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오감 여행① 료칸에서 단잠에 빠지다

피나얀 2006. 6. 5. 18:08

출처-[연합르페르 2006-06-05 10:21]

 

 

니가타 현의 츠키오카 전경.

일본에서 료칸(旅館)은 고즈넉하고 평온한 곳이다. 인적 드문 자연의 품에 살포시 안겨 있어 파문을 일으키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감을 억지로 드러내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침나절의 쓸쓸한 안개를 맞이하기에 좋다. 왠지 쓸쓸할 것 같은, 아름다운 료칸에서 색다른 일본을 만났다.

 

료칸에 머무르려는 사람은 번잡한 일과 단절하고 팽팽한 일상의 끈을 풀어버려야 한다. 늦은 밤에 갔다가 잠깐 눈만 붙이곤 번개처럼 나오려는 자에게는 비즈니스호텔이 적당하다.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은 애초부터 료칸과 어울리지 않는다. 혹시 호기심이 생기더라도 료칸은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나중에 금전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를 모두 갖췄을 때 들러야 한다.

 

오성급 호텔의 객실도 답답한 인상을 주는 일본에서 료칸은 매우 널찍한 숙소다. 화장실과 욕실까지 합치면 웬만한 원룸 크기에 달한다. 이처럼 넓은 공간은 평생을 비좁은 집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일본인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료칸은 대개 1박 2식으로 구성된다.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호화로운 저녁식사와 담박한 아침식사는 일본요리로 차려진다. 정성들여 지은 쌀밥과 입맛을 돋우는 싱싱한 회, 야채무침, 된장국을 기본으로 현지의 이름난 재료로 만든 음식이 포함된다.

 

 

저녁을 즐기고 난 뒤 노천탕(露天風呂)에서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료칸에는 목욕탕 같은 실내 온천과 노천온천이 갖춰져 있다. 몇 해 전 일본에서는 일반 물에 약품을 탄 초록빛 물을 유황온천이라고 속였던 사건이 있었다. 이후 온천수에 대한 관리가 더욱 엄격해졌고 의심의 눈초리도 많아졌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온천 사랑은 여전하다. 일본에는 석식 전, 잠자기 전, 아침 등 3차례에 걸쳐 탕에 들어가야 온천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 료칸이 '일본 최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진정한 이유는 넓은 방이나 맛깔스런 음식, 온천 때문이 아니다. 손님이 필요한 것을 말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세심한 서비스에 있다.

 

일본의 호텔에서도 체크인한 뒤에는 무언가를 주문하기 전까지 '건드리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사생활 보호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관심이다. 재미있게도 이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호텔에서는 군말 없이 지내지만, 료칸에서는 사소한 서비스까지 요구하는 습성이 있다.

 

료칸은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부자리를 봐주는 것은 물론이고, 식성과 기호를 파악해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들어준다. 심지어 실수로 다치는 일이 발생해도 료칸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끝까지 보상한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해주던 보살핌을 어른이 돼서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츠키오카에 위치한 카호 의 객실

▶료칸 이용하는 법

 

- 투숙객은 료칸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복도에서는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방에 들어갈 때는 슬리퍼를 벗는다. 다다미 위에서는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다.

 

- 공동목욕탕의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는 몸 전체를 씻은 후, 몸에 비누 거품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일본의 욕조는 몸을 씻는 장소가 아니라 뜨거운 물 속에 몸을 담그는 곳이다.

 

- 보통 료칸에 도착하면 직원이 방까지 안내해준다. 이때 저녁식사 시간을 고를 수 있는데, 대개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로 택한다. 식사에는 음료와 술의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수많은 료칸 중에 어떤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면 료칸연맹(www.ryokan.or.jp)에 가입된 곳에서 머무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