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이탈리아② 연인과 함께 찾아오라, 소렌토로

피나얀 2007. 2. 1. 01:18

 

출처-[연합르페르 2007-01-31 09:44]




이탈리아 남부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를 꼽으라면 단연 나폴리(Napoli)다.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이고, '나폴리를 보고 죽어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명성이 자자한 지역이다. 베수비오 화산과 나폴리 만이 그려내는 환상적인 절경은 오랜 항해 끝에 육지를 찾은 선원들에게 포근한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는 항구가 아름답다는 의미일 뿐, 도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현재의 나폴리에서 여행자가 흥미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거리도 지저분하고 소매치기도 많은 악명 높은 도시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고집을 부려 나폴리를 찾은 사람은 역을 빠져나오면서부터 지갑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미항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나폴리를 바라볼 수 있는 포시타노와 소렌토 쪽으로 가야 한다. 두 고장은 유네스코에서 인간이 자연과 어울려 사는 모습이 천국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가장 아름다운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한 아말피 해안에 있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사랑을 나누던, 연인과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달리다 보니 포시타노가 등장했다. 도로 중간에는 형형색색의 고추, 자두, 마늘, 레몬을 파는 노점상들이 눈에 띄었다. 지중해의 따스한 햇살을 받은 야채들은 색상이 굉장히 선명했다. 마침내 닿은 포시타노는 청록색 푸른 바다와 접한 급경사의 해안가에 집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모양새가 인상적이었다.

 

포시타노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과 비슷한 듯하지만 관광지 같은 기분이 덜하고 상업적인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산토리니가 커다란 휴양지라면 포시타노는 조용하고 차분한 고급 주택지의 느낌이다. 거리에 있는 교회나 담쟁이덩굴, 나팔꽃들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또한 가옥들의 색채도 파스텔 톤이어서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곳에서도 골목을 돌 때마다 작고 예쁜 가게들과 만날 수 있다. 진귀한 보석들이 아기자기한 고샅 속에 숨어 있다. 때마침 마을에서 가장 크다는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결혼 미사가 열렸다. 광장에 모여 있던 신랑, 신부의 친구와 관광객들은 결혼식의 주인공이 나타나자 일제히 일어나서 박수갈채를 선사했다.

 

성당에 들어가기 직전 신랑은 신부를 가볍게 안아주고, 신부는 신랑의 옷매무새를 바로잡아주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두 사람의 애정이 느껴졌다.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마을 같은 포시타노는 결혼식을 위해 곱게 단장한 여자처럼 사랑스러운 곳이다.


◆지중해의 보석, 소렌토

 

나란히 붙어 있는 빨간 우체통 2개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우체부가 찾아갈 때까지 사연을 담은 편지나 엽서를 잠시 보관해두는 저장통일 뿐이다. 하지만 소렌토에서는 유독 우체통이 특별하게 보인다.

 

이름 없는 어촌이었던 소렌토에 우체통이 생길 수 있었던 것은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애절한 노래 때문이다. 징집된 남성을 기다리던 여성의 간절함을 묘사한 이 노래가 정부 고관의 마음을 감동시킨 덕분에 사랑을 약속한 군인의 생사를 확인해주는 우체통이 놓였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됐지만 여전히 우체통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소렌토는 로마시대부터 휴양지였다.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서 해수욕을 즐기거나 기암절벽을 구경하기에 좋은 위치 때문일 것이다. 소렌토는 포시타노와 거리가 지척이어서인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하다.

 

지금은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명곡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탓에 외국인들이 사시사철 방문한다. 그래서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은 거의 없고 여행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30여 년 전부터 지역자치제를 도입해 거지와 도둑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도 구별되는 점이다.


전날 밤에는 천둥이 치고 장대비가 내렸었는데 아침에는 화창하게 갰다.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원래 자주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친다고 했다. 사실 흥청흥청하는 밤이 더욱 화려하지만 낮에도 나폴리를 바라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성거렸다.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중심가는 고급상점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그래서인지 젊은 배낭여행자보다는 나이 든 서양 사람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관광객이 아니라 소렌토 주민을 위한 정감 넘치는 시장이 있다.

 

특산물인 레몬으로 만든 노란 술, 비누, 방향제가 많이 진열돼 있었고 붉은 고추를 다발로 묶어 파는 야채 가게도 눈길을 끌었다. 조잡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 교회에서는 노인 여러 명이 모여 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즐거운 듯 콧노래나 휘 파람을 즐겨 불었다. 모든 것이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소렌토나 포시타노는 모두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너는 멀어져 가누나, 이 마음으로부터 사랑의 땅으로부터'라는 노래 가사처럼 한 번 들어오면 사랑에 빠지고 돌아가기 싫어지는 장소이기도 하다. 소렌토에 애인을 두고 떠나야 했던, 떠나간 사람을 기다려야 했던 이들을 떠올리면 나폴리 만의 풍광이 더욱 수려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