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사천③ 다솔사가 품은 다섯 가지 이야기

피나얀 2007. 2. 9. 18:21

 

출처-[연합르페르 2007-02-09 09:46]




봉명산 다솔사(多率寺)는 작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절이다. 소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길을 거닐며, 숲길 옆의 작은 오솔길을 지나며 흥미로운 옛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만해 한용운이 이곳에 기거했고, 작가 김동리가 '등신불', '황토기'를 구상한 곳이기도 하다.

 

다솔사로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한 소나무와 삼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햇살을 잘 막아주고 있었다. 햇살 따가운 여름이라면 그늘 아래에서의 산책이 상쾌하게 느껴졌겠지만 겨울에는 조금 차갑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지나는 바람에 실려 온 나무와 풀 향기는 머릿속을 맑게 정화시켜주고 있었다.

 

다솔사의 첫 번째 볼거리는 산책로를 통해 다솔사에 거의 이르렀을 무렵 오른쪽으로 나타나는 커다란 바위이다. 바위에는 '어금혈봉표(御禁穴封表)'라는 한자어가 음각되어 있는데 '임금의 명으로 산에 묘를 쓰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고종황제 때 경상우도 절도사가 다솔사가 임금이 나올 천하제일의 명당이라는 얘기를 듣고 선친의 묘를 이곳에 쓰자 다솔사 승려들이 상소해 얻은 비석이라고 한다. 결국 절도사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지금도 이곳에는 묘가 없다고 한다.

 

어금혈봉표에서 길을 벗어나 왼쪽으로 바삭거리는 낙엽이 깔린 곳으로 접어들자 석축 위에 남근 모양의 '장군바위'가 서 있다. 한때 인근 절의 승려들이 다솔사의 힘이 이곳에서 나온다며, 윗부분을 깨뜨린 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절이 멸문을 당했다고 한다. 깨진 부분을 붙여놓은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두 번째는 주차장을 지나 다솔사로 이어지는 계단이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그대로 깔아 만든 108개의 계단인데 아래쪽에서 보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늘어선 계단과 대양루(大陽樓)의 기와, 봉명산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고즈넉한 풍경을 보여준다.

 

경내로 들어서자 '적멸보궁(寂滅寶宮)'이라는 현판을 얹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979년 대웅전을 수리하던 중 부처님의 사리가 발견되자, 대웅전을 개수해 통도사의 적멸보궁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발견된 사리는 적멸보궁 뒤편의 사리탑에 모셔져 있다. 이곳이 다솔사의 세 번째 볼거리이다.

 

네 번째는 사리탑 뒤에 활 모양으로 자리한 녹차밭이다. 5000여 평 규모의 녹차밭은 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효당 최범술 스님에 의해 '반야로'라는 최고의 명차가 만들어진 곳이다. 반야로는 다솔사 주변과 서울 인사동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적멸보궁 옆으로는 만해가 중수한 전각인 응진전(應眞展)이 있다. 다솔사는 만해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은데 일제시대에는 만해를 영수로 효당, 김범부 등이 조직한 구국운동 단체인 '만당'의 아지트였고, 만해의 회갑기념회가 열리기도 했다.

 

마지막은 다솔사 입구에 자리한 '해우소'이다. 순천 선암사 해우소의 명성이 훨씬 높지만 이곳도 엉덩이를 까고 앉아 힘을 주면 상당한 깊이까지 떨어져 내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