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스포츠서울 2006-12-19 10:45]
곧 겨울방학이다. 부모와 자녀가 마주앉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잔소리 주의보’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로 ‘어떻게 하면 잔소리를 안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눈치작전에 벌써부터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것.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어머니의 이름 하에 통용되는 단 하나의 채찍이 있다면 ‘잘 돼라’ ‘잘 커라’ 내 아이를 타이르는 잔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냥 잔소리만 늘어놓는다고 부모가 원하는데로 자녀가 움직여주지 않는 만큼, 잔소리가 가족 구성원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이번 겨울방학 동안 함께 해결 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현명한(?) 잔소리 법을 제시한다.
◇엄마, 나를 그냥 두세요..판단력이 흐려져요
상황에 대한 인지 및 생각이 어느 정도 가능한 5~7살 유아기 때 부모의 잔소리가 가중되면 아이의 상황 판단력이나 자아 정체 성립에 있어 애매모호한 기준을 낳게 된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김희진 교수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 의한 잔소리가 아이들이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거나 판단을 할 때 장애가 될 가망이 높으며 이는 실제로 잔소리가 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의기소침하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부모의 혹은 엄마의 잔소리로 하여금 아이는 속으로 ‘내가 무얼 또 잘못했나?’ ‘나에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자책감을 들게 하고 스스로 의사 결정함에 있어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따라서 유아기 때의 엄마의 잔소리는 더욱 섬세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이 돼야 한다.
김 교수는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라 하더라도 잔소리처럼 안 들리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건 아이에게 일방적인 잔소리를 퍼붓는 것에 앞서 실천을 통한 모범을 보여야 아이들의 수용력을 기를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여기저기 방 전체를 어지르고 다니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장난감 가지고 어지럽히지 마라’ ‘장난감 정리해라’ ‘왜 치우지 않느냐’ 등의 일방적인 질타를 가하듯 잔소리는 참아야 한다.
대신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제한 구역을 설정해 두고 ‘이 방에서만 장난감을 마음껏 멋지게 가지고 놀되 치우는 것도 스스로 할줄 알아야 멋진 사람이다’라든가 ‘이만큼만 가지고 놀면 다음번에는 더욱 좋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등의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설명과 약속이 있는 말이 좋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는 어떤 약속을 통한 아이와의 의사 소통은 아이에게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아이는 이것을 규칙이라 여겨 다음에도 이 상황을 다시 기억하고 올바르게 따를 수 있다. 물론 여기서도 중요한건 아이와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친구, 식구와 비교 싫어요!' 그렇다면 예민한 사춘기 시절의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부모의 잔소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2년 전 한 보험사에서 서울 소재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 224명을 대상으로 ‘부모로부터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결과 전체 45.1%가 ‘친구 또는 형제 자매와 비교하는 말’이라고 답한 바 있다.
명지대 심상치료학과 최범식 교수는 “청소년기 부모의 잔소리는 독이 되고 약이 될 수 있음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한 뒤 “특히 열등감을 부추기기 십상인 비교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남과 비교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돈팔촌의 누구까지 들먹이며 비교를 서슴지 않은 부모의 잔소리는 가장 대화가 많이 오가야할 청소년 시기에 자칫 대화를 단절시키는 큰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
최 교수에 따르면 잔소리는 일정한 기준을 통해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따라 독이 되고 약이 된다.
즉 어떤 성향의 잔소리냐, 가령 부모의 개인적 감정(스트레스나 억압된 감정에서 나온)에서 비롯된 개인욕구 표출의 잔소리냐, 아니면 진정 아이의 길잡이 역할의 잔소리냐가 먼저 가늠되야 한다.
이는 또한 아이의 기준 또는 아이가 그 잔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소양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잔소리가 훌륭한 발판이 되기도 하며 방황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는 것.
이 시기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스민 잔소리는 시끄럽기 까지 하다. 매일 하던 말 반복하기도 하고 과장과 허식으로 꾸며내기도 하며 자신과 관련 없는 말까지 지속된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잔소리는 아이에게 반항심과 적대감을 비롯 부모와의 벽을 쌓게 만드므로 한번 돌아서면 마음 보이기 힘든 사춘기 시절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부모 개인의 욕구표출이 자식들에게 하는 잔소리로 치닫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러한 잔소리 경향이 반복될 경우 청소년기 아이의 성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성인이 됐을 시 잔소리 많은 부모의 역할을 중요치 않게 여기게 되고, 판단력과 가치관의 시각이 비뚤어져 어른 혹은 가정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감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험에서 비롯된 사고가 판단과 결정에 있어 가장 지대한 요인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말하기에 전에 부모 스스로 자신이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스트레스로 인한 짜증은 아닌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진정으로 아이의 바른 길을 원하는 잔소리는 ‘~할 수 있을거야’ ‘걱정마, 너라면 가능해’ 등의 격려와 지지가 깃들어 있다.
◇여보, 내 애기 좀 들어주구랴..명확한 전달이 관건
건강가족지원센터(서초구) 서미란 교육 팀장에 따르면 부모와 자식간의 잔소리 뿐 아니라 부부간의 잔소리에도 작전과 화합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부문제 전문가들은 부부관계에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인으로 여자의 심한 잔소리, 그리고 남자의 무시하는 태도라 한다.
갈등 상황에서 일어나는 싸움의 시작에는 여자의 비난하는 잔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평상시에는 여자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무시하는 남자의 태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
서 팀장은 이에 “대부분의 여자들이 심한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가 남자가 너무 무관심하거나, 너무 실망이 커서 등의 감정에서 오는 것” 이라며 “여자의 심한 잔소리 내용이 충고나 원망 비판 설득 등의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의도는 내 방식대로 해주길 바란다는 마음이 깃든 것”이라 전했다.
이에 서 팀장은 “잔소리에 앞서 자신의 느낌, 생각, 욕구와 소망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상대방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상대방과 가까워지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으면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지며, 근육이 강하게 긴장되는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다. 결국 남편은 이러한 반응을 막는 예방책으로 차라리 아내의 잔소리를 무시하고 안 듣는 쪽을 택하게 되므로 부부관계가 더 멀어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서 팀장은 “부부 사이의 갈등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자는 남자에게 잔소리를 부드럽게 할수록, 혹은 부탁하는 것처럼 할수록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어 “부부간에서는 대화를 잘 하는 방법은 잘 듣는 것인 만큼 서로들의 잔소리에 방법론적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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