게 증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폐 조 직으로 들어가 손상을 초래하고 이것이 심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이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오 염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황사 심할 땐 마스크 꼭 챙겨야 =

 

심장질환이나 천식 증세를 앓고 있는 중증 환자들이 황사로 입는 피해를 줄이고 봄 철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 바로 유비무환이다. 즉 미리 대처해 피해를 막아 야 한다.

먼저 황사 영향권인 5월까지는 일기예보를 꼼꼼히 챙겨 황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 는 날에는 외출을 피하도록 하자. 만약 부득이하게 외출해야 할 때에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 호흡기로 미세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천식 환자는 흡입형 스테로이드제를 소지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외출 후 귀가시에는 반드시 손발을 씻어 미세먼지를 훌훌 털어내야 한다.

 

 

 

 

 

[이명진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매일경제 2006-04-14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