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한국전통 민화·서예 현대 옷 갈아입는다

피나얀 2006. 9. 25. 00:47

 

출처-[서울경제 2006-09-24 18:57]

 


모란 등 민화문양, 드레스·커피잔등에 접목
한글서체도 디자인화…유럽등 해외서 호평

전통예술인 민화와 서예가 패션ㆍ도자기 등과 어울리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살아나고 있다. 서양의 패턴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디자인 산업이 한국적 모티브를 적극 차용하면서 예술과 산업의 경계 허물기를 넘어 한국적인 디자인의 세계화 가능성까지 열어가고 있다.

최근 디자이너 이영주의 패션쇼 ‘기원’에는 호랑이가 그려진 민소매 파티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민화작가 서공임 씨가 직접 옷 위에 호랑이ㆍ꽃ㆍ학 등 민화풍의 그림을 그린 원단을 디자인 한 이 작품은 한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민화의 현대화에 관심을 기울여 온 그는 ‘생활과의 접목’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작가. 그는 패션에 이어 도예가 이기영 씨와 손잡고 민화 문양을 도자기에 앉히는 작업도 시작했다.

작품은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초 프랑스에서 먼저 선 보일 예정이다.

민화라고 하면 먼저 투박한 다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의 작품은 커피잔ㆍ케이크 접시 등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일상 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 백자 커피 포트에 탐스러운 붉은 모란이 활짝 피었고, 큰 접시에는 연꽃이 은은한 자태를 뽐낸다.

그는 “민화가 우리나라에선 ‘구식’이라는 편견이 있어 어떻게 하면 ‘신식’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민화를 접목한

생활용품과 더 나아가 명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와 파트너가 된 이기영 그릇제작소 대표는 “목련이나 모란 등 민화에 등장하는 소재는 서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콘텐츠”라며 “우리 콘텐츠로 만든 서양 그릇은 세계에서도 하나 뿐이라 해외 바이어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디자인은 해외에서 이미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파리 패션박람회 ‘후즈 넥스트(Who’s Next)’ 에서 디자이너 이상봉의 작품에 서예가 국당 조성주의 한글서체가 디자인 패턴으로 사용됐다.

한불수교 12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씨의 한글 필체로 디자인 한 의상ㆍ가방ㆍ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이 월인천강지곡풍의 판본체로 드레스 위에 수놓아졌고, 훈민정음풍의 한글 서체가 귀걸이와 목걸이에 얌전하게 앉았다.

조씨는 “네모ㆍ세모 등으로 이루어진 한글은 조형미가 뛰어나다”며 “동양적이면서도 개성이 뛰어나 유럽에서는 이색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이와 관련 “우리의 문화적 잠재력은 스스로 구닥다리로 치부해 온 전통 안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