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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차승원의 터닝 포인트

피나얀 2006. 4.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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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 시간 전, 일정이 예정보다 한 시간 뒤로 늦춰졌다는 전화가 왔다. 잠시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는 이유였다. 얼마 전 TV프로그램 ‘헬스클럽’으로 대한민국에 운동열풍을 불러온 그가 영양주사를 맞아야 하는 까닭이 몹시 궁금했다. “원래 약골 체질이에요. 그나마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해와서 이 정도인 거지”.

 

그와 마주 앉은 테이블 위에 구운 오징어 한 접시가 도착한다. “여기는 맨날 이런 거만 줘~” 타박을 놓지만 미리 홍보사 직원에게 슬쩍 부탁했던 모양이다. 오징어 접시를 밀어주며 “어서 먹어요. 오징어가 얼마나 몸에 좋은데 그 자양강장제에 들어 있는 타우린 알죠? 그 타우린이 여기에 들어 있다고. 오징어 자주 먹어줘야 되요” 역시 건강 챙기데 선수다.

 

흐린 날씨 탓에 구운 오징어 냄새가 유독 코끝을 찌른다. 그렇지만 그 냄새를 잊는 데는 채 몇 분도 되지 않았다. 곧 바로 서른 일곱 남자가 진득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 <국경의 남쪽>

 

<국경의 남쪽>은 모델 생활 10년 배우 생활 10년. 연예계 생활 20년차에 접어든 차승원의 열 일곱 번째 작품이다. 개봉일이 당겨지면서 언론은 경쟁작으로 붙게 되는 영화의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차승원의 이름을 함께 거론했다.

 

“톰 크루즈? 와야 싸움을 하지. 오지도 않는데 어떻게 싸움을 해” 그의 걱정은 오히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대회. “6월이면 모든 국민들의 더듬이가 월드컵으로 가 있을 거란 말이죠. 한 달 앞서 개봉인데 평가가 좋으면 그때까지 힘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전작 <혈의 누>를 하기 전까지 주로 코믹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에 <국경의 남쪽>은 차승원의 첫 번째 멜로 영화로 주목 받아왔다. 포스터에도 클로즈업 된 그의 애잔한 얼굴만 등장할 뿐이다.

 

“보통 멜로 영화 하면 포스터에 남녀 주인공이 같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건 단순히 사랑 이야기라기 보다 살아가는 이야기니까. 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사랑이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거죠.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휴먼 멜로. 내 생각에는 휴먼에 더 가까운 거 같아요”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 이야기

 

차승원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뚜렷하다. 어떤 장르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이야기의 힘이 그를 움직인다. “사실적인 이야기가 좋아요. 우리는 늘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데 영화에서 그런 걸 원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갖다 붙여가지고 우리가 정말 공감할 수 없는 얘기들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국경의 남쪽>은 사실성에 치우친 영화이기 때문에 선택한 거죠”

 

북한말과 호른

 

호른 연주자 출신 탈북자라는 역할을 때문에 이번에는 북한말과 금관악기 중에서도 가장 배우기 어렵다는 호른 연주를 배워야 했다.

 

“ 우리가 흔히 북한 사투리라고 하는 말들이 50년대 이전 말투에요. 6.25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이 함경도, 평안도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사투리가 와전 되고, 섞여서 실제 북한에서 오신 분들도 알아 듣지 못하고, 쓰지 않는 말들 나온 거죠. 그런 부분을 바로 잡아보려고 했어요. 제가 배운 평양 사투리는 우리나라 60년대 말과 좀 비슷해요. 지금 쓰는 말도 있고요, 똑 같은 말도 있어요. 지방 사투리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 같아요”

 

특히 연출부에 있던 탈북자 출신 김철용 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친구가 극중 선호와 나이대도 비슷해서 생각이나 말이나 여자한테 하는 얘기들을 많이 배웠죠”

 

수개월 동안 촬영하는 작업이 쉬울 리 있을까. “<혈의 누> 때는 뼈가 부러졌는데 지금은 뼈가 붙었어요. 안 붙었으면 큰일날 뻔 했는데 뼈가 붙더라고요” 부상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얘기한다.

 

 


이번에는 추위가 적이었다. “역할 때문에 12kg 정도 감량을 했는데 유독 겨울 장면이 많았어요. 확실히 살을 빼니까 너무너무 춥더라고요. 스탭들한테 놀림까지 받으면서 늘 오리털파카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죠”

 

홍보는 의무다

 

배우들이 정작 힘든 건 연기 보다 홍보활동일 것이다. 개봉을 앞두고 이어지는 TV출연과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는 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 선상에서 차승원은 홍보에 적극적인 배우다. “개봉 전까지는 제 의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건 철저하게, 변치 말아야 될 부분이죠. 내 영화를 찍고, 내 영화를 세일즈 하는 거에 대해서 내가 뭔가 손해라고 생각하지 말자는 건 변치 않을 거에요”

