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2006년 11월 28일(화) 9:1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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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안산과 부산에서 60여명의 고교생들이 결핵에 집단감염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의 전유물로 여겼던 결핵, 하지만 2003년 약 3만명이었던 결핵 신규 감염 환자가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과 관리 소홀로 2004년 3만1천5백여명, 2005년 3만5천여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 다이어트, 과로 등이 유병률 높여
흔히 후진국병으로 알려져 있는 결핵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발병률이 줄어들어 1990년대부터 매우 급격한 감소율을 보이며 한때 거의 박멸단계에 온 것처럼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의 X-선상 활동성 폐결핵 유병환자는 2002년 기준 약 22만명(인구 200명당 1명꼴)으로, 이는 일본의 3.1배, 미국에 비해서는 16.6배나 높은 수치이다. 그중에서도 20대 생산연령층의 발병률이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못살던 시절에는 영양부족이 발병의 조건을 제공했다면, 요즘에는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 다이어트, 과로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된 경우가 많아 결핵 유병률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경우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력의 저하,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고 생활 패턴이 PC방 등 실내생활 위주로 바뀌면서 결핵 감염이 용이한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 초기 증상 거의 없어 2주 이상 감기 지속되면 의심
결핵이라고 하면 흔히 폐결핵을 생각하지만 결핵은 우리 몸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는 전신 질병이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폐결핵 외에 결핵이 주로 생기는 곳은 흉막, 임파선, 뇌, 척추, 관절, 신장, 간, 대장, 복막 및 생식기 등이며 발병한 부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고 진단법도 다르다. 가끔 주위에서 늑막염을 앓았다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 늑막염의 대부분은 바로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에 결핵균이 침범하여 생기는 결핵성 흉막염을 뜻한다.
결핵은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도 전혀 증상이 없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침과 가래, 피로감, 신경과민, 미열이 결핵의 초기 증세이지만 이는 건강한 사람들도 흔히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증세가 나타나더라도 자각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폐결핵을 의심해 봐야 한다.
# 결핵균 침입해도 건강한 사람은 염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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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결핵의 전염은 폐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가래에 결핵균이 섞여나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다른 사람의 폐에 들어가면서 전염된다. 그러나 결핵균이 침입했다고 해서 누구나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닐뿐더러 결핵환자라고 해서 모두 다 결핵균을 배출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약 2주 정도 결핵약을 복용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그러나 진단 받기 전부터 환자와 같이 생활해 온 가족들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은 대부분 흉부 X-선 사진을 찍거나 가래검사를 하고, 특히 소아에게는 결핵균의 단백질 성분을 팔에 주사하여 2~3일 후에 나타나는 반응을 통해 결핵균이 몸 안에 들어온 적이 있는지 알아보는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가 도움이 된다.
결핵환자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객혈의 경우 실제는 많지 않으며 치료 전이나 치료 도중, 혹은 완치된 후에도 간혹 나타날 수가 있다. 객혈을 한다고 해서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약 복용 소홀하면 결핵균에 내성 생겨 완치 불가능
예전에는 결핵이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오히려 결핵 치료가 쉽다고 해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된다. 약을 6개월 또는 그 이상 꾸준히 먹기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다량의 약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점과 복용시의 소화장애, 복통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 본인이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것이다.
결핵균은 매우 끈질기기 때문에 완치 전에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먹게 되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서, 그 다음에는 효과가 적고 부작용은 더 많은 2차약을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완치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결핵약의 부작용으로는 청력장애와 평형감각장애, 위장장애, 간질성 경련, 관절통, 시력장애나 말초신경염 등이 있는데, 그리 흔하지는 않다.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투약을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한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결핵약인 ‘리팜피신’ 때문에 복용 중에 눈물이나 소변이 오렌지색을 띨 수도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치료기간 동안에는 반드시 금주·금연하도록 하고 되도록이면 음식을 골고루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보약이나 건강식품 등은 오히려 간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또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병이 호전되는지 또는 약제에 반응이 없는지를 관찰한다.
# 면역력 강화하고 수시로 실내 환기해야
결핵균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개인이 충분한 영양섭취와 정기적인 운동 등으로 면역력을 길러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결핵약을 복용한 지 2주가 되지 않은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핵 예방주사인 BCG는 흔히 생후 한달 만에 맞는 주사로, 주사 맞은 자리에 조그마한 흉터를 남길 뿐 부작용이 그리 심하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결핵이 흔한 나라에서는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모은경 교수는 “자외선의 살균효과 덕분에 바깥공기에는 결핵균이 들어있지 않으므로 실내공기를 자주 환기하는 것도 결핵을 예방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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