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온 천지가 발아래, 기암절경 금강산 세존봉을 가다

피나얀 2006. 6. 2. 21:35

출처-[노컷뉴스 2006-06-02 14:00]

 


이웃집 아저씨같은 북측 안내원 따라 험준한 산길에 오르면 절로 웃음이

 

푸른 길 구름속으로 들어가니/ 루마다 시인의 걸음 멈추게 하도다
날아내리는 눈같은 폭포는 룡의 조화요/ 솟아오른 메부리는 장검의 기상이라
나무위의 송악은 몇천년을 묵었으며/ 못가의 푸른 숲은 몇백년을 자랐는고
이내 몸 봄기운에 몹시 피곤한데/ 승려는 사려없이 요란스레 종을 울리누나

 

방랑시인 김삿갓이 금강산의 외금강인 구룡연 계곡으로 들어가던중 그 비경에 우뚝 걸음을 멈추고 선 자리에서 한수 읊었다는 시이다.

 

과연 구룡연 정상을 올려다보니 절묘한 경치에 탄복해 시를 지었다는 김삿갓의 품이 깃들만하다. 주봉인 비로봉(1,638m) 앞마당에 터를 잡은 세존봉 자락에 스며든 구룡연의 청명한 기상이 탄복을 자아낸다.

 

5월부터 새롭게 개방된 금강산 최고의 전망 봉우리인 세존봉코스를 다녀와봤다.

 

◈세존봉(世尊峰), 험준한 산맥과 절경이 어우러진 등반코스

 

세존봉-동석동코스는 등산 마니아들을 위한 험준한 등반 코스다. 태백산맥 북부 강원도 고성군자락에 위치한 세존봉(1,132m)은 구룡연코스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구룡연의 절경을 감상하며 북측음식을 즐길 수 있는 목란관을 시작으로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면 자연의 푸르름과 오묘한 산세를 경험할 수 있다.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 앞마당에 놓인 상팔담부터 연주담과 옥류담을 이어 깎아지른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구룡폭포와 비봉폭포는 천연 1급수인 금강산의 물줄기가 힘차게 뻗어내린다.

 

절경이 어찌나 빼어난지 구룡호에서 나온 9마리의 용이 폭포 하나씩을 차지했다는 구룡폭포를 보기 위에 맞은 편에는 '관폭정'이라는 일종의 전망을 위한 정자까지 세워져 있다.

 

5월부터 상설코스로 새롭게 공개된 세존봉-동석동코스는 특별한 접대(?)를 받는다. 관폭정부터 시작하는 세존봉 등반은 북측 안내원들이 앞뒤로 바싹붙어 등반객들을 안내한다.

 


올라가는 코스와 내려오는 코스가 달라 감시의 목적도 있겠지만 워낙 산세가 험준하다보니 부상이나 안전사고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말이 앞뒤에 붙는 것이지 긴장할 필요도 없다. 올라가는 내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이웃집 아저씨나 형, 삼촌같은 느낌이다.

 

◈이웃집 아저씨, 삼촌같은 북측 안내원 따라 험준한 등반길 즐거워

 

등산코스로 개방된지 얼마되지 않은 탓인지 산이 고르게 닦이지 않아 주의해야한다. 경사도가 높고 산자락을 안고 오르다 보니 쉬어가는 길목마다 눈부신 금강산에 한참 눈을 떼지 못하기가 다반사에 등산로 바로 옆은 낭떠러지, 고즈넉한 산길에 한껏 독오른 뱀이 또아리를 틀고 발길을 막아서기도 한다.

 

세존봉 중턱을 오르다보면 성인 두사람이 안을만한 고목이 쓰러져 등산로를 막아선다. 북측 안내원이 "이 산에 사는 곰이 이 큰 나무를 쓰러뜨렸다"며 너스레를 떤다.

 

'남쪽보다 자연이 살아있는 금강산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그럴 수도 있겠거니 어렵게 고목을 끌어안고 넘지만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데다 미끄러지면 자칫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 이미 흥건해진 땀위로 덧땀이 흐른다.

 

빠르면 왕복 7시간, 느린걸음으로 쉬엄쉬엄 걸어 8시간인 세존봉은 결코 자신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일기가 시시때때 변화무쌍한지라 구름떼가 군데군데 끼어 슬며시 가려놓기를 반나절, 산에 오른지 2시간이 넘어서자 하늘의 구름이 슬며시 걷히기 시작한다.

등반 하루 전날 험한 산행길에 오른다며 위로차(?) 취재진을 찾은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 김영현 총소장(상무)의 말이 떠올랐다.

 

김 총소장은 등반일 날씨가 안좋을 것 같다며 일기예보를 걱정하는 취재진에게 "어찌 아름다운 여인이 쉽게 그 자태를 드러내겠느냐"며 "일기가 안좋더라도 또 다시한번 금강산을 찾아달라는 하늘의 연정이라고 생각하시라"고 말했다.

 


세존봉 정상에 오를때쯤 하늘의 뜻이었는지 거짓말처럼 구름이 거치고 맑은 하늘과 함께 정상 전망대인 천화대(天花臺)의 자태가 드러났다. 하늘에서 내리는 꽃처럼 예쁘다해서 붙은 이름이다.

 

험한 산줄기가 구비구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멀리 구름바다가 깔리고 그 밑으로 보이진 않지만 해금강과 동해의 푸른 바다의 모습이 짐작됐다. 상쾌한 정상의 바람이 어느새 식욕을 자극한다.

