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2-09 09:45]
사천읍성은 조선 세종 때 외적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왜적에게 짓밟히는 수모를 겪었다. 남문에는 영화루(永和樓), 동문에는 제경루(薺景樓)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고, 침오정도 북문이 정자였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1988년에 새로 지었으며, 2005년에 단청을 입히고 현판을 올렸다.
진한 어둠 속에서 침오정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총 4층의 팔각정은 사방에서 쏘아대는 화려한 조명 속에서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침오정 옆으로 떠오른 보름달이 사천을 대표하는 8경 중 하나라고 하지만 침오정만으로도 행인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계단을 따라 4층까지 단숨에 올랐다. 천장과 추녀 아래, 노랗고 빨갛고 파란 연꽃 문양 단청의 선명한 빛깔이 곱디도 고왔다. 어둠이 짙어서인지 색깔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아래로는 사천읍이 내려다보였다. 휘황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대도시의 밤풍경과는 다른 고요하고 평화로운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새벽녘 삼천포항의 수협 위판장은 경매가 한창이었다. 대낮처럼 밝은 조명 아래 둥그렇고 빨간 고무대야와 노란색 통 안에는 넓적한 광어와 힘 좋아 보이는 우럭, 생김새가 징그러운 물메기, 꿈틀거리는 문어와 오징어 등 막 항구에 도착한 배에서 내온 갖가지 싱싱한 활어들이 힘차게 퍼덕거리고 있었다.
고깃배 선장이 적당한 무게로 물고기를 통에 담아내면 옆으로 늘어선 어부들은 통을 옮겨 손수레에 쌓는다. 몇 마리 되지 않아 보이지만 물고기가 큰 탓인지 통은 꽤나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팔뚝 튼실한 젊은 어부들의 빠른 손놀림에 배 한 척에서의 작업은 채 10여 분을 넘지 않았다.
"요새는 물메기하고, 우럭, 광어 이란 것들이 많이 잡힙니더. 새벽 3시 반부터 경매가 시작되는데 잡어부터 경매하고, 다음에는 활어를 하고. 오전 10시에 경매가 또 한 차례 있습니더."
새벽의 위판장은 최근 오징어, 고등어 등 위판량의 급증으로 활기를 되찾은 삼천포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동이 터 올 무렵 집으로, 인근 포장마차로 향하는 경매인과 선주, 어부들 모두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한껏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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