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6-09-16 10:28]
9월 8일부터 10일까지 독도수호대가 주최한
<독도의용수비대와 함께하는 울릉도-독도 탐방>이란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독도를 바로 알고 먼저 가신 독도지킴이를 기억하자'라는
배경으로 열린 행사입니다. 이 행사의 참석자는 약 70 여명으로 독도의용수비대의 생존대원과 그 가족, 독도수호대, 후원사인 현대증권 임직원,
그리고 일반인들이 참석했습니다.<기자주>
[1일] 9월
8일
이른 아침, 포항 앞바다에서는 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잔뜩 흐린 날씨와 간간이 떨어지는 비 때문에
수평선을 바라보기가 힘들다. 밤새도록 서울에서 포항까지 버스를 타고와 졸리고 피곤했지만, 바다를 바라보면서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자니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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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탐방의 시작, 포항 여객 터미널 |
ⓒ2006 김준희 |
며칠 전에 전화를 받고 참석을 정한 다음에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내가 독도에 한번 가볼 수 있겠나. 일부는 울릉도와 독도를 구경한다는 이유로, 또 일부는 이 기회에 독도에 관해서 공부해보자는 생각으로 참석을 결정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오던 독도의용수비대의 생존 대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유로 작용했다.
'독도의용수비대'란 지금부터 50년 전에,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 맨몸으로 독도에 상륙해서 활동했던 대원들이 결성한 단체이다. 그 당시에 아무것도 없던 독도에 올라서 천막을 세우고 판잣집을 지어서 생활하며 수시로 다가오는 일본 순시선과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의 이 행사는 어떻게 보면 그 분들을 위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수 년 동안 맨몸으로 독도를 지켜냈지만 그동안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년에 와서야 겨우 <독도의용수비대 지원법>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공표되었다. 물론 그 분들이 보상을 바라고 독도를 지킨 것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세월을 보냈을까.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분들에게 적절한 예우를 갖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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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도동 항 |
ⓒ2006 김준희 |
일본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규정한 것은 1905년의 일이다. 이때 시마네현 고시를 통해서 "독도를 무인도로 규정하고, 다른 나라에서 이 섬을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흔적이 없기 때문에 일본의 영토로 편입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조선시대 때부터 우리가 울릉도에 사람을 살게 하고, 그리고 그를 통해서 독도까지 가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더라도 일본에서 1905년에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에 포함시킨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 시마네현 고시는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시마네현 고시가 발표되기 전인 1900년에 대한제국은 칙령을 통해서 독도는 대한제국의 영토이며 울릉도의 구역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버스는 잠시 후에 울릉경비대에 도착했다. 그리 크지 않은 경비대의 건물로 들어가서 대원들을 만나고 잠시 대화를 나누고 책과 과일 등의 위문품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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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경비대에서의 기념 촬영 |
ⓒ2006 김준희 |
그 전시물의 대부분은 일본측의 자료라고 한다. 일본의 예전 지도와 문서에는 독도가 분명한 한국의 영토라고 명시되어 있다. 박물관의 다른 곳에는 커다란 독도의 모형이 있고 안용복의 활동을 그린 자료와 독도의용수비대의 사진과 활약상이 전시되어있다.
독도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울릉군수가 방문해서 환영사를 했고 독도의용수비대 동지회 회장인 서기종 할아버지가 인사말을 하고 김점구 대장의 강의가 이어졌다.
첫째 날의 공식일정이 끝난 것은 밤 9시가 넘어서였다. 어제 밤새도록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포항으로 내려왔고, 오늘은 3시간 동안 배를 타고 와서인지 무척 피곤했다. 내일 날씨가 맑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독도에 올라가 동해의 푸른 수평선을 볼 수 있기를.