 

◈종착지에서 퉁퉁 부어버린 두 다리 뻗을때 '쾌감'

 

김밥 두줄로 배를 채우고 금강산수(水)로 목을 축이는 사이 북측 안내원들도 주섬주섬 식당에서 미리 준비해온 도시락을 챙겼다. 김밥도 권하고 남측 음식도 권하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남측 음식이 싫으냐고 묻자 한 안내원이 "남측 관광객들이 챙겨온 음식을 많이들 권해주지만 조미료 맛이 워낙 강해 싫다"며 "주는 음식 물리기도 뭐하지만 그렇다고 안먹는 음식 챙기기도 그렇다"고 말한다.

 

조미료 맛에 익숙한 우리들이 북측 음식이 심심하게 느껴진 이유도 그러할테다. 호텔 아침식사에 나온 나물들과 반찬들이 유독 입맛에 안맞은 이유가 생각났다.

 

사람이 올랐으면 내려갈때가 있다고 했던가. 힘들게 정상에 오른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바위를 타고 연주폭포와 합수목폭포를 끼고 영춘대로 내려오는 동석동코스를 탔다.

 

세존봉 전망대에서 봉우리 뒷길을 타고 내려오려면 철계단을 타야한다. 자그마치 114m인 이 철계단은 최근 수직 암벽에 철심을 박아 길을 냈다. 바람이 불경우 날아만 갈 것 같았다.

한 여성 일행이 한껏 발을 내딛다 결국 뒤로 엉금엉금 내려올 정도로 공포감이 상당했다.

 

짓꿎은 북측 안내원이 철계단을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뒤로 엉금엉금 내려가던 이 일행이 눈을 꼭 감아버린다. 고소공포증이라도 있었다면 앗찔한 현기증에 바람에 몸을 맡겨버릴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10여분 가까이 걸려 겨우 땅에 내려서자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산길의 첫 관문이 이러다 보니 내려오는 길은 발만 잘 내딛으면 일사천리로 올라온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단축할 수 있다.

 

산은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의 모습이 다르다 했으니 발끝만 보고 내려가다 보면 또다른 절경을 놓친다. 구불구불 산길 옆으로 연주폭포와 합수목폭포의 경쾌한 물소리가 갈증나는 몸을 깨운다.

 

반월소와 동석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차가운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궈보자. 산을 오를때 '내가 이 고생을 왜 할꼬'하던 이가 '아, 바로 이맛이야!'라며 산을 탄 이유에 스스로 답한다.

 

영춘대부터 마지막 종착지까지는 다소 평이한 숲길이 이어진다. 가장 지루한 코스이기도 한 이 길에서 험난한 산길을 올랐던 사람들도 '대체 언제 끝나냐'며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다. 길이 끝나면 시원한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돌다리가 종착지다.

 

퉁퉁 부어버린 다리를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뻗어버리고 슬며시 올랐던 산을 돌아본다. 땀도 그렇게 계곡바람에 살며시 식는다.

세존봉 등반 TIP

무거운 짐 노(NO)! =산을 자주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무거운 짐은 그만큼 산행에 부담이 된다. 특히 세존봉 코스는 등산로가 험난하기도 하거니와 우리의 국립공원 수준으로 닦여진 길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간단한 짐을 챙길 것을 권한다.

 

<필수준비물>


-도시락: 점심은 부담없이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자.


-음료수: 물이 좋으며 산 중턱에서 계곡물을 한 두 번 정도 공급받을 수 있다.


-과일·채소: 과도한 산행으로 빼앗길 수 있는 수분과 비타민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사과와 오이, 오렌지 등을 골고루 두 세개 정도 준비하면 좋다.


-손수건: 땀을 닦거나 계곡물에 몸을 식힐때 좋다.


-모자: 땀 흡수는 물론 내리쬐는 햇살이나 우천시 비를 막아줘 유용하다.


-등산가방: 등산용 가방은 되도록 작은 것으로 하고 위의 물품들을 담을 수 있을 정도면 좋다.


-등산용 스틱: 스틱을 사용하면 산행할때 체중과 짐의 무게를 분산시켜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흡연·쓰레기는 안돼요! =금강산은 우리로 치면 국립공원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같이 체계적인 국립공원 관리 시스템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금강산 산행구역 어느 곳에서도 금연이며, 흡연하다 북측 안내원에게 적발될 경우 곧바로 산에서 쫓겨나고 심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큰 것은 2달러, 작은 것은 1달러(?) =세존봉코스는 5월부터 개방돼 산에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다른 곳처럼 매점도 없을 뿐더러 특히 화장실이 없다. 산을 오르다보면 땀범벅이돼 화장실을 찾을 일이 적지만, 급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알아두자. 산을 오르다 큰 것을 볼 경우 미화 2달러, 작은 것을 볼 경우에는 1달러를 내야 한다. 자연에 거름좀 주는 거 굳이 내야하느냐고 묻는다면, 북측 안내원들과 잘 상의를 해보시길 권한다.

 


세존봉 등반 예약 받아요! =세존봉-동석동코스는 미리 예약을 받는다. 금강산 관광 자체가 일정 프로그램을 미리 짜놓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현장 구룡연코스의 관폭정까지 올라갔다고해서 동네 산에 올라가듯 마음대로 세존봉으로 올라갈 수 없다. 혹여나 산행을 강행할 경우 북측 안내원들의 제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