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11-02 10:12]
버스로 10여 분 이동해 하치만타이의 유명한 온천 중의 하나인 고쇼가케(後生掛) 온천에 도착했다. 온천 뒤쪽으로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나오는 곤야지고쿠(감옥지옥, 紺屋地獄)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곳이다.
비릿한 유황냄새를 맡으며 산책로를 따라 온천 뒤쪽으로 가자 뿌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계단 오른쪽 아래에서는 마치 시멘트를 희석해놓은 듯이 끈적끈적해 보이는 회색빛 물이 보글보글 끊고 있다. 안내문에 표시된 물의 온도는 98℃이다.
뜨거운 웅덩이 뒤쪽 가파른 언덕 위에는 흰색 십자가 하나가 서 있다. 초기 일본 가톨릭 신자들의 순교터임을 알려주고 있는 표식이다. 이곳도 완연한 가을을 알려주는 듯 예쁜 단풍이 주변 산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다시 굽이굽이 오르막 도로를 따라 오른다. 1천600m가 넘는 하치만타이 정상을 향해가는 길이다. '타이(平)'라는 이름처럼 주변의 산들은 완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평평하게 이어져 있었다. 오른쪽으로 산과 산 사이에서 하얀 연기 두 줄기가 솟아올라 하늘과 잇닿으며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다. 어느 온천지에서 솟아나온 땅 속의 기운이었다.
하치만타이 정상 바로 아래의 주차장은 자동차와 관광차로 빼곡했다. 단풍철의 내장산이나 설악산처럼 하치만타이는 아름다운 단풍을 보려는 일본인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어느 곳이나 똑같나 보다.
하치만타이는 아래쪽의 오누마 연못이나 고쇼가케 온천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누마 연못 주변이 그림처럼 예쁜 풍경이라면 이곳은 탁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모습이었다. 주차장 위쪽으로 하치만타이 정상이 가까이 솟아 있고, 이와테 산과 멀리 아오모리 현의 핫코다 산까지 북도호쿠 3현의 산들이 펼쳐져 있었다.
전망대 아래로는 푸른 소나무와 옅은 갈색의 너도밤나무가 체스판처럼 가지런하게 반복되어 나타난다. 지난 겨울 눈을 이기지 못한 나무들은 하얗고 앙상한 가지와 줄기를 드러내며 키 작은 관목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전망대 한쪽에서는 연인 한 쌍이 하치만타이를 지나는 가을바람이 차가운 듯 서로를 꼭 껴안고는 아래에 펼쳐진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온천욕 하며 즐기는 고즈넉한 단풍
아키타 현과 이와테(岩手) 현의 경계인 다자와호(田澤湖) 고원의 뉴토(乳頭) 산록 깊숙한 곳에는 비경을 자랑하는 온천지, 뉴토 온천향(鄕)이 있다. 아무도 찾아들 것 같지 않은, 한편으로 무서운 생각마저 드는 한적한 산 속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닌 온천 7개가 산재해 있는 지역이다.
구로유(黑湯) 온천 입구에 도착하자 언덕 아래로 낡은 온천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뒤로는 흐드러지게 단풍이 물들어 있다. 동화 속 마을 풍경이다. 낡은 목조의 온천 건물을 돌아 안쪽으로 들어서자 일본 아주머니 5명이 원두막처럼 사면이 트인 노천탕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다.
우윳빛 물속에 어깨까지 담그고 들어앉아 화려한 빛으로 물든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다. 미소 띤 그들의 모습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방인 남자들의 갑작스러운 출현에도 놀라지 않고 미소를 건넬 뿐이다. 오히려 바라보는 쪽의 귓불이 붉어지는 듯했다.
다시 굽이굽이 산길 도로를 한참 돌아 츠르노유(鶴の湯) 온천에 도착했다. 일본에서도 가장 낭만적인 온천 중 하나로 꼽힌다는 이곳은 1691년에 문을 연 오랜 역사가 깃들인 장소이다. 에도시대 영주도 이곳의 풍광과 분위기에 빠져 자주 들렀다고 한다. 이곳의 주변 풍경도 이미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다.
우윳빛 노천에 몸을 담가 보았다. 뜨거운 기운이 발을 지나 엉덩이와 허리로, 등을 타고 목까지 전해져왔다. 여행자의 노곤한 몸은 온천수 속에서 이내 허물어지고 있었다. 돌연 바위 뒤쪽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본 아주머니 3명이 여자 노천탕으로 연결된 문을 통해 남자 노천탕으로 들어왔다.
혼탕에 익숙한 듯 목까지 담근 아주머니들은 남자들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스멀스멀 찾아온 어둠 때문인지 희뿌연 온천수 때문인지 서로의 나신은 완벽하게 가려졌다. 온천욕을 끝내고 싶었지만 아주머니들이 돌아갈 때까지 몸을 깊숙이 담근 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산중 온천에 진한 어둠이 내리고, 군데군데 켜진 작은 등은 츠루노유 온천의 밤을 낭만적으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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