 

차승원의 <헬스클럽>

 

얼마 전 TV쇼에서 헬스프로그램을 선보인 그는 ‘역시 차승원이야’ 라는 탄성을 절로 내뱉게 했다. “차승원의 <헬스클럽>은 8주 프로그램이었어요. 왜냐 그 후에는 본격적인 영화 홍보를 해야 되거든요. 8주라는 시간 동안 몸이 얼마나 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아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자라는 취지였고, 목적이라면 텔레비전에서 영화 홍보를 해야 할 때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다가가지 말자, 너무 밉살맞게 홍보만 한다는 소리 듣지 말자였죠. 이왕 할거면 내가 해봤던 거, 잘 하는 거를 하자.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좋죠. 홍보를 많이 한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가 해서 안 하는 건 더 나쁜 거거든요”

 

사랑은...고마움이다

 

철저한 엔터테이너의 모습만을 보여준 그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을 뒤흔든 ‘사랑’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남녀가 정말 좋아해서 사랑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다 죽고, 이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김선호에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삶이 있었던 거잖아요. 답답한 거죠.

 

사랑이라는 게, 참 그게….평생 결혼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나 사랑을 한단 말이죠. 사랑을 안 하는 사람은 없어요. 나도 물론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거고, 자식들이 있는 거고. 지금 제 입장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고마움 같아요. 상대방에게 너무너무 고맙다라는 거. 그건 거 같아요.

 

사랑을 잃는 것에도 거침이 없다. “그걸 어떻게 극복을 해. 극복한다고 해서 극복해지나. 안 극복해지지 않나? 그냥 놔둘 거 같아요. 사랑 때문에 상처를 입고 가슴이 미어지고 그랬던 적은 없는 거 같아요.

 

남들처럼 3박 4일 동안 뭐 기다리고 이런 거 없어. 난 다분히 현실적인 사람이거든요. 세 시간은 기다려줄 수 있죠. 그 이상 안되면 안 되는 거야. 나는 빨리 정리를 해요. 다음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이지 그걸 자꾸 물고 늘어지는 성격은 아니에요”

 

어쩌면 극중 김선호와 차승원은 성격이 정 반대인 사람 같았다. 우유부단한 캐릭터와 뭐든 열심히 잘 하려는 현실적인 캐릭터. “선호는 우유부단한 인물이죠. 허망한 인간. 극중에 이런 나레이션이 있어요. ‘그냥 열심히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 같다. 어둠 속에서 길 가듯이 더듬더듬 한 걸음 가는 게 인생 같다더라’. 현실 때문에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삶을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우유부단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말에 의문을 갖는다. “제가요? 왜요? 저와 다른? 제가 우유부단해 보이지는 않나요? 전혀 아닌가요? 그런가? 그럼 어떤 이미지인가요? 목표를 정해놓잖아요. 그런데 안될 때가 있단 말이에요. 순리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같은 경우는 받아들이는 게 싫은 거지.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지는 거지 다 그렇게 결국엔 받아 들이거든요”

 

착한 사람이 연기도 잘 한다

 

올 해로 배우생활 10년 차, 이제는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해도 주제 넘어 보이지 않는 시간 아닌가. “착한 사람들이 연기를 잘하는 거 같아요. 사람들한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올바른 시선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연기를 잘 하는 거 같고 복을 받는 거 같아요. 그렇게 되야 되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내가 연기뿐만 아니라 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아요. 연기를 위해서 호흡이나 발성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생각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혈의 누> 이후 2,018만 배우가 됐어요. (웃음) 그래서 가장 하고 싶은 얘기가 바로 이 얘기에요. 인터뷰 할 때마다 무슨 얘기를 가장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을 받는데 <국경의 남쪽>은 제 열 일곱 번째 영화란 말이에요. 어쩌면 가장 나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전 영화보다 못할 수도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냥 딱 놓고 봤을 때 지금 제가 살아가는 방법이 그렇게 틀리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 중에 한 명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보는 분들한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고, 이게 됐을 경우에는 제가 행하는 방식들이 더 단단해질 테고, (웃음) 만약 잘 안됐을 경우에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죠.

 

연기, 배우 이런 거 다 떠나서 말이에요. 흔히들 모여서 얘기를 할 때 ‘나 오늘 탄력이 좀 받는다’ 이럴 때가 있잖아요. 나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의 생각과 내 생각이 육화 되는 것처럼요. 우리는 어차피 사회적 동물이니까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거지만요.

 

내가 사람들에게 맞춰가고 또 내 생각이 얼추 사람들에게 맞춰진다 생각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국경의 남쪽>은 내가 깊게 다가갈 수 있느냐 하는 판단을 내려줄 영화에요. 앞으로 영화를 선택할 때 막대한 기준이 되는 영화죠. 그러니까 잘 되야 합니다”(웃음)

 

 

 

 

 

 

 

 

출처-[맥스무비 2006-04-28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