[2일] 9월 9일
빠듯한 일정의 시작이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일행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날씨가 맑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배를 타고 독도로 갈수있을 것 같기는 하다. 도동항에 도착해서 삼봉호라는 작은 배에 올랐다. 이 배를 타고 2시간을 달리면 독도에 도착하는 것이다. 자리에 앉아서 졸다가 자다가를 반복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옆을 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위로 올라가면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독도수호대의 한성민씨가 말해 주었다. 카메라를 메고 그를 따라서 뒤쪽의 갑판으로 나가자 차가운 바다 바람이 온몸을 덮치는 기분이다. 배가 많이 흔들려서 감히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고 비인지 바닷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계속 몸을 적시고 있다. 난 그냥 난간을 잡고 서서 바다를 구경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배는 독도에 도착했다.
독도에서의 일정는 무척 짧았다. 원래는 독도에 올라서 독도경비대를 방문하고 독도의용수비대가 활동했던 당시의 현장을 찾아가고 위령비에 참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의 사정으로 그 일정이 전부 취소가 된 것이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선착장에서의 30분이 고작이었다. 실제로 독도 땅을 밟지는 못하고 오직 선착장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배에서 내리자 독도가 눈앞에 나타났다. 난 지금 대한민국 영토의 동쪽 끝에 와있다. 독도는 크게 동도와 서도로 나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쪽에 있는 섬이 동도고 서쪽에 있는 섬이 서도다. 동도에는 40여명의 독도경비대가 상주해 있다. 동도에는 독도경비대 막사가 있고 등대와 접안시설이 있다. 그리고 서도에는 어민숙소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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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서도의 전경. 가운데 보이는 건물이 어민숙소. |
ⓒ2006 김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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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동도의 전경 |
ⓒ2006 김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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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 |
ⓒ2006 김준희 |
선착장에서는 독도경비대원들이 서서 떠나가는 배에 손을 흔들고 있다. 배 뒤쪽의 갑판에 선 나는 독도를 바라보았다. 배는 독도를 한바퀴 돌고나서 울릉도로 향한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렇게나마 독도에 올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커다란 행운이다. 험한 날씨와 거센 바람 때문에 울릉도를 출발한 배가 독도에 접안하지 못하고 다시 울릉도로 회항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독도에 가는 게 쉽지 않아요. 나라에서도 쉽게 허용 안하지만, 자연도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독도수호대의 김현중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럴 것이다. 이 넓은 동해바다 한복판에 외롭게 떠있는 섬인데 여기를 오는 것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다. 이렇게라도 독도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행운이다. 나는 갑판의 뒤쪽에 서서 멀어져가는 독도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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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어져가는 독도 |
ⓒ2006 김준희 |
[3일] 9월 10일
오늘의 일정은 울릉도를 돌아보는 것이다. 역시 아침부터 빡빡한 일정의 시작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섬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에 들르고, 일본군의 망루가 있던 곳에 오르고 트래킹 코스를 따라서 걷고 점심을 먹는 일정이다.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이 있긴 했다. 오늘 바람이 강해서 어쩌면 배가 못 뜰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배가 못 뜬다면? 그럼 꼼짝없이 울릉도에 머무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배가 못 나갈 정도로 날씨가 안 좋은 날이 자주 있나요?"
"그런 날이 아주 많죠"
김현중 씨의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모든 건 운에 맡기고 그냥 오늘 일정에 충실하자. 강한 바람과는 달리 하늘은 파랗고 구름도 별로 없다. 바람만 아니라면 사진 찍기에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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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앞바다 |
ⓒ2006 김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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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망루가 있던 곳에서 바라본 울릉도 앞바다 |
ⓒ2006 김준희 |
이 산길을 주파하고 나면 이번 행사의 모든 일정이 끝난다. 나는 독도수호대의 김현중 대원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좁은 산길의 왼편으로는 절벽이 나오기도 하고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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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킹의 시작 |
ⓒ2006 김준희 |
독도를 지키는 것도 이것과 비슷할지 모른다. 커다란 힘이나 체력을 요구하기 보다는 꾸준한 주의와 인내가 필요한 길. 우리 땅이라고 방심하고 있다가는 언제 우리가 다칠지 모르는 길. 독도를 지키는 길을 걷는 건 이렇게 산길을 걷는 것과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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