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오감 여행② 료칸에서 색다른 일본을 만나다

피나얀 2006. 6. 5. 18:11

출처-[연합르페르 2006-06-05 10:22]

 

료칸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일본음식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니가타(新潟) 현을 일본 지도에서 꼭 집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름도 친숙하지 않은 곳의 위치를 찾아내라는 말은 억지 주문에 불과하다. 북한으로 향하는 배인 '만경봉' 호의 출항지라고 하면 한 번쯤 들어봤을까, 생경한 지명이다.

 

니가타는 일본에서 가장 긴 강인 시나노 강이 동해로 흘러 나가고,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북쪽으로 2시간 넘게 달려가야 하는 시골이다.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쌀이 재배되고 신선한 해산물이 넘치는 '풍요로운 땅'이란 점에서 전라도와 이미지가 비슷한 고장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낯선 지역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소설 '설국(雪國)'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긴 이 소설은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면 바로 눈의 고장, 즉 설국이었다'는 구절로 시작된다.

 

겨울에도 좀체 눈을 만나기 힘든 도쿄에 사는 주인공에게 휴양 차 방문한 니가타는 천지가 새하얀 세계로 비춰졌을 것이다. 사실 줄거리는 특별한 직업도 없는 한량이 가끔 니가타의 유자와 온천에 찾아와 게이샤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 전부다.

 

료칸은 이들이 밀어를 속삭이기 시작하고, 이별을 고한 장소다. 일본의 전통적인 숙박지인 료칸에는 다다미가 깔린 방과 물 좋은 온천, 손님을 즐겁게 하는 게이샤가 있었다.

 

게이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하릴없이 쉬기에는 료칸만한 곳이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소설의 무대가 될 정도이니 니가타의 료칸이 유명하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Old & New, 료칸으로 살아남기

 

일본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료칸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여행 형태가 패키지에서 소규모의 개별여행으로 전환된 뒤 대규모 료칸들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시설이 좋고 방이 많은 료칸들은 전통을 고수한다며 시대의 조류를 따르지 않았고 결과는 무참했다. 그들은 료칸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반면 작은 료칸은 '서비스'를 무기로 생명을 지켰다.

 

일본 전통 료칸인 류곤'


에도 시대 말기 건물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류곤(龍言)'은 오래된 료칸이다. 류곤이라는 명칭은 과거 이곳에 있었던 '류곤지(龍言寺)'라는 절에서 유래했다.

 

대문 밖까지 나와 손님을 반기는 류곤의 첫인상은 푸근했다. 방이 정리되는 동안 떡과 다시마차가 나왔다. 지금껏 전통을 지키고 있는 류곤은 철저하게 휴식을 보장했다. 호텔 로비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도 들리지 않았다. 소음을 피해온 사람에게는 작은 소리도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배려였다.

 

류곤의 내부는 미로처럼 구성돼 있었다. 넓은 면적에 단층으로 자리한 탓에 목욕탕과 노천탕, 식당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예전에 류곤에서 투숙했던 건축 전문가는 '필요 없는 공간이 지나치게 많다'고 혹평했다지만, 옛날 집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훗날 일본사람들이 시골집을 그리워하며 향수에 빠질 때쯤이면 진가를 발휘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예측은 적중했다. 료칸 중에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전통'을 복원한 곳이 많지만 류곤은 자연스럽게 전통을 이어나갔다.

 

 

 

츠키오카(月岡)에 위치한 '카호(華鳳)'는 류곤과 다르다. 들어서는 순간, 일본의 전통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로비는 여느 호텔과 다를 바 없이 세련되면서도 우아하게 꾸며져 있다. 카호는 서비스, 음식, 시설, 만족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본의 온천 100선에서 2년 연속 5위에 오를 정도로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카호는 전통보다는 현대를 선택했지만, 직원 1명이 3가족만을 담당하도록 한 서비스와 '백옥의 탕'이라고 소문이 날만큼 좋은 온천수가 있다. 1천m 아래에서 퍼올린 유황 원천의 수질은 일본에서도 최고다. 여자 손님이 많은 것도 유황의 함유량이 많아 피부미용에 좋은 탓이다.

 

고매한 역사를 이유로 이방인을 받아들이기 꺼리는 곳과는 다르게, 카호는 외국인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카호는 한국인 직원이 있고, 안주인도 인사 정도는 한국어로 하는 '생각이 트인' 료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